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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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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 2018년 3월 5일 JTBC 뉴스룸을 통해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폭로가 방송이 됐었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기도 했던 안희정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채 인터뷰에 나섰던 것인데 그 피해 사실이 법정에서 최종 인정되기까지 오랜 과정이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증언이 공격받던 그때, 진실을 증었했던 사람들이 없었다면 사건이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지도 모르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죠. 최근 안희정 전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셨던 문상철 전 비서관이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묶어냈습니다. 오늘 직접 만나서 말씀 들어보죠. 비서관님 어서 오십시오.
◆ 문상철>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일단 2011년부터 충남도청에서 근무를 하셨던 겁니까?
◆ 문상철> 2011년부터 충남도청 비서실에서 안희정 지사의 여론조사하고 메시지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근무를 했었고요. 2012년부터 안 지사의 공부모임을 약 3년 정도 주도해서 대통령 공부모임을 주관해서 진행했었습니다.
◇ 박재홍> 대통령 공부모임 하면 대선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성으로 운영하셨다. 그러니까 안 전 지사를 굉장히 가까이에서 직접 보좌를 하셨던 그런 비서로서 일을 하셨던?
◆ 문상철> 맞습니다.
◇ 박재홍> 당시 김지은 씨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을 때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계셨던 것 같은데 처음 얘기를 듣고 어떤 마음이 드셨습니까?
◆ 문상철> 처음 폭로 사실을 들을 때는 제가 국회의장실에 근무하고 있었고요. 그때 김지은 씨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믿고 싶지 않았고. 왜냐하면 안희정 지사는 제 인생의 전부이기도 했고 제가 정치적 스승이자 멘토로 모시고 있던 분이었기 때문에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제 인생을 부정하는 게 돼서 그걸 인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얻는 것 없이 자신을 내려놓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만약 제가 여성이었더라도 그런 것에 대해서 거부할 수 없었겠다라는 판단이 들어서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1심에서 김지은 씨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 과정을 복기를 해 보면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 문상철> 가장 중요한 관점은 1심과 2심에서는 피해 사실의 맥락에 대해서 파악을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가 있었다고 보고요. 그래도 2심과 3심에서 이걸 인정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노력을 했었기 때문에 진실이 밝혀질 수 있었다고 봅니다.
◇ 박재홍> 그럼 2심에서 유죄로 판결이 난 것은 어떤 점이 제일 중요했을까요? 맥락을 말씀하셨는데.
◆ 문상철> 예를 들면 1심에서는 피해자가 호텔을 직접 예약했다라든지 아니면 안 지사의 지근거리에서 항상 있으려고 했다라든지 아니면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든지 이게 마치 특수한 경우처럼 해석을 해서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전에 있었던 남자 수행비서들 예전에 있었던 공무원들이 했던 업무였는데 그걸 이제 피해자가 그대로 한 것뿐인 걸 마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이가 가깝거나 아니면 특수한 목적을 가진 그런 사이었다라고 몰아가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게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권력자와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 간의 맥락은 분명히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고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2심과 3심에서는 그 부분을 집중해서 봐주신 게 유죄로 판명나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성회> 우리 비서관님은 수사에서 재판까지 벌어지는 과정에서 사실 당시는 충남도청에서 근무하신 건 아니었잖아요.
◆ 문상철> 맞습니다.
◆ 김성회> 그래서 이 과정에서 김지은 씨에게 도움을 주시거나 재판 과정에 관여하시거나 이랬던 바가 있나요? 아니면 멀리서 지켜보시는 입장이었나요?
◆ 문상철> 저는 피해사실을 들었기 때문에 검찰 수사도 여러 번 나갔고요. 1심과 2심에도 재판에 직접 나가서 제가 경험도 하고 겪었던 일들을 여러 차례 증언했습니다.
