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중소기업계가 최근 새해 사자성어로 '운외창천(雲外蒼天. 구름 밖 푸른 하늘)'을 선정했다. 짙은 먹구름을 뚫고 나아가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듯이 '3고'로 대표되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버티면 새해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섞인 선정 결과다.
하지만 내년 중소기업 경기는 올해만큼이나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중소기업계부터가 내년 전망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새해 경영 환경 전망을 물은 결과 84.2%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응답했다. 호전될 것이라는 기업은 15.8%에 그쳤다.
민간 소비로 대표되는 내수의 경우 KDI는 올해 1.9%보다 하락한 1.8% 성장을 전망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4.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과도한 가계 부채와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가 내수 위축으로 나타난 것.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1분기 -8.1%로 시작했던 중소기업 수출 성장률은 2분기 -3.4%, 3분기 -1.1%를 기록하는 등 올해 내내 마이너스 성적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소폭 증가로 돌아설 전망이다. 국내 중소기업 수출의 최대 대상국인 중국 경제가 위축되고 한중간 산업 격차가 줄어들면서 수출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 수출 늘리기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중국 이외의 미국이나 일본, 동남아, 중동 등으로 중소기업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라는 것.
하지만 수출 다변화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국내 중소기업의 80%가 다른 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다변화가 쉽지는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80% 정도가 내수 기업인데 이를 단시간에 수출 기업으로 전환하기도 어렵고, 기존 수출 중소기업이 수출 대상국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이다.
연합뉴스특히 한중간 기술 격차가 최근 급격히 줄어들면서 한국 중소기업의 중간재를 수입해 쓰던 베트남 기업 가운데 일부가 중국 기업의 중간재로 갈아타고 있다고 중소기업계는 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품목에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수출 시장을 늘리는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라 신산업을 개척해야 하는 '구조적'인 고려가 동반돼야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이 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물론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민간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 두 부분 역시 새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적 'R&D'예산인 소재부품장비특별회계 새해 예산이 올해보다 66%나 줄었다. 정부 전체 예산도 새해 2.8% 증가에 그쳐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른 결과로, 정부 재정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몫을 그만큼 줄였다는 뜻이다.
다만 정부는 벤처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올 3분기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금융회사 등의 벤처투자액은 3조 196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조 6천여억원보다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투자액은 7조 7천여억원으로, 2018년 5조 9천억원, 2019년 7조 5천억원 등의 연간 실적을 웃돈다고 중기부는 밝혔다.
밝지 않은 내년 경제 환경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부실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한계기업'이 올해 17.2% 정도에서 내년에는 18%~20.1%에 이를 것으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이미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9월 0.3%에서 올해 9월 0.52%로 껑충 뛰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체율은 내년에도 상승할 전망이다.
중기연 최세경 정책컨설팅센터장은 "중소기업 부실을 억제하면서 한계 기업 퇴출을 유도하는 '디레버리징'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력 이외의 생산 요소에 대한 생산성과 정부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