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김희중(58) 인천경찰청장이 최근 마약 투약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가 숨진 배우 이선균(48)씨를 둘러싼 무리한 수사가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씨 수사를 둘러싼 여러 쟁점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하며 변명 대기에 급급했다.
김희중 인천청장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사항 유출 없었다" 주장
28일 오후 인천경찰청 청사에서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이 이선균 사건과 관련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 청장은 28일 오후 인천경찰청에서 취재진에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 압수, 포렌식 등 모든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첫 조사 때는 고인이 '다음에 진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2차 조사 후 추가 증거를 확보해 지난 23일 다시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차) 조사 당시 변호인이 '공갈 사건의 피해자 조사를 같이 진행해 한 번에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고인의 진술을 충분히 들어주는 차원에서 장시간 조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당시 심야 조사도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고인의 동의를 받아 진행했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 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공보 규칙을 더 철저히 준수하고 인권 보호에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비공개 소환 요청 묵살' 지적하자 "공보준칙 준수 여부 애매" 변명
황진환 기자김 청장의 입장 발표에 이어 인천경찰청 수사부의 강압수사 지적에 대한 반박 브리핑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수사부는 3차 소환 조사 당시 이씨 측의 비공개 요청에도 공개 소환한 경위 등 무리한 수사라는 일부 지적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스스로도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등 변명 대기에 급급했다.
송준섭 인천경찰청 수사부장은 이씨 측이 3차 소환조사 당시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전사고 우려와 조사 장소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씨 측은 조사 장소인 인천 논현경찰서의 지하주차장을 통해 입장하길 원했지만 건물 구조상 이씨가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하더라도 조사실로 가능 통로가 통유리창 구조여서 이씨의 소환 사실을 감출 수 없다는 것이다. 수사부장은 또 지하주차장으로 입장하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질 경우 지하주차장으로 취재진이 몰리면서 안전사고 우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취재진이 "이씨 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비공개 소환 조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이 완강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배치되는 게 아니냐"고 재차 묻자 송준섭 수사부장은 "명확하게 공보준칙을 어겼다 또는 어기지 않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말을 바꿨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경찰의 수사자료가 자료 사진으로 게재된 상황에 대해서는 "적어도 수사부서인 인천경찰청을 통해 유출된 자료는 없다"면서 "혹 다른 곳에서 자료가 유출된 게 있더라도 공보준칙을 준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수사자료 유출이 없었다고 밝히면서 유출 여부도 제대로 확인은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인다.
"마약 투약 관련 직접 증거 없이 2달간 수사…사회적 타살" 지적도
황진환 기자
이씨는 지난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형사 입건돼 2개월가량 경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전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시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이씨 죽음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 나왔다.
인권평화연구원 조영민 상임연구위원은 "이선균씨는 간이 시약 검사와 모발 정밀 감정 결과 모두 음성이 나오는 등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해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두 달여간 강압수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마약이 아닌 유흥업소 실장과의 사적 통화 내용이 주요 뉴스로 나오는 상황에 내몰린 점 등으로 비춰 그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로 볼 수 있는 사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故이선균 배우 사망에 대한 인천경찰청 입장' 전문[전문]인천경찰청 입장 |
먼저, 고인께서 사망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인에 대한 수사는 구체적인 제보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했습니다. 10월28일 1회 출석 시에는 고인께서 다음번에 진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11월4일 조사 이후,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있어 12월23일 다시 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당시 변호인 측에서 "고인의 혐의에 대한 조사 및 공갈 사건에 대한 추가 피해 조사를 한번에 마무리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고인의 진술을 충분히 들어주는 차원에서 장시간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심야 조사는 고인의 동의와 변호인 참여 하에 진행됐습니다. 이외에도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 압수, 포렌식 등 모든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이 참여하고, 진술을 영상녹화하는 등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출석요구나 수사사항유출은 전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공보규칙(경찰수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칙) 등 관계법령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인권보호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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