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합계출산율이 0.6명인 나라.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조만간 벌어질 일이다.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0.6명대 시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걷힌 뒤에도 대한민국 출산과 결혼 건수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희박할 것 같던 출산율 0.6명대 시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29일 발표된 통계청의 3분기 인구동향은 세간의 충격을 안겼다. 올해 1분기에 0.81명으로 살짝 반등했던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완전히 주저앉아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0.7명대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에 최저치이다.
통계청은 이런 추세라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와 올채 초까지만해도 0.6명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지만, 두 분기 연속으로 0.7명대를 기록하자 4분기 0.6명대도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통계청 임영일 사회통계국 인구통계과 과장은 "연말로 갈수록 출산율이 다소 떨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4분기에는 0.6명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류영주 기자
암울한 것은 여기가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혼인 건수 자체가 곤두박질 치면서 출산율이 내년에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3분기 혼인 건수는 4만1천706건으로 작년 3분기(4만5천413건)보다 3천707건(8.2%)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3분기 기준 역대 가장 적었다.
남녀 모든 연령대별에서 혼인율(인구 1천명당 혼인건수)이 떨어졌는데, 남자는 30~34세에서, 여성은 25~29세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홍보'에서 답 찾는 한가한 정부, 국회도 손 놔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무얼 하고 있을까?
컨트롤타워 기능을 해야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는 가뭄에 콩 나듯 가끔 운영위원회를 열고 있지만 기존 틀에 박힌 인구 대책을 반복하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청년 정책과 연계해 근본적, 획기적 대책을 찾기보다는, 저출산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난 1일 김영미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저출산위 운영위원회에서는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차관이 참석해 안건을 점검했는데, 참석자들은 청년 세대 인식 제고를 위한 정부 차원의 '국장급 홍보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도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야 합의로 올해 2월 출범한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는 장관들의 업무보고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네 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11월 말에 성과 없이 위원회가 종료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홍보에서 답을 찾을 시간에, 청년층의 열악한 삶의 질부터 살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홍보로 해결될 것이었으면, 벌써 수 년 전에 해결이 됐을 것"이라며 "유럽 선진국에서도 처음에는 홍보에 많은 돈을 쓰다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출산율 상승의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취업과 주거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