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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방? 과도 규제? 불 붙은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 논란

사건/사고

    범죄 예방? 과도 규제? 불 붙은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 논란

    '휴대전화 촬영음' 도입 20여 년째…여전히 줄지 않은 '불법촬영 범죄'
    무음 카메라 앱 등 회피 수단은 우후죽순 늘어…초소형 '몰카'까지 등장
    "과도한 규제" VS "범죄 예방"…시민들 의견 '분분'
    전문가들, "촬영음, 범죄 예방에 큰 도움 안 돼"…'몰카 신고제' 등 대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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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던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 의무화 규제에 시민 10명 중 8명은 반대하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불법촬영 범죄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범죄수법이 다양해진 만큼 차라리 관계당국이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는 편이 실용적이라고 지적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5일까지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 설정 자율화'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851명 중 3281명(85.19%)이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하는 비율은 14.8%에 그쳤다.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5.27%,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72%로 앞선 응답률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주로 잠을 자는 아기나 반려동물 등을 찍으려할 때 촬영음 때문에 불편하다는 불만은 예전부터 제기됐던 터였다.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은 2004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지하철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표준안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 표준안은 국내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업체 등이 협의해 만들어진 만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체들 사이에서는 20여 년 동안 표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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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단순히 불편할 뿐 아니라, 표준안 제정 직후부터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고 불법촬영 범죄율도 크게 줄지 않으면서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이 범죄 예방에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은 꾸준하게 나왔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 발생율은 10년 가까이 줄지 않고 있다. 불법촬영 범죄 발생건수는 2013년 4823건, 2014년 6623건, 2015년 7623건으로 계속 늘다가 2016년부터 2022년까지는 매년 5~6천 건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더해 스마트폰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뒤 무음 카메라 앱 등을 통해 촬영음을 손쉽게 없앨 수 있고, 초소형 몰레카메라 등 신종 '몰카'까지 국내로 들어와 '몰카 범죄'에 사용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 촬영음 자율화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했다. 민간업체의 표준안이 일반 시민들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촬영음이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촬영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김모(32)씨는 "어느 정도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규제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가끔 길을 걷다가 주변 사진을 찍을 때가 있는데 불법 촬영으로 오해를 받아 난처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직장인 김정민(29)씨는 "몇 년 전에 지하철에서 '찰칵' 소리를 들은 승객분이 불법 촬영을 하려던 분을 경찰에 인계한 적이 있었다"며 "(불법촬영을) 완전히 예방하지 못하겠지만 소리가 나면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20여 년만에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과 관련해 시민들이 논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만큼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 자울화'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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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여성계에서도 정부가 케케묵은 규제에 열을 올리기보다 줄어들지 않는 불법촬영 범죄에 강력한 처벌과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이명숙 변호사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 인식을 바꿔야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고, 촬영음을 강제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법촬영 범죄를 발견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하는 나라에서 범죄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서혜진 변호사도 "최근에 벌어지는 불법촬영과 디지털 성범죄 유형을 고려했을 때 (촬영음 의무화는) 이미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며 "불법촬영 동영상 같은 경우는 사진에 비해 피해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촬영음만으로 그러한 범죄를 전혀 예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불법촬영 범죄수법이 다양해진 만큼 신종 몰카를 규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순천향대학교 오윤성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제는 (휴대전화 이외에) 소형 카메라, 펜 카메라 등으로 불법촬영이 많이 이루어진다"며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몰래카메라'와 관련해 신고제, 등록제 등을 적극 실시하는 방식으로 (불법촬영 범죄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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