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선정수 팩트체커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팩트체크 할 주제 '노인 40%는 빈곤층, 과연 사실인가'인데요. 대한민국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상태라는 것 좀 충격적인데요. 어디서 나온 말인가요?
◆선정수> OECD는 지난 11월 말 '한 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s at a glance 2023)'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국내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보고서에는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의 노인 소득과 빈곤 실태가 실려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이 가장 심각한 걸로 나타납니다. 이 보고서는 65세부터를 노인으로 보는 우리나와는 달리 66세부터를 노인이라고 보는데요.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0.4%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OECD 1위입니다. 66세부터 75세까지 연령대의 빈곤율은 31.4%, 76세부터는 무려 52.0%가 빈곤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조태임> 66세 이상은 40.4%, 76세 이상은 52.0%가 빈곤 상태다. 우리나라만 이런 건가요?
◆선정수> 보고서에 들어있는 그래프를 살펴보면요. 한국은 전체인구 빈곤율(15.3%)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래프 x축이 전체인구 빈곤율을 나타내고 있으니까 그래프의 오른편일수록 전체 빈곤율이 높은 나라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오른쪽에 찍혀있는 나라들은 코스타리카(20.3), 이스라엘(16.9), 멕시코(16.6), 칠레(16.5) 라트비아(16.0), 에스토니아(15.8), 일본(15.7), 스페인(15.4) 정도입니다.
출처: pensions at a glance 2023, OECD그래프 y축은 노인빈곤율을 나타내는데요.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노인빈곤율이 높은 겁니다.
그래프를 보면 한국(40.4)이 압도적으로 높죠. 에스토니아(34.6), 라트비아(32.2), 리투아니아(27.0)가 아래에 있고 미국(22.8), 호주(22.6), 코스타리카(22.4)가 그 뒤를 따릅니다.
◇조태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걸 알 수 있는데요. 빈곤의 기준은 뭐에요?
◆선정수> 빈곤(貧困)의 사전적 정의는 '가난하여 살기 어려움'이라는 뜻입니다. 가난한 것도 살기 어려운 것도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니냐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부자보다는 마음이 부자인 가난뱅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통계적으로 '빈곤'을 따지는 기준이 있습니다.
OECD는 "Percentage with income lower than 50% of median equivalised household disposable income"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소득이 중위가구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0% 미만인 비율"입니다. 한번 더 쉬운말로 바꾸면
우리나라 가구를 쭉 줄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절반보다 버는 돈이 적으면 빈곤한 상태로 본다는 겁니다. 처분가능소득은 번 돈에서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대출이자, 교육비송금 이런 것들을 뺀 나머지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을 말합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구 중위소득은 2998만원입니다.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넘지 않으면 빈곤으로 보니까 연 소득이 1499만원, 월 소득으로 환산하면 124만9167원이 넘지 않으면 빈곤한 겁니다.
한 달에 124만9167원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노인가구가 전체 노인가구의 40.4%라는 이야기죠. ◇조태임> 왜 우리나라는 유독 노인빈곤율이 높은 건가요?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고, 또 모든 국민은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도 말이죠.
◆선정수>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32만3180원입니다. 여기에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인 61만8863원을 더해도 100만원이 안 되죠. 그러니까 별도로 소득이 없는 노인가구는 대부분 빈곤상태라고 봐도 된다는 이야깁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지만 복지 수준은 내세울 것이 없는 형편이죠. 그러니 노인들은 일터로 나갑니다. 2021년 기준 OECD 65세 이상 평균 고용률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34.9%로 가장 높습니다. 다음으로는 일본(25.1), 미국(18.0), 호주(14.7), 캐나다(14.7), 영국(10.3) 순입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용률은 36.2%로 지난 10년간 6.1%p 상승했습니다. 이는 OECD회원국 38개국 평균(15.0%)을 두 배 이상 웃도는 겁니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현재 일을 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이 73.9%를 차지했습니다. 용돈 마련이 7.9%, 건강유지가 8.3%를 차지했습니다.게다가 일평생 벌어놓은 돈은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2년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총 자산은 4억5364만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자산이 적지 않은데도 쓸 돈이 없는 노인들이 많다는 뜻이죠. ◇조태임> 그런데 일하는 분들이 젊고 건강하게 사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일하는 노인이 많은 것은 꼭 나쁜 일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선정수> 일하면 건강하고 좋지 않냐는 분 많이 계실텐데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원치 않아도 계속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하는 것이죠.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면 일을 오래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입니다.
