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만 1년 만에 얼굴을 맞댄 미·중 양국 정상은 서로의 입장차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경색 일변도를 걷던 긴장 관계를 군사 채널 재개 합의로 완화시키는 등 나름의 성과도 올렸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두고 곧바로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았다.
다만 두 번째 대면 미중 정상회담 개최는 그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결과를 놓고 보니 두가지 관측이 모두 맞는 말이 됐다.
먼저 양국간 군사 채널 복원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군대 사이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가져다 주는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화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대만해협은 물론 남중국해·동중국해 등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군이 미군 등과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몰린 적도 있었다.
낸시 펠로시. 박종민 기자 앞서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이 고위급 군사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상태였다.
이번 미중 간 고위급 군사 대화 재개로 적어도 우발적 상황에서의 오판으로 양국에 치명타를 가하는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고, 갈등 역시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미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펜타닐(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한 것도 불과 몇 달 전으로 시계를 돌렸더라면 양국간에 쉽게 꺼내서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시했던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중국 측은 향후 수년 안에 대만에 대한 대대적 군사행동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 원칙은 고수했다.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기에 대만 문제에 미국이 너무 깊게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의 총통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우리의 입장은 '하나의 중국' 정책이고 나는 그걸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대만해협에서의 긴장감을 상쇄하고 '현상 유지'를 하자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하나의 중국'이란 말이 나왔다는 점만으로도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을 받은 셈이 됐다.
반면 첨단기술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양국 정상은 평행선을 걸었다.
시진핑 주석은 "일방적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공정·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밖에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에서도 양국 정상은 의견을 교환했으나 입장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쳐 공동의 대응을 담은 발표문은 나오지 못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공통의 이익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되 생각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각각 '제 갈길'을 고수했지만, 대만문제·수출통제 등 매우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양국 사이의 긴장도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