◇ 박재홍> 김지은 씨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문상철> 형사재판이 끝나서 그걸로 종결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안희정 지사 가해자와 그리고 충남도청에서 피해자 일상회복을 위해서 도와주지 않고 인정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지난하게 민사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박재홍> 문상철 전 비서관도 안 전 지사와 굉장히 가까이서 지냈고 모셨기 때문에 당시에 재판 과정에서 많이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 문상철> 주변으로부터 지라시에 등장하는 제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었고요. 뒤에서 수군댄다든지 아니면 저는 국회생활이나 정치권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국회의장실과 국회의원실에서 보좌관까지 마치고, 이후에 통상 다른 의원실에 가고자 노력을 했는데 정치권은 굉장히 평판조회라는 게 존재를 해서 '이 친구 좀 불편하고 어렵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뒤에 돌아서 정치권에 좀 오래 남아 있지 못하고 다른 일을 찾아야 되는 어려움을 겪었었습니다.
◇ 박재홍> 그 이후에 정치권 혹은 국회에서 보좌업무라든지 그런 것을 계속 하기를 희망하셨는데 이제 그런 부분에서 다 막히게 됐다?
◆ 문상철> 한 6개월 정도 노력을 하고 어느 캠프에 들어가서 일도 하다가 한 3~4일 만에 잘리고 나오는 경우를 겪다 보니까.
◇ 박재홍> 3~4일 만에?
◆ 문상철> 한 6개월 정도 그 기간을 겪고 나서 일반 사기업으로 이직을 해서 얼마 전까지 3년 정도 일을 했었습니다.
◆ 진중권> 의원들은 자기의 치부가 있건 뭐건 간에 다 덮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겠죠.
◇ 박재홍> 모든 의원들이 그렇게 비서관을 뽑는 건 아닐 텐데. 일단 '몰락의 시간'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그럼 이 책을 이 시기에 어떤 취지로 집필하게 되셨을까 궁금하실 것 같아요. 어떻게 쓰게 되셨던 겁니까?
◆ 문상철> 제가 경험한 일들을 주변에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분들이 '이건 너 혼자서 간직하고 있을 사유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알고 함께 논의해야 될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있다. 그래서 이 기록들을 세상에 내놓고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서 알아야 될 필요가 있다'라는 말씀들을 해 주셔서 이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다만 이제 제가 직장생활을 하고 어려웠던 기억들 다시 되짚어보고 톺아보는 게 어려운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과정을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 김성회> 그럼 지금 직장을 그만두신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책 출간하고 관계가 있는 건가요?
◆ 문상철> 11월 22일에 책을 출간했는데 사기업에서는 이런 정치 관련된 이야기나 아니면 또 워낙 논쟁이나 이런 부분들이 뜨겁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부담을 느끼셔서 저에게 권고사직을 권하셨고 저도 그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3년 만에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 박재홍> 회사 입장에서 좀 부담스럽다?
◆ 진중권> 아니 뭐 이쪽으로 가도 안 되고 저쪽으로 가도 안 되는 이런 상황이지 않습니까?
◆ 문상철> 경계인 같은 그런 삶이나 존재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책 앞에 보면 '안희정 몰락의 진실을 통해 본 대한민국 정치 권력의 속성'이라는 부제가 있는데 무엇보다 핵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으셨던 것은 어떤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적인 병폐랄까요. 그런 문제도 지적하고 싶으셨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문상철> 여기 부제에 안희정 이름이 들어가지만 사실은 그 이름을 빼고 다른 이름을 넣어도 있을 법한 일들이고 그리고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광역자치단체장이나 뭔가 리더의 역할을 해 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기 때문에 소장님처럼 보좌관 경험이 있거나 이런 분들은 조직을 파악하고 이렇게 이끌어가는 데 어렵지 않지만 그런 경력이 없는 분들은 통상적으로 가서 조직을 장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관료 조직으로부터 포섭을 당하게 되고 의전조직이라든지 아니면 주변에서 이 사람의 눈과 귀를 막아버릴 수 있는 조직이 얼마든지 카르텔이 존재하기 때문에.
◇ 박재홍> 저희가 1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와 인터뷰를 했습니다마는 이게 권력의 속성 자체가 뭐랄까요. 카르텔에 의해서도 움직인다. 쓰신 책에 보면 공무원 의전 카르텔의 포획이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 문상철> 통상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장소를 가거나 아니면 발을 딛게 되거나 보게 되거나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의전 조직에 의해서 짜여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 단체장들은 자기가 만나는 사람이 일반 시민일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꾸며지고 디자인 된 사람에 노출되기 때문에 금방 벌거벗은 임금님이 될 수밖에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국민이 생각하는 것에 괴리가 생겨서 그런 부분을 의전 카르텔, 의전 관료들이 좀 포획하는 게 아닌가.