2023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취업자의 37.5%는 스스로 건강이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비취업자는 21.9%만 좋다고 응답했고요. 취업자의 43.3%는 보통, 비취업자는 38.0%가 보통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나쁘다는 응답은 취업자 중 19.2%에 그쳤는데요. 비취업자는 40.0%가 나쁘다고 응답했습니다.
향후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응답은 취업자 18.1%, 비취업자 27.1% 였구요.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취업자 81.9%, 비취업자 72.9%로 나타났습니다. 노후준비 항목에서도 취업자는 68.1%가 준비하고 있다 또는 준비돼 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비취업자는 51.4%만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준비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취업자의 31.9%, 비취업자는 48.6%였습니다. 일하는 노인이 덜 의존적이고,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 더 자신있어 하며 남은 여생에 대해서 더 자신있어 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거죠.
◇조태임> 저출산고령화가 갈수록 심해진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이 노인빈곤 현상은 어떻게 될까요?
◆선정수> 노인빈곤율은 2011년 46.3%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점차 낮아져 2022년엔 38.1%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한 세대, 그러니까 30년 정도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2050년에 노인이 되는 1980년대생들은 노후 준비를 잘해서 노인 빈곤율이 낮아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세금 내는 사람들이 줄고 재정이 위축되고 복지 지출이 쪼그라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는 '성장'과 '분배' 양면에서 큰 어려움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효과적인 정책대응이 없는 경우 2050년대에 0% 이하의 성장세를 보일 확률이 68%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뜻입니다.
1954년 이후 우리나라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낸 해는 1980년 1차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20년 코로나19 세 차례밖에 없었습니다. 경기가 위축되면 약자들의 고통이 더 커지는 걸 목격했죠.
분배 측면에서도 세대 내의 불평등 수준이 높은 고령층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의 불평등도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소수의 부자 노인들이 엄청난 부를 쌓아놓는 것에 비해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많은 평범한 노인들은 연금에 기대서 생활해야 하는데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도 심각해지는 상황입니다.
◇조태임> 그럼 어떻게 대처 해야될까요?
◆선정수>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해법은 이렇습니다. "노인 빈곤문제는 고령층 내의 건강(근로가능 여부)-자산 측면의 이질성을 감안하여 3대 축(근로소득 확충-부동자산 유동화-기초연금 보강)을 중심으로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게 또 무슨 소리냐고요.
건강하신 분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일을 해 돈을 벌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산은 있는데 부동산에 묶여서 쓸 돈이 없는 분들은 묶여있는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요. 주택연금, 농지연금 이런 것들이 나와있거든요. 집, 땅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 맡기고 돌아가실 때까지 연금을 받는 형태입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부동산을 갖고 있다가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팔아서 집장만을 도와주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층 30% 정도(2018년 조사, 28.5%)만 집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응답했습니다.
2022년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는 11만5000명이고 평균 나이는 72세, 평균 월 지급금은 118만원인 걸로 나타났습니다.마지막은 기초연금을 보강하는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12월12일 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는데요. 기초연금은 2028년까지 4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보수 언론에서는 재정위기를 초래한다며 지급 대상을 축소하라고 주문하고 나섰습니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조태임> 건강하신 분들은 오래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책이 나와야 되고,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분들은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건강을 지켜야겠네요. 자산의 유동화 이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고요.
◆선정수> 네 장래인구추계 같은 통계를 보면 저출산고령화현상이 심해지고 굉장히 암울한 그림이 그려지는데요.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노인들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그림을 정치권에서 그려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누가 미래사회에 잘 대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서 투표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건강지키고 나이들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돈벌이를 만들어 놓는 게 꼭 필요할 것 같네요.
◇조태임> 우리나라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라고 하는데, 노인빈곤율이 이렇게 높다는 건 그 간극이 너무 큽니다. 현재 복지 예산 배분 이런 부분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요 정부의 다각적 대책 마련 절실해 보이네요.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진행 : 조태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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