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청문회 당시부터 말했던 공영방송의 민영화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YTN에 이어 연합뉴스TV까지 민영화 절차가 진행 중인데요. 다음 차례는 KBS 2TV와 MBC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왜 공영방송 민영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지. 결국 공영방송들은 민영화 될지.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보도전문채널이 YTN과 연합뉴스TV 두 곳인데, 두 곳 다 민영화가 되는 건가요?
보도전문채널 YTN 최종 낙찰자에 유진그룹이 선정됐다. 황진환 기자◆권영철> 그렇습니다. YTN과 연합뉴스TV를 KBS나 EBS같은 공영방송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공기업이 대주주였으니까 공적인 성격을 가진 보도채널입니다.
YTN은 한전케이디엔(KDN)과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이 최대주주고, 연합뉴스TV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공영적 성격을 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지정된 연합뉴스가 최대주주입니다.
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심사를 통과할 경우 YTN은 레미콘 제조,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유진그룹에게 경영권이 넘어갑니다. 연합뉴스TV는 을지병원을 운영하는 사립학교 법인인 을지학원에 경영권이 넘어가게 됩니다. 민영화 내지는 사영화가 되는 겁니다.
◇정다운> 방통위의 심사결과는 언제쯤 나올까요?
◆권영철> 아마 늦어도 올해 안에 나올 걸로 보입니다.
정확한 날짜가 정해진 건 없습니다만 신청한 시점으로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60일 이내이니까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일주일 만에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급하면 하루 만에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60일 이내라는 건 1일에서부터 60일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심사기일 연장도 가능하고, 이전에는 60일을 넘긴 사례가 있으니까 60일 넘길 수도 있지만 방송가에서는 보도채널의 민영화가 빠르게 추진될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동관 위원장의 탄핵여부도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정다운> 다음 수순이 MBC와 KBS2TV로 꼽히는데, 여기도 민영화 되는 건가요?
◆권영철>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드러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정말로 추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엄포용 군기잡기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전면에 나선 이동관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공영방송의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동관 위원장은 지난 10월 10일에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허숙정 의원이 '공영방송의 민영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공영방송이 건드릴 수 없는 금자탑"이냐며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들어보시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윤창원 기자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필요하다면 그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중 하나다. 왜 상업방송처럼 예능프로 하면서 경쟁합니까? 공영방송이 국민 세금 받아서, 경우에 따라서는 할 수 있죠, 공영방송은 금자탑인가요? 건드릴 수 없는" 이 위원장은 지난 8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위해서는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경쟁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게 올바르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박성중, 김영식, 윤두현, 허은아, 홍석준 의원은 2023년 7월 3일 기자회견에서 'KBS 2TV 당장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KBS 2TV가 두 차례(2017년, 2020년) 재허가 점수 미달이었다는 점을 들어 "이제 국민이 외면하는 KBS 2TV를 조건부 재허가로 연명해주는 것은 국민의 수신료 낭비"라며 "공영방송으로서 한참 미달인 KBS 2TV가 역사에서 사라졌어야 이치에도 맞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KBS 2TV와 SBS가 올해 재허가 대상입니다. 그래서 KBS 2TV를 재허가 할 건지 아니면 탈락시킬 것인지 최대 관건이 될 걸로 보입니다.
◇정다운> MBC 민영화도 추진하는 건가요?
◆권영철> MBC도 민영화 하겠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정말로 추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압박용인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단 MBC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합니다.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고, 김기중 이사도 해임해서 방문진 이사회를 장악하려고 했지만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탭니다.
그런데 2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긴급브리핑을 통해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한 소지와 배임의 소지를 확인하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고, 조사와 행정처분이 필요한 사항은 감독기관인 방통위에 관련자료 일체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긴급히 브리핑을 할 사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사장 해임을 통한 방문진 장악이 불발되니까 경찰수사로, 또 방통위의 행정처분으로 MBC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려는 걸로 보입니다.
