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오는 18일 기획재정부가 4조 7천억 원 어치의 NXC 지분 국세물납증권 공개매각에 나서면서 상속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상속세제를 어떻게 개편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국세물납증권 공개매각 나온 넥슨 지주회사 지분…29.3%가 4조7천억원
연합뉴스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2023년도 제2차 국세물납증권 매각 예정가격 결정'에 의해 18일 48개의 국세물납증권을 공개매각한다.
국세물납증권은 상속세를 현금 대신 비상장주식 등으로 받은 것으로, 이번 매각의 최대 관심 사안은 넥슨의 지주회사, NXC의 지분 29.3%다.
이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지난해 사망한 후 유가족이 상속세의 일부를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으로 물납한 증권이다.
정부는 이 NXC의 지분의 가치를 4조 7천억 원으로 평가하고 통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경영권 확보가 되지 않는 수준의 지분이면서도 4조 원대의 높은 가격이 매겨짐에 따라 순조롭게 매각이 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주 유가족 상속세 6조원 내기 위해 지분 일부 정리…삼성가는 상속세만 12조원
또 하나의 관심사는 4조 원대의 지분을 포함해 6조 원대에 달하는 김정주 창업자 유가족의 상속세 부담이다.
김씨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재산이 10조 원대에 이르면서 상속세는 6조 원 가량으로 정해졌다.
상속재산이 30억 원을 넘기 때문에 기본 상속세율이 50%인데, 여기에 보유지분이 50% 이상인 최대주주인 탓에 할증이 붙어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김씨의 배우자인 유정현 이사의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 지분을 유지해야 했기에 두 딸의 지분 일부를 물납했는데, 이로 인해 유가족의 지분은 98%에서 69%로 낮아졌다.
이번 공개매각으로 인해 고 이건희 전 삼성전자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가족의 상속세액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상속재산이 18조 9633억 원으로 확정되면서 12조원대의 상속세가 부과됐는데, 이 회장은 이를 납부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현금을 마련해 분납 중이다.
상속세 내지 못해 경영권 넘기는 창업자 후손들
스마트이미지 제공삼성과 넥슨의 경우 창업자의 후손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도 있다.
세계보건기구에(WHO)에도 납품한 이력이 있는 의료용 장갑과 콘돔 생산업체인 유니더스는 2015년 창업자 김덕성 회장 사망 후 유가족이 상속세 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기업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손톱깎이 점유율 1위인 쓰리세븐은 2008년 창업주 김형규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발생한 상속세금 15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가족이 지분 18%를 JW홀딩스에게 넘겼다가 바이오 자회사를 잃었다.
국내 사무가구 1위인 한샘을 비롯해 락앤락, 농우바이오 등도 상속세 부담 때문에 사모펀드에 넘어간 기업들이다.
국내기업이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어가게 될 경우 창업주 상속인의 경영권 뿐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자 증가, 주요 기술의 해외 유출, 국부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점진적 개선에도 아직 실효성 낮은 가업승계제도…세계 최고수준인 韓 상속세율
정부는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가업상속공제제도 등을 차츰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공제적용 대상의 매출액 기준을 4천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높이고, 공제한도도 500억 원에서 600억 원으로 늘렸으며, 납부유예 제도도 새로 도입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도 기업주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경우 증여세 최저세율인 10%를 적용하는 과세구간을 현행 60억 원 이하에서 120억 원 이하로 늘리는 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가업승계를 충분히 돕기 어려울 수 있다.
중견기업만 돼도 매출액이 5천억 원을 넘는 경우가 많고,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해야만 공제 자격이 생기는데 기업주가 예기치 못하게 급작스레 사망할 경우에는 이런 자격을 취득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속세율 자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상속세율은 상속재산이 1억 원 이하면 10%, 1~5억 원이면 20%, 5~10억 원이면 30%, 10~30억 원이면 40%, 30억 원을 초과하면 50%가 적용된다.
문제는 이같은 과표구간이 1999년에 정해진 후 현재까지 유지되면서 집값 등 물가 변동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 당시 최고세율 구간이 50억원 초과이던 것을 30억원 초과로 낮추고,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상향하면서 세부담을 높였는데,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인해 이런 부담이 더욱 커진 모양새가 됐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보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은 곳은 일본 한 곳 뿐이다.
상속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는 국가가 15개국이고, 스위스와 헝가리 등 5개국은 상속세 제도는 있지만 자녀 등 직계비속이 상속할 경우에는 세금을 면제해준다.
일본은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특례사업승계 제도를 강화, 대표직 유지와 지분 보유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증여세 전액을 납부 유예 해준다.
독일은 배우자와 자녀의 최고 상속세율 30%이며, 공제도 2600만 유로(약 367억원)까지 해준다.
OECD 회원국의 상속세율 평균은 25%다.
월급·물가 대비 너무나 뛰어버린 집값…"집 상속받으면 팔수밖에"
박종민 기자상속세 부담은 기업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의하면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4년 3억 3800만 원 수준이던 서울 30평 아파트 값은 2021년 5월에는 12억 7800만 원으로 4배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 노동자 평균 임금은 1900만 원에서 3600만 원으로 2배도 채 오르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 중인 30대 김모씨는 "부모님께서 서울에 거주 중이신데 보유 중인 아파트를 상속해 주실 경우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팔수밖에 없다"며 "물가가 월급보다 빠르게 오른다지만, 집값은 그 물가가 아예 따라잡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올랐는데 세제는 왜 바뀌지 않느냐"고 조세정책을 비판했다.
"부자 세금 걱정 해주나" "부의 재분배 어쩌나" 만만찮은 상속세 유지론…秋 "건드릴 때 됐다" 발언에도 崔 "말씀드리기 어렵다" 신중론
이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상속세율을 조정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먹고 살기도 빡빡한데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부자들 세금까지 걱정해줘야 하느냐는 여론과, 상속세를 활용한 부의 재분배 기능을 아예 없애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며 과도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2기 경제팀을 이끌 최상목 부총리 후보자는 첫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국제기준이나 이런 것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