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은 지난 16~17일 이틀 동안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솔로 콘서트 '메타모프'를 열었다. 사진은 '더 리즈니스' 콘셉트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메타모프'(METAMORPH). 지난 16~17일 열린 태민의 단독 콘서트 제목이다. 이번 공연은 최근 새로 지어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리는 첫 단독 공연이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2014년 솔로 데뷔 후 그룹 활동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색을 입혀가고 있는 태민이 4년 9개월 만에 한국에서 개최하는 오프라인 콘서트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콘서트로 관객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본인이 여러 차례 언급했고, "어떤 아티스트인지 스스로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 만큼 기대치가 한층 올라간 상태였다.
17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태민의 솔로 콘서트 '메타모프'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비욘드 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해서도 유료 공개됐다. 콘서트 시작에 앞서 '게스 후'(Guess Who)라는 노래가 공연장을 채웠다. 약속된 공연 시각이 되자, 가로 6m, 세로 6m의 360도 상하 반전 회전 상부 구조물 위에서 태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됐다는 이번 구조물을 통해 태민은, 똑바로 서 있는 모습부터 완전히 거꾸로 매달린 모습까지 '360도'를 다 보여줬다. 몸을 구조물에 단단히 고정한 탓에 춤을 출 순 없었지만, 파격적인 등장만으로 첫 곡 '더 리즈니스'(The Rizzness)는 제 역할을 다했다. '누구인지 맞혀 봐'라는 도발에 내놓은 태민의 즉답으로 읽혔다. '이게 태민의 공연'이라고 알리는 신호 같았다.
태민은 첫 곡 '더 리즈니스'에서 360도 상하 반전 회전 구조물을 통해 거꾸로 서 있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오프닝은 강-강-강으로 내달렸다. 가사나 퍼포먼스 모두 예민함이 두드러지는 날카로운 분위기의 '어드바이스'(Advice) 무대 땐, 평범한 군복 콘셉트인 줄 알았던 의상이 알고 보니 배를 노출하는 스타일이었다는 반전이 있었다.
'일식'(Black Rose) 때는 일렬로 선 태민과 댄서들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팔 안무와 시간차 조명 조절로 장면을 잘게 분절한 듯한 효과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드론의 시점인 듯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의 카메라 워크는 전체적인 안무와 대형(포메이션)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즉석에서 다양한 효과를 넣어 양옆에 세워진 전광판에 담아낼 수 있었다. 실제 무대 위 태민에게선 볼 수 없지만, 전광판에는 효과가 더해져 새롭게 연출되는 방식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상대의 치명적인 매력을 스톡홀름 신드롬이란 소재로 풀어낸 '크리미널'(Criminal) 무대에서는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대의 포로가 된 화자의 위치를 그리듯 흰 그물이 펼쳐지도록 했다. '크리미널'은 재킷 지퍼를 풀러 맨몸의 상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고, 공연장을 뒤집을 만큼 큰 환호성이 뒤따랐다.
태민은 이날 콘서트에서 20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이렇게 솔로 콘서트를 통해 여러분들을 너무 만나 뵙고 싶었어요. 여러분들 오래 기다리셨죠? 많이 보고 싶었죠. 저도 여러분들이 너무 그리웠는데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아낌없이 보고 싶던 마음을 마음껏 표출하고 또 여러분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릴 예정인데요. 여러분들 오늘 끝까지 즐길 준비 되셨어요?"태민은 '메타모프'라는 콘서트명을 두고 "어떤 성장 과정, 진화 과정을 독일어로 했는데 뭔가 발생하는 의미라고 하더라. 이번 콘서트는 또 이제 (제가)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내포한 이름에서 따와서 '메타모프'다"라고 설명했다. 태민은 팬들에게 이번 콘서트의 별칭을 같이 지어보자고 제안했는데, 팬들이 '메타모프'의 뜻인 변태(變態)에서 비롯한 '변태콘'을 외치자 애써 외면해 웃음을 유발했다.
"여러분을 플러팅하는 곡"이라고 직접 소개한 '유인'(Impressionable)은 '메타모프'에서 최초 공개하는 무대였다. 역시나 천장캠을 단 듯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구도가 등장해 퍼포먼스를 더 꼼꼼하게 훑어볼 수 있었다. '헤븐' 무대는 가로 14m, 세로 9m의 초대형 슬로프 리프트를 분할하고 업그레이드한 세트, "지옥 같은 세상 속에"라는 가사에 맞춰 댄서들이 태민을 붙잡으려고 쫓아 올라가는 듯한 안무가 돋보였다.