◇정다운>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를 또 해임하는 겁니까?
◆권영철> 지금 방문진 이사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대로 야당 추천이 6 여당 추천이 3인 구도입니다. 이사장과 이사 1명을 해임해서 여당이 추천해야 여5 야4로 바뀌게 됩니다. 그래야 MBC 사장 해임이 가능해 집니다.
◇정다운> 그런데 권태선 이사장은 이미 방통위에서 해임했지만 법원에서 제동을 건 상태잖아요.
◆권영철> 맞습니다. MBC쪽 설명인데요, 법원에서 해임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이지 해임자체가 무효가 된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법원에서는 권 이사장의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여 본안소송 결과 나온 후 한 달 뒤까지 해임 처분 무효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방통위 스스로 이미 해임을 한 사람을 다시 다른 이유로 해임을 한다는 게 가능할까요?
◇정다운> 경영진 교체는 당분간 어렵다는 건데, 그럼 MBC 민영화는 어떻게 추진한다는 건가요?
◆권영철> 제도적으로 MBC 민영화를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상암 MBC사옥. 황진환 기자우선 MBC 주식을 상장해야 합니다. MBC는 자본금 10억, 20만 주의 비상장 주식회사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14만주(70%), 정수장학회가 6만주(30%)를 갖고 있습니다. 코스피 기준 일반기업이 주식상장을 하려면 최소 조건이 100만주라고 합니다.
상장예정주식수를 맞추려면 증자를 하거나 주식을 분할하거나 해야 합니다. 만약 유상증자해서 주식을 100만주로 늘릴 경우, 정수장학회 지분은 6%로 쪼그라들 수 있습니다. 아니면 주식을 액면분할하는 겁니다. 1주에 5천원인 걸 5백원으로 해서 10주로 만들면 2백만 주가 되니까 상장이 가능해 집니다.
그런데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소유는 10%로 제한돼 있습니다. SBS 소유주인 태영그룹이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지정이 되면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습니다.
지분 소유제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국회는 야당인 민주당이 과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법 개정도 내년 총선에서 과반이상을 획득해야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전에는 시도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민영화를 위한 의사결정은 요식행위라고 하더라도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에서 결정합니다. 아시는 대로 권태선 이사장을 포함한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은 문재인정부 시절 민주당에서 추천한 인사들입니다. 이들의 임기는 2024년 7월까지입니다. 총선 전 MBC 민영화 추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가능성과 관계없이 추진은 계속 할 걸로 보입니다. 민영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건 안하건 간에 추진함으로서 얻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다운> 민영화 달성 여부와 관계 없이 추진 자체로 얻는게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민영화 의지는 분명한 겁니까?
◆권영철> 그렇습니다. 앞서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말 들어보셨다시피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의 공영방송 민영화 의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연합뉴스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상파TV방송 5곳 중 4곳이 공영이고 민영은 SBS 하나뿐인 '4공영 1민영'이다. 또는 여기에 YTN과 연합뉴스TV까지 포함해 '다공영 1민영' 체제다 이걸 바꿔야 한다고 계속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이면서 인수위 시절 미디어분야 간사로 활동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지난 2023년 7월 31일 CBS 김현정 뉴스쇼에서 한 얘기 들어보시죠.
◇김현정> 아까 1공영 다민영 체제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면 궁극적으로는 1공영, 즉 MBC나 EBS도 다 민영화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박성중> "전반적으로 선진국 체계를 봤을 때 KBS, 우리도 대표 공영방송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KBS라든지 또 EBS는 교육방송이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도는 공영 체제는 당연한 것이고요." 박 의원은 "세계 각국의 방송은 1공영, 다민영 체제다. 그런데 우리는 다공영, 1민영 체제입니다. 예를 들어서 KBS, KBS 1, 2TV 또 MBC, EBS, YTN, 연합뉴스 관련해서 다공영, 1민영 체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1공영, 다민영 체제의 선진국 체제로 가려면 KBS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어떤 2TV 같은 경우는 민영화해서 전반적으로 거기에 체제에 맞춰야 된다. 이런 주장이 많이 나왔습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황진환 기자◇정다운> 이렇게 공영방송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요?
