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들을 모방한 두 번째 낙서범 20대 남성 A씨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범행을 따라 한 이른바 '2차 피의자'가 구속됐다. 앞서 범행을 저지른 10대 피의자는 '만 17세' 미만인 점 등이 고려돼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설모(28)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열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수사 등에 따르면 설씨는 지난 1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다.
범행 하루 뒤 경찰에 자수한 설씨는 이날 영장심사를 마친 뒤 '범행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지', '죄책감이 들지 않는지', '1차 범행을 보고 모방한 건지', '아직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설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다"며 "죄송하다. 아니 안 죄송하다. 저는 예술을 한 것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미스치프'는 2019년 결성된 미국 아티스트 그룹이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 임모군. 연합뉴스한편 설씨가 범행을 저지른 하루 전날 경복궁 담장에 낙서한 혐의를 받는 임모(17)군은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부장판사는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피의자는 만 17세의 소년으로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돼 있는 점 등을 비롯해 피의자의 심문 태도, 변호인의 변소 내용을 감안할 때 피의자에 대해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등 세 곳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 등을 적어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임군은 공범 김모(16)양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지만, 경찰은 김양의 나이와 범행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석방했다.
경찰 수사 등에 따르면 임군과 김양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배후 인물로부터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한 뒤 세종대왕상으로 이동해 낙서하라는 추가 지시를 받았다. 다만 이들은 경비가 삼엄하다며 추가 범행은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지시를 내린 배후 인물은 임군과 텔레그램으로 접촉했다. 이 인물은 지난 11일 텔레그램 단체방에 '일하실 분, 300만원 드린다'라는 글을 보고 임군이 연락하자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임군과 김양은 범행 과정에서 택시 명목 등으로 10만 원을 각각 5만 원씩 두 차례 나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돈은 모두 임군이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해 5시쯤 심사를 마친 임군은 취재진이 '범죄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지', '문화재 훼손한 것에 대해 반성하는지' 등을 물었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