◆ 김성회> 그게 정말 공감이 되는 게 보좌관들은 의원을 어떤 장소에 밀어넣거든요. '들어가서 알아서 하고 오세요' 주로 이렇게 해요.
◇ 박재홍> 국회의원들?
◆ 김성회> 제가 광역단체장들 여러 하는 모임에 가보고 이렇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반성이고 한편으로 깜짝 놀란. 그러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앞자리에 누가 앉는지 옆자리에 누가 앉는지를 와서 30분씩 회의하는 걸 보면서 아마 모르셨을 텐데 여기에 오시는 단체장들 같은 경우는 보좌관이 1명 따라오거나 혼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자치단체장 같은 경우는 몇 명이 같이 와서 항상 이런 식으로 하시더라고요.
◇ 박재홍> 또 쓰신 내용 중에 '안희정 지사의 조직문화가 80년대 동아리 같았다'라는 구절도 있더군요.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 문상철> 저희는 이제 요즘은 586 선배들이라고 흔히 부르곤 하는데 86세대 선배들하고는 나이 차가 좀 있기 때문에 운동권을 하시면서 배웠던 노래들이라든지 그때 경험, 문화들을 저희에게 학습시킨다거나 아니면 그때 형, 동생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직책으로 사람을 부르지 않고 무조건 20살 차이가 나더라도 형, 동생으로 되어 있고 안희정 지사가 마치 가문의 아버지인 것처럼 그렇게 하는 조직 문화를 저는 일컬어서 '86운동권 문화' 이렇게 표현을 했었습니다.
◇ 박재홍> 그런 게 만연해 있습니까?
◆ 문상철> 모든 조직이 그렇다고 볼 수는 없고요. 제가 경험하고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런 좀 조직의 문제를 외부로 발설하지 않게끔 우리끼리의 문화가 강했던 것 같아요.
◆ 진중권> 아니, 학습 같은 것도 시키고 그러나요, 커리큘럼 짜서?
◆ 문상철>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는데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저희에게 교육을 하거나 주막집 같은 데서 이야기를 하고 그런 문화들이 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모친상으로 형 집행정지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박재홍> '이익의 사유화 그리고 손실의 사회화'라는 대목도 눈에 띄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 문상철> 저희가 이제 늘공과 어공이 존재합니다. 저희는 '어공'이라고 불려서 '어쩌다 공무원'이라고 하고 원래부터 늘 공무원이었던 분들과 이제 가서 경쟁관계나 또는 약간의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되는데 대부분 어공분들이 경력이 없고 경험이 없다 보니까 공무원 조직에 들어가서 초과근무수당을 찍는다든지 아니면 출장을 갈 때 본인이 가지 않는데 누구 이름을 올려서 그걸 대리로 받는다든지 그게 옛날에 있던 공직 문화인데 그걸 이제 저희 조직에서도 정무직들도 그걸 배우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세금은 낭비가 되고 개인은 이익을 취하는 그런 부분들을 그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 박재홍> 시간외근무를 그냥 꽉꽉 채워서 넣었다?
◆ 문상철> 그런 경우가 일반적으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성회> 공부모임도 되게 궁금한데요. 실제 주도하셨다고 하니까 이게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을 텐데 어떻게 돌아갔었는지 실제 평가를 해 보신다면?
◆ 문상철> 안희정 지사는 노무현 정부, 참여정부 때 공직을 맡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통령을 꿈꾸긴 했지만 과거에 그 정책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참여정부 때 했었던 정책들을 좀 복기해 보고 배우는 과정을 하고 싶다고 지시를 해서 약 3년 정도 경제부터 국방에 이르기까지 참여정부 때 장차관 하셨던 분들 그리고 좀 유수한 교수님들을 모셔서 다양한 공부를 했던 모임을 저희가 공부모임이라고 불렀고요. 이게 약 3년 정도 지속되다 보니까 그래도 안희정 지사에게 국정을 운영하는 방법들 그리고 국가 아젠다에 대해서 어느 정도 크게는 이해하는 그런 과정이 좀 됐었던 것 같습니다.
