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년도 형사보상금 예산 약 5천만원을 편성한 데 대해 국회가 "실적이나 법적 근거가 부족해 집행 가능성이 작으니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법에 공수처가 형사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문이 없고, 그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구속한 선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작성한 '2024년도 공수처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를 보면 공수처는 내년도 형사보상금으로 5650만원을 편성했다. 형사보상은 형사 피의자나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국가에 보상금을 청구하는 제도다.
법사위는 공수처가 해당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공수처의 형사보상금 지급 권한이 법률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이 규정한 보상금 지급기관은 검찰이 유일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도 형사보상금 관련 내용이 없다.
법사위는 "(현행법상)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 피고인이나 불기소 처분한 피의자가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또 공수처가 지급할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형사보상법이나 공수처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보상금 집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사위는 관련법 개정으로 공수처에 지급기관 권한이 부여되더라도 보상금 집행 가능성 자체가 낮다고 강조했다. "그간 피의자를 구속한 실적이 없어 내년에도 예산을 쓸 일이 없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법사위는 "형사보상금은 구속 피의자·피고인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지급될 수 있다"며 "2023년 공수처는 공소제기한 건수가 없고 공소제기 요구한 건수도 2건에 불과하다. 수사 과정에서 구속한 사례도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4년에 구속 사례가 생기더라도 이후 불기소 결정이나 법원 무죄 판결이 내려진 뒤 형사보상 여부를 심의하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에) 실제 자금이 집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수처는 2021년 1월 개청 이래 현재까지 5건의 체포영장과 3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인신을 구속해 신병을 확보한 사례가 전무하다.
이에 관해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를 형사보상금 지급 기관으로 명시하는 내용의 형사보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조속한 법안 처리로 제도적 사각지대가 해소되길 바란다"면서 "올해 신청한 예산은 예비비 성격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 정도"라고 밝혔다.
스마트이미지 제공또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더라도 무죄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소송 비용을 청구해 공수처가 형사보상금을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술에 취해 소방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처벌을 피한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445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기도 했다. 공수처의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혐의 사건은 작년 11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024년도 공수처 편성 세출 예산은 총 202억400만원으로 올해 176억8300만원보다 14.3% 증가했다. 법사위는 "정부의 총 세출 예산이 전년 대비 2.8% 늘어난 것을 보면 내년도 공수처의 예산 증가율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