◆권영철> 정말 민영화 그 자체가 목적인지 아니면 방송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드는 게 목적인지 구체적인 속내는 알기 어렵습니다만 분명한 건 지상파나 보도전문채널이 자신들의 편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공영방송이 아니라 민주노총 노조가 장악한 '노영방송'이니 하는 말이 이를 뜻하는 겁니다.
그래서 정말로 공영방송을 민영화해서 컨텐츠 생산을 자유롭게 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이런 의지라기보다는 정치적이 셈법이 우선인 걸로 보입니다.
방송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내놓고 있는 방송관련 지침이나 정책들이 내년 총선에 맞춰져 있다고 진단합니다. 장기적으로도 종편처럼 자신들의 편을 드는 방송을 많이 만들어 국민의힘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KBS 2TV와 MBC의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포기하고 조중동매(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에 종편 설립을 해주는 걸로 방향을 바꾼 전례가 있습니다.
◇정다운> 그 때는 왜 포기했다가 지금 다시 추진하려는 걸까요?
◆권영철>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대책반 비슷한 걸 만들었는데 여기에 참여했던 교수들의 얘기는 한마디로 '실익이 없어서 포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영화 절차는 복잡하고, 추진하더라도 고용승계나 자산분할 등 넘어야 할 산은 많고 여론만 나빠질 것이라는 걸 감안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15년이 지나서 또 공영방송 민영화를 추진하는 걸까요? 전직 방통위 고위간부들이나 방송사 고위 임원들은 '엄포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KBS 2TV를 민영화 하는 건 법적으로는 국가소유니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KBS1과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조직도 회계도 시설도 구분이 안 돼 있습니다. 새롭게 KBS 2TV를 인수할 사업자가 나타나더라도 10조 이상의 대기업은 지분소유제한에 걸려서 10%밖에 소유하지 못합니다. 방송시설과 송출시설 제작시설을 새롭게 할 가치가 있을까요?
MBC는 자산 재평가를 해야 하는데 전국16개 지역 MBC까지 합하면 10조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이 거대한 방송사를 누가 인수할까요? 인수하더라도 지상파TV가 그만큼의 투자가치가 있을까요?
지상파TV의 한 고위 임원은 "공영방송 민영화론이 의미 있을 때는 종편 등장 이전이었다. 종편은 민영화를 대체하는 효과가 생겼고요. 굳이 민영화 하지 하더라도 종편이 자신들이 바라는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민영화의 필요성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데도 공영방송 민영화를 주장하는 이유가 뭘까요? 결국 '엄포용' 아니겠냐는 결론이 나오는 겁니다.
◇정다운> 공영방송 민영화는 결국은 '엄포용'이다? 이런 결론인가요?
연합뉴스
◆권영철> 그렇습니다. KBS 박민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방송을 외치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취임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공정한 방송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정'의 의미가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정의'를 외치는 사람에게는 정의가 없고, 법치를 외치는 사람에게 법치는 없다는 겁니다.
공영방송의 한 임원은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추진을 '징벌적 민영화'라고 했습니다. 방송 산업적으로 보면 민영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라 "너희 우리 말 안 들으면, 민영화 시켜서 혼내줄 거야" 이런 차원이라는 겁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공영방송은 상업광고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 공영방송이 국민 세금 받아서 상업 방송과 예능 프로그램으로 경쟁하느냐"고 말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상업방송과 예능 프로그램은 민간방송 다시 말해 종편이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종편을 설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야인시절에는 종편에 출연해서 방송을 했습니다.
민영화를 빌미로 공영방송을 옥죄면서 방송을 좌지우지 하고, 결국은 정부여당에 유리한 언론지형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