◆ 김성회> 준비하시면서 본인도 공부 많이 되셨겠네요?
◆ 문상철> 처음에는 대규모로 진행을 하다가 발제하시는 분들이 여러 분이 있는 걸 좀 부담스러워하셔서 거기에 속기를 하는 사람이 한 명 필요했기 때문에 제가 속기를 하고 안희정 지사 발제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반복해서 기록하고 하다 보니 저도 옆에서 어깨 너머로 배운 것 같습니다.
◆ 김성회> 그걸 책으로 내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 문상철> 그런데 또…(웃음)
◆ 진중권> 저는 좀 인상적이었던 게 안희정 지사가 의전에 집착했다는 대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굉장히 많은 걸 시사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기억해 보니까 그때도 보도가 좀 됐던 것 같아요. 무슨 리스트 같은 거. '뭐는 어떻게 해라', '뭐는 어떻게 해라' 굉장히 상세하게 적었던 것.
◆ 문상철> 맞습니다.
◆ 진중권> 그런데 운동권 출신의 지방자치단체장이 그건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거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집착한다는 게 저는 이해가 잘 안 가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 문상철> 아마 안희정 지사도 처음에는 정치권 국회 쪽에서 있다가 왔기 때문에 그런 의전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더 멀리 하려고 했었고요. 그런데 다만 이제 도지사로서 생활하다 보니 기존에 있던 관료조직들로부터 의전에 떠받드는 걸 받게 되고 1년, 2년, 3년, 4년 지속되면 될수록 점점 편안한 것들 그리고 문제없는 상황들을 추구를 해서 그게 가속화되고 지속되다 보니 의전에 대한 추구와 요구가 더 많아졌던 걸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의전의 목적은 뭡니까? 지사가 불편한 상황을 없애는 거? 도정과는 무슨 상관이죠, 의전?
◆ 문상철> 원래 의전의 목적은 광역단체장이나 대통령이 안전하게 그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주는 게 의전인데 그게 조금씩 과해지다 보니 위치에 대한 의전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편안함 그리고 안락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질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성회> 그게 안희정 지사가 결국은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 문상철> 저는 그 부분도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 중에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혐의에 대한 상고심 기각 결정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원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 형을 확정 판결했다. 이한형 기자◇ 박재홍> 그럼 어떻게 봐야 될까요? 그럼 사실상 의전이 과하다 보니까 어떤 지사라는 위치는 실무진들에게 왕과 같은 존재였다?
◆ 문상철> 오히려 국회의원 같은 경우는 보좌진들이 9명 정도이기 때문에 의전을 많이 받거나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각 지역에 있는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 같은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의회도 같은 당일 확률이 많기 때문에 감시나 권력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그게 지속되다 보니 의전조직을 따로 10명, 15명 정도 두고 운영하게 돼서 그게 곧 의전의 과대화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중권> 보통은 진보적인 운동권에 있다라고 하면 그것 자체가 평등. 왜냐하면 거기서 의전 신경 쓰는 분들을 보면 막 세세한 것도 다 신경 쓰고 그러면 '이게 왕이야? 우리가 무슨 몸종이야? 노비야?' 여기에 대한 굉장한 거부감이 있거든요. 그랬는데 어떻게 거기 익숙해질 수가 있는 건지.
◆ 문상철> 그게 처음에는 멀리 두다가 그래도 조금조금씩 그게 반복이 되고 일정이 많아지고 사람들로부터 비난과 비판을 더 받게 되면 마치 팬덤을 찾아가듯이 의전에 대해서도 점점 더 익숙해지고 안락한 걸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의전 중독이 되어 가는 경우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사실 인터뷰 진행하다 보면 정치인들은 그냥 인터뷰를 하는데, 지자체 단체장이나 이런 분들은 '앵커의 프로필을 달라'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이거 무슨 상황이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럼 이 책을 통해서 이제 지적하시고 싶으셨던 것은 그러면 이거 어떻게 바뀌어야 됩니까? '의전 중독, 의전 카르텔의 포획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다 없애야 됩니까, 그러면?
