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성탄절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 대한 현장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 화재로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박종민 기자성탄절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감식 과정 중 현장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더불어 이번 화재가 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감식 결과가 나왔다.
26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오늘 화재감식 과정에서 담배꽁초 등을 발견했고, 화재와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그외 화재 원인과 관련한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폭넓게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또한 이날 "관계기관 간 합동 감식 결과,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은 배제됐다"면서 "인적(人的) 요인에 의한 발화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소방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함께 총 21명을 투입해 3시간이 넘게 화재 현장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 결과, 전날 화재는 301호 거실에 인접한 작은 방인 '컴퓨터 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방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물들이 나왔다. 인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 관련자 조사가 남아 있다"면서 "증거물을 말하는 순간 관련자들의 진술이 변경될 수 있어서 더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방화문은 설치돼 있었고, 현장 감식 당시에는 방화문이 열려 있는 거로 확인 된다"면서 "평상시 방화문이 개방됐는지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굉장히 큰 상황"이라며 불이 빠르게 번진 배경을 설명했다.
26일 성탄절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외벽이 그을려 있다. 이 화재로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박종민 기자
한편 지난 25일 오전 4시 57분쯤 해당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상자도 27명 발생했다.
불이 난 3층 바로 위인 4층에 살던 30대 남성 A씨는 2살 아이를 포대에 넣어 던진 후 7개월 된 아이를 안고 뛰어내렸지만 결국 숨졌다. 아이들은 모두 살았고, 뒤이어 뛰어 내린 A씨의 부인도 목숨을 건졌다.
소방 당국에 가장 먼저 신고한 30대 남성 B씨도 목숨을 잃었다. 10층에 거주하던 B씨는 가족들을 모두 대피시킨 후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대피 중 연기를 흡입해 숨진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 1차 소견으로 이들의 사인이 각각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 '화재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서울 도봉경찰서 강력1팀 등 3개 팀을 투입하고 집중 수사 중"이라며 "1차 현장 감식, 변사자 검시,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했고 오늘 변사자 부검, 합동 감식을 실시하는 등 화재 원인과 경위에 대해 면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