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픈 더 도어'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 송은이 대표. ㈜컨텐츠랩 비보 제공※ 스포일러 주의 햇수로 32년, 대학생 때부터 우정을 쌓아온 연예계 대표 단짝이자 대표 만담 듀오가 소속사 대표와 소속 감독으로 인연을 확장하더니 이제 감독과 제작자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컨텝츠랩 비보의 첫 스크린 도전이 장항준 감독 손에 맡겨진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야심 찬 도전을 함께한 장 감독과 송은이 대표를 만나 '오픈 더 도어'에 관한 가감 없는 오픈 토크를 함께했다. 두 사람은 제작자와 감독으로서도 그야말로 '척하면 척'이었다. [편집자 주]
코미디언, 가수, 방송인, 대표, 기획자, 제작자…. 모두 '송은이'라는 한 사람이 가진 타이틀이다.
1993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방송계에 발들인 송은이는 여러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은 물론 MC로 활약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방송을 통해 다재다능함을 뽐냈던 송은이는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바로 콘텐츠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와 기획사 미디어랩 시소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콘텐츠 기획·제작에 뛰어든 것이다.
그동안 '송은이 김숙의 영화보장' '씨네마운틴' 등을 통해 영화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보여 온 송은이 컨텐츠랩 비보 대표가 영화 제작자로 첫발을 내디딘 게 바로 '오픈 더 도어'다. 미디어랩 시소 소속 감독이자 절친인 장항준 감독과 손잡고 제작한 '오픈 더 도어'는 송은이 대표가 지나온 발자취만큼이나 실험적이다.
어쩌면 송 대표가 '오픈 더 도어'를 컨텐츠랩 비보의 첫 영화로 선택한 건 앞으로 그와 컨텐츠랩 비보가 가고자 하는 영화의 방향을 암시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들어봤다. 왜 송 대표는 첫 영화로 이민자의 비극을 담은 '오픈 더 도어'를 택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컨텐츠랩 비보가 선보일 영화는 어떤 모습일지 말이다.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컷. ㈜콘텐츠판다·㈜비에이엔터테인먼트·㈜컨텐츠랩 비보 제공 송은이는 왜 장항준의 손을 잡고 '오픈 더 도어'를 만들었을까
송은이 대표가 컨텐츠랩 비보의 첫 영화로 선택한 '오픈 더 도어'는 과거 미국 교민 사회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희망을 품고 낯선 땅에 정착해야만 했던 가족이 서로를 의심하다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적인 과정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송 대표는 '왜' 많은 이야기 가운데 이민자를 소재로 한 '오픈 더 도어'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영화라고 봤을까.
그는 "뉴스, 시사프로, 프로파일링하는 범죄 프로그램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지만, 그런 프로그램의 끝은 없다. 오로지 던져질 뿐, 나머지는 다른 방식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그걸 보면서 받은 내 안의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야 하지만 영화는 다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영화적으로는 역순으로 가면서 가족들에게 어쩌면 가장 탄탄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끝낸다. 문은 열려 있지만, 가족은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우리(관객)는 들어갈 수 있다"며 "내가 이 문을 열 것이냐, 말 것이냐. 마음속에는 늘 선과 악이란 두 개의 문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내 인생에 비춰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이기에 이 영화를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 송은이 대표와 장항준 감독. ㈜컨텐츠랩 비보 제공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는 많지만, 그걸 어떤 식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롭게 던질 수 있느냐는 오롯이 감독의 역량에 달렸다. 그리고 송 대표는 제작자로서 이를 완성해 줄 감독으로 장항준 감독을 선택했다.
