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이 파리 주요 관광지를 돌며 2030엑스포 유치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 제공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오일머니를 앞세워 일찍부터 유치전에 시동을 건 사우디아라비아는 대한민국의 막판 뒷심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사우디는 특히, 대한민국이 2차 투표에서 역전을 노리며 자신들을 지지했던 국가들과의 접점을 넓혀나가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부산보다 1년 가량 먼저 유치전을 시작한 사우디는 국부펀드를 앞세운 물량 공세로 개발도상국들의 표를 쓸어 담으며 초반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민관이 하나가 되어 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는 대한민국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자 기존 '물량공세'와 함께 이른바 '따라하기' 전략을 추가했다.
우리 정부와 부산시가 특정 국가와의 교섭을 했다는 사실이 파악되면, 곧장 해당 나라에 교섭단을 파견해 직접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다.
일례로 제대로 된 공항이 없어 도움을 청하는 아프리카 한 국가에 우리가 공항을 짓고 운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난 뒤 곧장 사우디가 해당 국가로 가 공항을 건설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민국식 감성 홍보에 대한 사우디의 노골적인 따라하기도 눈에 띈다.
우리가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를 슬로건처럼 어필하자 사우디는 '리야드 이즈 레디(Riyadh is ready)'를 사용하는 식이다.
개최지 결정일이 다가오면서 파리 시내에 부산엑스포 홍보 이미지를 랩핑한 '부산 택시'가 등장한 뒤 기다렸다는 듯이 '리야드 택시'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 샤를드골공항에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 이미지가 송출되고 있다. 박중석 기자사우디는 BIE안팎에서 역대 가장 치열한 엑스포 유치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된 이후에는 이른바 표 단속에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자신들을 지지했던 국가들이 2차 투표에서 변심할 것을 우려해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사우디는 한 개 회원국 당 3명의 대표가 BIE 총회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점을 토대로 각국의 파리 대사 외에 본국에서 대표를 추가로 파견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이 파리에 상주하는 대사들을 상대로 집중 교섭 활동을 벌인 점을 우려해 자신들을 지지했던 국가 스스로 교차검증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총회 참석을 위해 최근 파리로 온 일부 국가 대표들에게 우리 유치단이 접촉을 못하도록 하는 시도도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우디의 노골적인 표 단속에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반발 심리도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유치 관련 한 관계자는 "사우디의 과도한 표 단속에 불만을 가지는 국가들도 적잖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1차 투표에서 외교적 약속은 지키고, 2차에서는 제대로 된 표심을 드러내는 국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2차 투표에서 사우디 지지표를 끌어올 수 있으면 우리 표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사우디 표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만큼 2차 투표를 염두에 둔 틈새 교섭 결과가 승부의 추를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