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경찰서로 압송되는 전청조. 연합뉴스전(前) 여자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혐의가 불거진 전청조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향후 수사 과정에서 남씨의 공범 여부도 가려질 것인지 주목된다.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3일 오후 2시 30분쯤 전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전날(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사기 범행 피해자는 14명, 피해 규모는 19억 원을 넘는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사기 피해 규모를 고려해 구속영장에 형법이 아닌 특정경제범죄법을 적용했다.
경찰이 고강도 수사를 진행하면서 전씨의 사기 행각도 점차 윤곽을 드러낼 전망인 가운데, 전씨의 범행에 남씨가 연루됐는지 여부도 주목된다.
앞서 전씨는 체포되기 전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남현희가 자신의 사기 행각을 알고도 방조·공모했다"고 직접 주장했다. 또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은 전씨의 사기 피해 제보를 바탕으로 서울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남씨의 사기 연루 여부도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수익금으로 명품' '사기에 이름 팔아'…고의성 있나
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인스타그램 캡처국가대표 출신의 유명인물인 남씨를 상대로 공범 의혹이 일고 있는 배경에는 우선 전씨의 범죄 수익금 중 상당 금액이 남씨를 위해 쓰였다는 점이 꼽힌다.
전씨는 '범죄 수익금 대부분을 남씨를 위해 썼다'고 주장한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남씨의 대출금을 갚아주고, 남씨 차도 사주고, 남씨 딸에게도 용돈으로 쓰기도 했다"며 "남씨 어머님한테 매달 용돈도 드렸고, 남씨 명품 등 카드값도 내줬다"고 말했다. 전씨의 주장대로라면 남씨는 사기 행각으로 거둬들인 수익금을 함께 사용한, 범행 공동체인 셈이다.
반면 남씨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전씨가 준 명품, 고급 외제차량 등을 원해서 받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씨가 '상위 0.01% 고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펜싱 사업이기 때문에 옷과 차가 명품이어야 하고, 집도 100억 원대 고급 오피스텔에 살아야 한다'고 설득해 부득이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남씨는 받은 선물을 자신의 SNS에 자랑한 이유에 대해서도 "SNS에 명품 사진을 안 올리니까 (전씨가) 왜 안 올리냐고 서운해하면서 좀 올리라고 했다"며 "명품 선물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전부 다 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범죄 수익금을 썼다고 곧바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현림 김성훈 변호사는 "전씨의 수익금이 남씨에게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공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로 사업이 잘돼서 생긴 수익금으로, 곧 가족이 될 사람이 생활비를 준다고 생각했다면 (공범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가 사기 행각을 벌이는데 남씨의 인지도를 이용했다는 점도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전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전씨를 믿지 못했지만 남씨와 결혼할 예정이라는 말에 '사기꾼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전씨가 강의 도중 자신이 '남현희와 곧 결혼할 것이고, 10월 중 언론에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간 자신을 '재벌 3세'로 소개한 만큼 의구심은 있었는데, 재혼 기사가 나오니 '맞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남씨는 자신의 이름이 전씨의 사기 행각에 이용되는지 몰랐다고 주장한다.
남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씨가 사기 혐의로 고발돼 경찰과 피해자가 시그니엘 자택을 찾아왔다"며 "이때 (피해자로부터) '감독님, 저희 (전청조) 대표님한테 투자했어요. 감독님 이름 믿고요'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전씨가 '매널'이라는 펜싱학원을 운영한다며 남씨가 직접 학부모들에게 레슨을 권하고, 이 과정에서 받은 수강료도 남씨 이름의 통장으로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영우 임광훈 대표변호사는 "전씨가 남씨의 이름을 이용한 것들에 동의하고 실제로 (관계자들을) 같이 만나거나 하는 등 행동이 있어야 한다"며 "제 3자가 전혀 모르는 사람 이름을 이용해 사기를 쳤어도 공범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필적으로라도 알았으면…'공범 여부' 수사하는 경찰
인스타그램 캡처·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 제공더 나아가 전씨가 남씨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느냐 여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펜싱 국가대표였던 남씨를 통해 대한펜싱협회에 거액을 후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남씨는 지난 1월 '30억 원을 기부할 기업인'이라고 전씨를 펜싱협회 고위 관계자에게 소개하면서 후원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펜싱협회 측에 따르면 이들이 '자금 출처는 확인하지 말라'는 조건까지 붙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협회 실무진이 '익명으로 돈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해 후원 계획은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전씨가 남씨가 운영하는 펜싱 아카데미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무마하는데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주목된다. 펜싱 아카데미의 한 코치가 수강생에게 성폭행을 벌인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를 무마하려 전씨가 피해자와 만나 2차 가해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결국 이 모든 의혹과 관련해, 남씨가 전씨 사기 행각의 공범인지 여부를 가릴 열쇠는 '남씨가 인지했는지', 즉 고의성에 달렸다. 전씨가 남씨에게 쓴 돈이 사기 피해금이라는 것과 전씨가 남씨의 이름을 사기행각에 이용한 것 등을 남씨도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김 변호사는 "전씨가 남씨의 이름이나 명성, 신용을 이용해서 투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투자금이 실제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편취해 개인적 용도로 쓰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남씨가 알고 있었는지가 쟁점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범 여부'와 관련한 경찰 수사도 남씨가 전씨의 사기 행각을 미리 인지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둘 전망이다.
임 변호사는 "(남씨가 전씨의 사기 행각을) 알았는지 명확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러 정황과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것"이라며 "(경찰이)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한다면 (공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