'오픈 더 도어'의 연출을 장 감독에게 맡긴 건 단지 그가 미디어랩 시소 소속이기 때문만도, 절친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영화감독 장항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장 감독에게 가진 믿음은 "아주 명확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첫 제작이지만, 문제가 벌어지더라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상식 밖의 것은 장항준 감독님 현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알고 있었다"며 "문제가 생겨도 항상 감독님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는다. 이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 GV(관객과의 대화)에 방송인이 아닌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 대표로 나선 송은이(맨 왼쪽). ㈜컨텐츠랩 비보 제공'만능 스토리텔러'로서 장 감독의 능력은 물론 그 특유의 '반골 기질'이야말로 송 대표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와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송 대표는 "온전하게 성공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비틀어 보고 싶은 반골 기질이 장 감독님에게 있다"며 "기존 작품에서 보지 못한 생각이나 그림을 보고 싶은 관객들이 장 감독님을 좋아하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야기꾼으로서 어떻게 이야기를 던져야 관객들이 혹하고 재밌어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본인이 말씀을 그렇게 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영화가 줘야 하는 메시지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그것보단 이게 낫겠다'라고도 할 줄 아는 게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장 감독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도 나왔듯이 현장에서 보여준 '감독'으로서의 모습 또한 제작자로서 본 장 감독의 강점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현장에서 큰소리 나지 않는 감독"이라며 "모두의 의견을 취합해서 길을 제시할 뿐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그런 게 요즘 사실 보기 드문 감독님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 송은이 대표. ㈜컨텐츠랩 비보 제공 영화 제작자 송은이가 증명하고 싶은 것
방송인으로서도, 콘텐츠 기획자로서도 베테랑이지만 영화 제작자로서는 이제 첫걸음을 뗀 상태다. 송은이 대표는 첫 영화 제작 경험을 돌아보며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재밌다. 과정을 즐기는 스타일인데, 결과도 좋다면 더 좋겠다"며 웃은 뒤 "1차 목표는 개봉, 2차 목표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 그다음은 흥행이다. 1차와 2차 사이 목표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생각한 밀도감 있게 영화를 만든 것 또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오늘도 예매를 얼마나 했나 찾아봤다"며 웃었다.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컷. ㈜콘텐츠판다·㈜비에이엔터테인먼트·㈜컨텐츠랩 비보 제공송은이 대표가 첫 영화 제작의 동반자로 장항준 감독을 선택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반골 기질'을 들었는데, 이는 송 대표도 비슷하다. 남성 위주의 방송 환경에서 송 대표는 끊임없이 여성 예능인의 길을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 여성 예능인들의 길을 직접 만들고, 확장했다. 이러한 송 대표의 결단과 행동이 빚어낸 게 '비보'다.
송 대표는 지금까지의 행보를 두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해 온 거 같다"고 요약했다. 그는 "모두가 말리긴 했지만 새로운 생존 수단의 하나로 팟캐스트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들 그거 할 시간에 방송사 PD와 차 한 잔이라도 더 마시라고 했지만, 난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재밌게 하면서도 감을 잃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해서 한 게 팟캐스트의 시작"이라며 "뜻밖의 사랑을 받아 '영수증' '밥블레스유' 등을 제작했고, 많은 채널에서 비보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제안이 왔다. 그렇게 지금의 회사가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가 우상향할 수 있도록 끌어온 원동력은 그냥 진짜 재밌는 걸 하자는 창작에 대한 열정과 욕구였다"며 "영화 또한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콘텐츠에 재미를 들이면서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면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여기까지 왔고, '오픈 더 도어'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 송은이 대표와 장항준 감독. ㈜컨텐츠랩 비보 제공늘 어려움과 위기를 넘어온 송은이 대표다. 영화계가 어렵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시기에 영화 제작에 나섰다. 그런 송 대표에게 비보가 가야 할 영화의 길, 영화 제작자 송은이가 나가야 할 길은 어떤 방향인 걸까.
"대중들이 뭘 좋아하는지 따라가기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심 있게 하는 제작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잘될 것들, 잘되는 문법에 준한 이야기들이 많다 보니 정말 해야 했던 이야기를 못 하고 지나온 것들이 많이 있는 거 같아요. 말초를 깨우는 영화는 많이 있지만 생각과 심장을 깨우는 영화는 오히려 점점 더 외면받기도 하고, 잘 만들었지만 대중에 많이 비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전 그런 이야기가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