'도어' 무대 때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찬가지로 콘서트 첫 공개였던 '스트링스'(Strings)는 세트 리스트 가운데 가장 본격적인 '섹시' 무드의 곡이었다. "부서질 듯이 좀 더 나긋이 날 울려줘" "섬세한 너의 손길로" "숨이 맺힌 입술로 너는 서글피 내 이름을 덧칠해" "나를 안아줘 끊어질 듯이" 등 자기 자신을 현악기에 비유한 수위 높은 가사와, 누운 태민을 위에서 바라보는 듯한 카메라의 시선이 겹쳐 관능미를 극대화했다. 살짝 걱정돼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이번 공연 관람 등급은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였다.
옷 속에 손을 집어넣어 배를 노출하는 댄스 챌린지 안무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신보 타이틀곡 '길티'(Guilty)에서도 카메라의 움직임은 직접적이었다. 배 아래부터 올라가 얼굴까지 차례로 훑는 구도여서, 제목 그대로 보는 이에게 죄책감을 느끼도록 유도하고자 한 의도가 엿보였다. 태민은 평소와 달리 '길티' 1절 전체를 댄서 없이 홀로 소화했는데, 오로지 본인의 존재감만으로 허전함 없이 무대를 채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곡을 한국어로 번안한 '도어'(DOOR)는 상의를 입지 않은 맨몸의 무대로 유명한데, 이번 콘서트에서는 노출보다는 안대를 한 채 무대를 꾸미는 데에 초점을 맞춰 퍼포먼스에 더 눈이 가도록 했다. '더 리즈니스' 때처럼 360도 회전한 태민은 안대를 쓴 채로 안무를 선보였다.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안대를 벗은 무대 후반부에는 훨씬 더 주저 없이 춤을 추며 댄서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날 공연에는 샤이니 키와 민호가 응원차 방문하기도 했다. 공연은 2시간 여만에 끝났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전부 타이틀곡으로 활동한 바 있는 '원트'(WANT) '괴도'(Danger) '무브'(MOVE)에서는 9년 경력이 쌓인 '솔로 가수'의 관록이 짙게 묻어났다. '원트'와 '무브'에서는 다른 어떤 무대보다 여유롭고 능란한 태민을 발견할 수 있었고, '괴도'는 '잇츠 마이 쇼 타임'(It's my show time)이라는 가사 후 이어지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백미였다. 양옆 댄서들에게 총을 쏘고 본인에게도 겨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가 강렬했다. 응원법 외치는 부분이 많아 후반부로 갈수록 사실상 샤이니 월드(공식 팬덤명)와의 듀엣곡처럼 느껴지는 것도 재미있었다.
보컬이 강조된 '오늘 밤'(Night Away)과 '블루'(Blue)는 모두 미니 4집 수록곡이었다. 태민은 "잔잔한 노래를 들려드리겠다"라고만 해서 이게 본무대의 마지막 곡이라는 것은 세트 리스트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관객석의 '사랑인 것 같아'(I Think It's Love) 떼창 이벤트 후 시작된 첫 앙코르곡은 인트로가 추가된 '이데아'(IDEA:理想)였다.
반짝거리는 연회색 수트를 입고 나온 태민은 "새로운 눈을 뜬 나"라며 하늘을 보며 무대를 마쳤다. 이미 1시간 40여 분을 달렸는데, '이데아' 인트로가 나올 때 오히려 공연이 다시 시작된 느낌이었다. 실제로 꽃잎이 떨어져 낭만적이었던 '팬지'(Pansy)와 팬들의 이벤트 답가 같았던 '사랑인 것 같아'의 '잔잔 모드'를 지나 마지막으로 '아이덴티티'(Identity)가 등장했다. 화면에 띄운 태민의 형상이 흰 빛으로 변하고 끝내 문이 닫히는 연출로 '공연 종료'를 알렸다.
관객석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여러분들이 저를 이렇게 막 외쳐주시고 불러주실 때 너무너무 기분이 좋고 진짜 뭐랄까 설렌다고 해야 하나. 엄청 막 가슴이 뛴다. 보면서 신기하고 들으면서 엄청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라고 고백한 태민은 "저도 헤어지기 싫은데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만날 거니까 또 만날 날을 기억하면서 인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샤이니 키와 민호가 응원 방문을 오기도 했던 '메타모프' 마지막 날 공연은 약 2시간 만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