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원욱(왼쪽부터), 김종민, 윤영찬, 조응천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일부 '소신파' 의원들의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지난 16일 출범하면서 당 안팎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이들은 자신들을 '비명(非이재명)계'가 아닌 '혁신계'로 불러달라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에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이 공천권 보장 등을 노리고 단체 행동에 나섰다는 일각의 시각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당내 설득 작업이 요구된다.
민주당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원칙과 상식' 모임 출범식에서 "지금까지 저희는 비명계로 불려 왔지만, 우리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는 대한민국의 정치혁명을 위한 소신이었다"며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무너진 원칙을 되살리고 국민이 요구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독선, 독주, 검찰 독재를 막으려면 강한 야당이 돼야 한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 등에서 비롯된 도덕성 위기를 극복하고 당내 민주주의와 비전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공천과 당내 입지를 의식해 정치적인 행위를 한 것이라는 의심도 여전한 상황이다. 관련해 조응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천을 위한 행동 아니냐"는 질문에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어이가 없다"며 "(공천을 받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고 하는 것인데,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굳이 그렇게 안 한다"고 일축했다.
또 이들은 당내 다양성 기반을 무너뜨리는 '강성 팬덤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대표 측은 이미 문제가 있을 때 이 대표가 수차례 경고했다고 반박한다. 친이재명계 정성호 의원은 지난 15일 CBS라디오에서 "과거 당 대표 중 이 대표만큼 적극 지지자들에게 자제하라고 얘기한 사람이 있느냐"라며 "문재인 당 대표 때도 '문빠'라고 통칭된 지지자들이 저에게 많은 문자 폭탄을 보냈지만 문 대통령은 자제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소신파 현역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낙인찍고 강성 당원들을 동원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이 대표 측은 형평성 차원에서 제재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성 당원들 역시 소신파 의원들의 언행을 당내 분열을 야기하는 '해당 행위'로 보며 징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친명계 설명이다.
결국 이 같은 친명과 비명의 대립은 계속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칙과 상식'이 계파를 아우르는 명분을 얻기 위해서는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을 설득해 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의 한 비명계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모임과 관련해 "소위 '개딸'과 싸우려고 하기보다 소외된 당원들을 대변하는 등 방법으로 지지 여론을 높이면 의미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