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제공같은 방송사에 비슷한 연예인 인맥과 소재였지만 희비가 엇갈렸다. tvN 예능프로그램 '콩콩팥팥' 그리고 '어쩌다 사장3'의 이야기다.
장사든, 요리든, 직장이든 연예인 출연자들을 앞세운 체험 리얼리티 예능은 그 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올해 '서진이네'부터 '어쩌다 사장3'까지 이 같은 예능들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나영석 PD의 '서진이네'와 류호진 PD의 '어쩌다 사장3'은 형태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장사'에 집중한 콘텐츠들이었다. 또 전작의 성공을 바탕으로 제작된 프로그램들이기도 하다. 전문가 없이 경험이 부족한 연예인들이 운영을 하다 보니 당연히 매끄럽게 흘러갈 수가 없다. 거기에서 발생하는 좌충우돌과 각종 시행착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 깊은 결과를 이뤄내는 것까지가 이들 예능의 기본적인 관전 포인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들의 비교 잣대가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유사한 포맷을 가진 예능끼리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시청자들은 여기에 익숙해지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서진이네' 논란은 당시 남미 국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장사 예능들보다 근무시간이 현저히 적다는 지적에서 촉발했다. 출연자들에게 장사 포지션에 따라 부여된 캐릭터들까지 '콘셉트가 이상하고, 비호감을 유발한다'는 혹평이 나왔다.
미국 한인마트가 배경인 '어쩌다 사장3' 역시 음식 장사를 겸하다가 구설에 올랐다. 간단한 분식류를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마스크 없이 계속 대화를 나눠 위생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어쩌다 사장3' 측은 이를 불편하게 여긴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김밥 작업에서는 담당자 한 사람에게만 '일감'이 몰리면서 나머지 출연자들의 '일 배분'을 두고 한 차례 말이 나왔다. 호화 게스트까지 포함해 프로그램은 더 화려해졌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국내 마을에서 소소하게 장사를 돕던 이전 시즌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얼핏 보면 산발적이지만 논란들은 비슷한 공감대 아래 형성됐다. 진짜 생계를 위해 일하는 자영업자만큼은 못하더라도, 연예인이 일시적인 '서민 체험'을 하듯이 행동하지 말란 질책이다. 재미와 별개로 다른 직업을 겪고 체험하는 것에 있어 일정 이상의 진정성과 존중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tvN 예능프로그램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이하 '콩콩팥팥')는 농사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리면서 호평 받았다. '서진이네'로 곤욕을 치른 나영석 PD의 절치부심이 돋보였다. 절친 4인방 김우빈·도경수·김기방·이광수는 예능 경험이 제각각이었으나 누구도 무례하지 않게 밸런스 넘치는 '케미'를 그려냈다. 각자의 역할이 매력적으로 설정되자 농사일에서도 그런 모습들이 십분 발휘됐다.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해 소규모 스태프들만 움직였다는 제작진의 영리함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초짜 농부인 이들이 순수하게 땀 흘리며 농사를 통해 결실을 맺으려는 모습이 힐링과 공감대를 자아냈다는 평가다.
'농사일' 특성 상 해외 식당·마트보다 일상 접근도가 높고, 제3자로 인해 발생하는 돌발 상황도 적다. 무엇보다 농사로 어떤 '생계'를 잇는 게 아니라 '노동' 그 자체에 집중해 공감대 형성이 더 수월했으리라 짐작된다. 또 해외 촬영은 따라붙는 기대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처절한 고생기나 정말 독특한 풍경을 보여주지 못하면 혹평이 따라올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콩콩팥팥'과 '어쩌다 사장3'은 모두 '조인성 라인'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나왔고, 서로 우정 출연을 하기도 했지만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결국 화려한 장소나 출연자보다는 어떻게 연출해 공감대를 쌓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미 해외 여행도, 장사도 너무 많은 예능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이제 새로운 모습이 없으면 식상할 뿐아니라, 오히려 피로하단 감상까지 받게 된다. 예능이라 가능한 여러 설정과 장점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경우, 거액의 제작비를 들이고도 '그냥 연예인 데리고 간 여행'에 그치고 만다. 체험 예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