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소상공인대회에 참석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특단이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고금리 금융부담을 낮추기 위한 저리 융자 자금 4조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고도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일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또다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경우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가올 부실 폭탄을 미루는 효과만 거둘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 당시 반복된 영업정지로 생활고를 겪던 자영업자들이 받았던 일명 '코로나 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그동안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와 소상공인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등 지원 정책을 실시해 왔지만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전기 요금과 물가 인상,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며 소상공인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역대 최고치인 7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 포인트 상승했다. 소상공인이 2025년 갚아야 할 정책자금 대출 원금만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관리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달 발간한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 부진 등으로 자영업 대출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라며 "내년에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이 또다시 나온데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 건전성을 강조하던 정부가 급작스럽게 금융 지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 3000억원 늘어, 7개월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관리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방침 등을 밝혔는데, 부실 우려가 큰 것으로 평가되는 자영업자 대출은 늘리겠다고 한 것이어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기조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라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건전성 관리, 대출 관리를 강조했으면서 이번에는 대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말 필요한 자영업자를 선별, 세부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일부 필요할 수 있지만 이조차도 상당한 리서치를 통해서 최고의 효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저리 대출을 늘리는 것으로는 시한폭탄이 터지는 시점을 늦추는 효과밖에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자영업자 지원 관련 "건전성과 형평성에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서 운영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구조적인 문제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19.96%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10%가 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최근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은 총선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