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박희영 기자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참사가 벌어진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마련된 추모공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입구에는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과자, 음료 등이 수북이 쌓였다. 개별 시민들이 찾아와 포스트잇에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메모를 적어 '추모의 벽'에 붙이기도 했다.
4살 아들, 남편과 함께 이날 참사 현장을 처음 와봤다는 서희경(35)씨는 "솔직히 여기 오는 게 조금 무섭기는 했는데, 와보니까 진짜 (다른 시민들도) 와봐야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내리막길인지도 몰랐다. 잊히면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고,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경기 일산에서 고1·중3 자녀들과 함께 참사 현장에 방문한 김미연(43)씨는 "공간이 이렇게 좁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고 얼마나 애들이 아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왜 그때 (대응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밝히지 않고 자꾸 덮으려고만 하니까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서 추모행사를 기다리던 한 유족은 끝내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박희영 기자이날 오후 1시 59분쯤부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대 종교 기도회를 시작으로 추모식 사전 행사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 유족 100여 명을 포함해 500여 명이 참석한 기도회에서는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각 종단 인사들이 나와 10여 분씩 기도와 독경을 하며 희생자 159명의 넋을 위로했다.
개신교 측 추모자로 나선 참행복한교회 이한별 전도사는 "사랑하는 이들의 안녕과 평안을 바라는 159개 별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 달라"며 "그늘진 모든 이의 마음 속에 작지만 영원토록 꺼지지 않는 평화의 별이 빛나게 해달라"고 말했다.
유족과 종교계 인사들은 기도회 중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10·29 이태원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참사 유가족 및 시민들이 추모시민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박희영 기자기도회가 끝난 뒤 유족과 참석자들은 추모의 벽에 헌화한 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등을 거쳐 분향소가 마련된 시청역 5번 출구까지 행진했다.
유족들은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오후 5시 본 추모대회를 열고 참사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후속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야당 지도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등 정계 인사들도 참석한다.
유족 측은 오는 30일에도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오후 7시 30분부터 참사 1주기 추모 천주교 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