◆ 문상철> 일정 부분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서라든지 아니면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일부 자치단체장들에게 의전은 필요한 존재이고 그건 어느 조직의 수장에 대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우리가 공개적으로 그걸 논의해야 될 부분은 어디까지 허용을 하고 어디까지 제공을 받을 것인지 기준선을 넘는 것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제공하지 못하게끔 하는 것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논의를 하고 기준선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그런 기준.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쓰신 목적도 있는 것 같고. 안희정 전 지사의 과정을 보시면서 아까 진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86세대의 한계랄까요. 정책 능력, 이해관계와 갈등 조정 능력의 부재, 이 부분도 지적하는 분들도 많은데. 비서관님 어떻게 판단하셨어요?
◆ 문상철> 제가 보기에 이걸 감히 86세대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일반화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는 한데 제가 그래도 가까이서 봐왔던 선배들의 경우에는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요. 공부를 하지 않다 보면 이게 내가 뭘 모르는지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자만하게 되고 내가 과거부터 알고 있던 것들에 집착하게 되다 보면 나의 생각의 고정관념에 빠질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그걸 꼭 일부세대라고 한정지을 수는 없지만 공부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 그 과거의 사고관에 사로잡혀서 진일보하지 못하는 그런 문제가 저는 있다고 봅니다.
◇ 박재홍> 특정 세대의 문제는 아니고 우리 정치권 전체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되는 그런 부분…
◆ 김성회> 어울리는 사람들이고 저녁 자리라든지 술자리 이런 자리에 꼭 이런 정책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이 한두 분 껴서 식사를 하고 나면 그 이야기가 다음 날 책 두 권 분량으로 정치인을 통해서 재생산되는 구조가 있어서 뭔가 뿌리가 있는 공부라기보다는 들은 얘기를 반복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되죠.
◆ 진중권> 다른 한편으로는 캠프 내부의 전근대적인 조직문화도 지적을 하셨지 않습니까? 어떻습니까? 운동권 조직 같습니까?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서 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박재홍>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주시면?
◆ 문상철> 앞서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형, 동생이라는 게 굉장히 큰 문제인데 왜냐하면 그 역할을 하려고 우리가 세금을 받고 그 자리에 가게 되면 비서, 비서관 또는 그 역할에 맞는 직책을 불러서 우리가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일을 해야 되는데 모든 사람이 한 가정에 존재하는 형, 동생 또는 아버지와 아들의 존재로 가게 되면 이게 공적인 역할과 사적인 역할이 구분이 안 되죠.
◇ 박재홍> 사사로워진다?
◆ 문상철> 그 사사로워지는 것들이 조직 자체를 병들게 하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진중권> 이게 가부장제에다가 또 운동권 선배 후배 문화가 중첩이 되면서.
◇ 박재홍> 그럼 안희정 전 지사와 도청만의 문제였습니까? 아니면 국회의원실 혹은 다른 지자체에서 발견됐던 문제였습니까?
◆ 문상철> 저는 도청에서 일할 때는 웬만한 공무원들 그런 걸 다 노리고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국회에 가서 보면 그런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저는 생각했습니다.
◇ 박재홍> 일반적이지 않다.
◆ 문상철> 그래서 이게 정치인 1명의, 정당이나 나이 이런 차원이 아니라 정치인이 얼마나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경계하고 조심하느냐에 따라서 허용되고 안 되고의 범주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진중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팬덤 현상도 좀 있었나요, 그때 안희정 팬덤? 팬클럽이 얼마 전에 보니까 아직까지도 활동하고 있다고 그래서 제가 놀랐는데.
◆ 문상철> 저도 최근에 그 사진을 보기는 했는데요. 그 팬 문화가 극대화됐던 게 대선 경선 때 많이 극대화됐었고.
◇ 박재홍> 안희정 전 지사의 팬클럽이 여전히 존재한다?
