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커뮤니티 캡처#.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 모(40)씨는 최근 이사 날짜를 당초 계획보다 일주일 미뤘다. 이맘때부터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해서 내년 초에 이사할 계획이었지만 세대 공사를 앞두고 입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같은 라인에 있는 한 주민으로부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수능이 끝난 후 공사를 시작해주면 안 되겠냐'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공사 연기를 부탁하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며 "공사를 일주일 미뤄서 수능 이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치러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강남권 학군지에 있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세대 공사 자제령이 떨어졌다.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세대 인테리어공사 금지'라는 제목의 안내문도 게시됐다.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11월 10일부터 30일까지 세대 내 모든 인테리어를 금지하고, 인테리어 공사 계획이 있는 세대는 이 기간을 피해 공사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수능 전 인테리어 자제 요구'는 이 단지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아니다. 대치동과 역삼동, 도곡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수능 전 인테리어 금지는 이 지역의 '암묵적인 룰'이라는 설명이다. 안내문을 붙인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라는 것.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는 수능을 앞두고 인테리어 공사처럼 다른 세대로 소음이 전달되는 큰 공사들은 알아서 자제하고, 수능이 아니더라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는 공사를 피하는 분위기"라며 "수능 전 공사 자제 안내문을 붙인 것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수능을 앞둔 11월에 각 지역 커뮤니티에는 '집에 수험생이 있는데 수능을 앞두고 큰 공사를 자제해주는 배려가 아쉽다'는 취지의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학군지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수능 전에 인테리어 공사 자제는 당연하다는 분위기"라며 "자녀 교육을 위해서 이 지역으로 이사를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이런 점을 감안해서 수능을 피해서 공사 날짜나 이사 날짜를 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