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사흘간 행정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주민등록 등초본도 뗄 수 없었죠. 그간 강조해온 디지털강국, 디지털플랫폼 정부라는 수식어가 민망한 상황이었는데요.
문제를 일으킨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했지만, 그 장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히 확인된 게 없습니다.
행정망 먹통 사태와 정부의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권혁주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권 기자,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혼선도 많았는데 행정망 마비사태 원인이 무엇이었습니까?
[기자] 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담당 공무원들이 행정전산망에 접속하기 위해 인증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어났습니다.
L4 스위치라는 장빈데요. 네트워크를 통해 주고받은 정보를 어느 서버로 보낼지 결정하는 통신장비라고 합니다.
현장공무원이 자신의 신원 인증을 하면 이 정보는 L4 스위치를 거쳐 인증시스템에 전달되는데 이 매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겁니다.
현재는 장비 자체가 교체돼 전산망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늘 오후 "새올행정시스템과 정부24 등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며 "주요 시스템과 민원 업무 운영 상황을 국민 불편이 없도록 지속해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 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장관은 오늘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를 연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장애가 발생한 네트워크 장비의 상세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분석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인증시스템 장비에 왜 문제가 생긴 건지는 아직 파악이 안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장비가 왜 고장을 일으켰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의 말 들어보시죠.
"어떤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저희가 밝혀냈지만, 그 장비 내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일으켰는지는 조금 더 면밀하게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과가 나오는 대로 따로 설명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장비가 낡은 것도 아니고 정기점검에서도 이상이 없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입니다.
또 사고가 나기 전날인 16일 저녁 네트워크 장비에 패치 즉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깔았지만 장비 오류와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국가정보관리원 등 다른 곳에서도 같은 장비를 쓰고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행안부 설명입니다.
[앵커] 사태가 발생한지 나흘짼데 아직도 파악이 안된 건 큰 문제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이 가장 심각하게 지적하는 것도 이 지점입니다.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설명과 원인이 정확히 나와야 명확하게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해결법을 제시할 수 있는데 기술적인 설명이 부족한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겁니다.
이번 사태 원인에 대해 총평을 해달라는 물음에 김용대 카이스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한 말입니다.
"사실 기술적인 문젠데…. 기술적 문제에 분석이 나와서 기술자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술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하이레벨에 대한 답변만 계속하고 있어서"이에 따라 카카오 먹통 사태 등 민간에서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대통령이 나서서 강력히 질책하고 원인 파악과 재발방지를 요구했던 것과도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대개 전산망 셧다운에 대비한 백업시스템이 있는데 가동이 안됐다고요. 사전 시험이 미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요.
지난주 금요일부터 사흘간 멈춰 섰던 정부행정전산망이 복구된 20일 서울시내 지하철역에서 한 시민이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기자] 그렇습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에 먹통 사태를 빚은 행정전산망은 이중화 즉 백업시스템이 있었습니다.
행안부는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비를 이중화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사고 당일에는 이중화돼 있는 동일한 두 개의 장비가 순차적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켜 장애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이스트 김용대 교수는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할 때 버그가 생기면 수정작업을 하는데 사전테스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백업시스템도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미리 충분히 테스팅을 해야 했는데 안하고 오픈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생각.. 충분히 테스트 되지 않고 패치(프로그램수정)가 된 것같다"전문가들은 백업시스템이 작동 안된 게 큰 문제라며 공공 정보자원 인프라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사실상 민원서류발급이라는 정부의 기본 기능이 사흘이나 멈췄던 건데, 전산망 복구가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냐는 의문도 많습니다.
[기자] 네 17일 오전 9시 직전부터 담당 공무원들이 망에 접속하지 못하면서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가 시작됐는데요. 정부는 지방자체단체 등에게도 연락하지 않는 등 우왕좌왕하면서 조치 중이라는 답만 하다가 사태가 발생한지 사흘만인 어제 오후에서야 시스템이 복구됐다고 밝혔습니다.
무려 사흘 간이나 국가전산망이 마비된 거 아니냐,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었냐는 의문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 등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고 다음날인 18일 오전에 '정부24' 서비스를 임시 재개했고, 같은날 오후부터 행정전산망을 확인해 재가동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사흘 먹통은 아니고 하루 좀 지나서부터 복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입장입니다. 좀 궁색하긴 합니다.
[앵커] 처음도 아니고 최근 국가가 관리하는 행정망 마비 사태가 잦았지요. 확실하게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가가 관리하는 행정망 마비 사태가 잦은데요. 지난 3월에는 법원 전산망 마비, 6월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오류에 이어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형 행정망마비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등초본과 인감증명 발급은 물론 부동산과 금융거래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 혼란과 차질을 빚었습니다. 철저한 원인과 책임 규명은 물론 재발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행안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기관 민간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행안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