◆ 문상철> 지금도 일부 존재하고 있고요. 다만 2017년 대선 경선 당시에는 정치인은 되게 외로운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칭찬도 받지만 비난도 많이 받아서 점점 자기만을 위해 주고 좋아하는 사람들만 찾게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팬덤에게 집착하게 되고 다만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모이는 팬덤들도 있지만, 팬덤을 이용해서 정치인과 거래를 하거나 이 팬덤을 모아놓고 내가 이 사람의 대표자격으로 정치인과 동등한 역할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저는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정치인들이 팬덤과 팬덤의 역할을 어느 정도로 선을 긋고 나를 좋아해 주는 것에서 끝난 것인지. 이분들이 정책에 관여하고 정치에 관여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선 긋기가 필요한데 그 선을 긋지 못하다 보니…
◇ 박재홍> 선 어떻게 그을 수 있을까요? 사실 본인을 좋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나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 김성회> 그런데 눈에 보기에 로비스트들은 티가 났던 거죠?
◆ 문상철> 로비스트 같은 경우는 국내외 로비스트들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는데 그 로비스트들은 정치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오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알고 온 정보를 가지고 이용해서 접근하니까 이제 그 사람 기호라든지 생각하는 성향들을 많이 이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상대의 어떤 좋아하는 걸 파악하고 접근한다, 로비스트들이? 이를 테면?
◆ 문상철> 예를 들면 이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든지 아니면 좋아하는 술 그리고 어떤 풍경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대부분 주변에서 조사를 해 와서 우리가 그 환경에 가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왜 기분이 좋지?'라고 하지만 이게 대부분 다 세팅되어 있는 상황에 가기 때문에 그런 긍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을 갖게끔 하는 데는 로비스트들이 굉장히 큰 영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진중권> 참 열심히들 산다.
◇ 박재홍> 이번 책을 통해서 한국 정치 구조적 문제도 지적하고 싶었다.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 말씀하고 싶었다는 서문을 밝히셨는데 뭐랄까요. 이 책을 쓰시면서도 많은 비판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 문상철> 항상 저를 불편해 하는 분들은 지금도 여전히 불편해하고 계시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도청이나 국회에서 같이 몸담았던 선배들이나 후배들이 많이 연락이 와서 자신들이 몰랐던 일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리를 해 줘서 고맙다라는 분들도 있었고요. 일부 국회에 있는 후배들 같은 경우는 심장이 요즘 안 뛰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심장을 뛰게 해 줘서 고맙다라고 연락을 주는 친구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사실 김지은 씨를 도우시면서 사실 어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정치인으로서의 꿈도 어떤 면에서 큰 어려움을 현재 겪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걸 또 돕는 것을 행동으로 옮겼던 순간에 혹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냐, 후회하지는 않으시냐. 청취자 질문이 또 있어서.
◆ 문상철> 지난 5년 동안 제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잠시 멈칫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바로 '이렇게 도와줘야지'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 몇 초 정도 멈칫은 하겠지만 제 판단은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책 쓰시면서 지금 다니시는 직장도 퇴직하신 상황인데 앞으로 행보랄까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
◆ 문상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기에는 너무 급작스러운 일들이 있어서 계획까지 잡지 못했고요. 다만 제가 믿고 있는 신념은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이렇게 사람들도 만나고 시간을 갖다 보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박재홍> 다시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치권에서 일하시고 싶은?
◆ 문상철> 당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제가 처음 사원으로 들어가서 일을 배우고 그 회사에서 뭔가 임원이 되고 일을 하겠다는 것은 모든 회사원들의 공통점이기 때문에 제가 정치권에서 일을 시작했고 거기서 10년 정도 일을 배웠기 때문에 언젠가는 기회가 된다면 제가 배운 것들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 박재홍> 마지막으로 우리 정치권 혹은 우리 국민들께 이 몰락의 시간 책을 통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짧게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문상철> 정치인분들이 외롭기도 하고 자기의 생각을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정치인분들이 유능하시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답은 다 알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본인들이 알고 있고 국민이 원하는 상식에 맞춰서 행동하시면 국민과의 그 괴리가 가까워지지 않을까,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오늘 여기까지. 몰락의 시간의 저자인 문상철 전 비서관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문상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