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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신 중독' 4명 사상…영풍석포제련소에 무슨 일 있었나

사건/사고

    '아르신 중독' 4명 사상…영풍석포제련소에 무슨 일 있었나

    영풍석포제련소 '아르신 중독'으로 4명 사상
    전문가들 "예견 가능했던 사고…유해물질 관리감독 강화해야"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수동 안동환경연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수동 안동환경연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3명이 '아르신 중독'으로 다치고, 1명이 숨졌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곳 석포제련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영풍석포제련소 협력업체 노동자인 60대 남성 A씨는 공정 물질을 저장하는 탱크의 모터를 교체하던 중 삼수소화 비소(아르신)를 흡입했고, 결국 지난 9일 숨졌다. A씨의 몸에서는 치사량(0.3ppm)의 무려 6배가 넘는 2ppm의 비소가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서 함께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등 3명도 현재 비소 중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중 1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아울러 영풍그룹 제련·제철 계열사 7곳에 대해 이달 중 일제 기획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북 봉화경찰서 또한 시신 부검 및 현장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삼수소화 비소(아르신)는 아연을 황산에 녹이일 때 발생하는 액화 가스 형태의 비소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지정한 '관리대상 유해물질'로, 노동자에게 상당한 건강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물질이다. 따라서 사업주는 해당 물질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또한 '비소 또는 그 무기 화학물 노출 근로자의 보건관리지침'에서 비소는 폐암, 방광암 및 피부암 등을 유발하는 인체발암물질이라며 '비소와 그 화합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작업한다', '지급된 보호구는 사업주 및 관리감독자 등의 지시에 따라 반드시 착용한다' 등의 근로자 준수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12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를 찾아 지난 6일 발생한 탱크 가스유출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12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를 찾아 지난 6일 발생한 탱크 가스유출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이처럼 아르신의 유독성과 대응 방법이 널리 알려졌는데도, 사고 당시 석포제련소에서는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송기 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하는데 방독 마스크만 착용하고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전체적으로 관리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4명의 사상자들은 이번 사고 당일 최대 7시간 가량 삼수소화 비소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석포제련소의 안전관리 소홀 문제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9년부터 7년 가까이 석포제련소에서 불순물 찌꺼기를 긁어내는 업무를 하던 노동자 진현철씨는 2017년 급성 백혈골수암 진단을 받았고, 결국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았다.
     
    2021년에는 카드뮴 오염수 방출로 281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고, 2018년에는 폐수 70톤을 낙동강에 무단 방류해 20일 조업정지를 당하는 등 환경과 건강권 침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영풍석포제련소 사고일지.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영풍석포제련소 사고일지.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지난 1997년 이후 지금까지 8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1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970년에 오염 슬러지 위에 제련소를 지었는데 그 당시에는 환경 법령도 없었다"면서 "이후 법령이 보강되면서 그 좁은 땅에다 설비를 하나하나 보강 하다 보니까 구조가 안 맞아 이러한 문제(사고)가 계속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예견 가능한 사고였으며, 여전히 사고 위험이 산재해 있다고 지적한다. 광물에 불순물로 들어가 있는 비소가 언제든지 수소와 결합, 반응해서 아르신 가스로 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석포제련소는 1970년부터 50년 동안 낙동강 최상류에서 비소 등을 낙동강으로 유출시켰고, 노동자 건강 문제는 말도 안 되게 심각했다"면서 "이러한 일들은 충분히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강희태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2022년에도 (석포제련소에서) 비화수소 중독 사례가 있어서 임시건강진단을 했었기 때문에 석포제련소가 이러한 위험이 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다고 말했다. 임시건강진단은 유해물질 관련 질병에 걸린 노동자가 다수 발생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에 대해 사업주가 고용노동부의 명령으로 실시하는 건강진단이다.
     
    강 교수는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관리를 잘 했었어야 하는데 관리를 잘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해한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사이버대학교 강태선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약 4만 5천개 가량의 화학물질이 시중에 유통, 사용되고 있는데 그중 최소한 수만 가지 이상은 유해하다"면서 "그런데 지금 '관리대상 유해물질'은 관련법에 따르면 고작 200가지 내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대상 유해물질'의 범주를 넓히고, 화학물질에 관한 위험성 평가를 더 정밀하게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희태 교수 또한 "유해물질에 노동자가 노출이 되지 않게 설비를 최대한 밀폐하고, 밀폐가 안된다면 송기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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