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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하길"…코로나 종식 후 첫 '제야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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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하길"…코로나 종식 후 첫 '제야의 종'

    2024년 갑진년 서울 종각역 타종행사…10만 인파 몰려
    시민들, 가족 건강·경기 회복·세계 평화 기원
    서울시·경찰 사고 예방 총력전…대중교통 새벽 2시까지 연장운행

    2023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2023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들이 다가올 2024년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박희영 기자2023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2023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들이 다가올 2024년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박희영 기자
    "10, 9, 8, 7, 6, 5, 4, 3, 2, 1…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24년 '푸른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을 여는 '제야의 종'이 울려 퍼졌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인 전날(12월 31일)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렸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종식 선언 후 마스크 없이 진행된 첫 타종 행사에는 경찰 추산 시민 10만여 명이 모였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타종 행사가 재개됐던 지난해보다도 약 2배 많은 규모다.

    자정 무렵 서울 기온은 0도 안팎으로 흰 입김이 나올 정도였지만, 바람은 세게 불지 않아 체감상으로는 비교적 포근한 날씨였다. 종각역 앞에 모인 시민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하늘에 불빛을 비추며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제야의 종소리가 우렁차게 울리자 시민들은 함성을 지르며 서로 부둥켜안기도 했다.

    보신각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세종대로에는 지름 12m 크기의 구조물 '자정의 태양'이 떠올랐다. 33차례에 걸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시민들은 함께 온 가족, 친구, 연인과 새해 덕담과 포옹을 나누고, 이 순간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기도 했다.

    '2023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31일 오후 11시부터 보신각 타종 전 약 40분간 보신각~세종대로 일대에서 사전 공연이 진행됐다. 박희영 기자'2023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31일 오후 11시부터 보신각 타종 전 약 40분간 보신각~세종대로 일대에서 사전 공연이 진행됐다. 박희영 기자
    새해 첫 순간을 맞이한 시민들은 두 손 모아 새해 소망을 간절히 기원했다. 충남 천안에서 처음으로 자녀들을 '제야의 종' 행사에 데리고 온 김길용(52)씨는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가고 중학생이 되는 아이에게 타종행사를 보여주고 싶어서 왔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국가 경제가 좋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마스크 없이' 이뤄진 첫 타종행사인 만큼 사회 안정을 기원하는 이도 있었다. 7살 손녀를 데리고 나온 김은주(66)씨는 "다시 사람들을 보게 되니 너무 좋다. 막혀 있던 세상에서 열린 세상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김씨는 "가족이 건강하고 나라가 안정됐으면 좋겠다"는 새해 소망을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의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온 임남경(28)씨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마스크 없이 편하게 많은 인파가 모여서 다니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즐겁다"고 했다. 임씨는 "미국에 있을 때 뉴스로 이태원 참사를 접하고 충격이 컸는데, 뉴스에서 17만 명이 몰린다고 해서 걱정했다"며 "그런데 경찰 등 많은 인력이 준비돼 있어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타종행사를 기다리며 노점상에서 복권을 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충남 당진에서 각각 12세, 6세인 두 아들을 데려온 이수호(50)씨는 "2023년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24년에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복권을 샀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 중 '푸른 용의 해'를 맞은 용띠 이원호(12)군은 "친구가 많아지면 좋겠고 (부모님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돌아보며 시민들은 지난해 충격적인 일로 흉기난동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을 꼽으며 새해에는 사회의 온기와 세계 평화 등을 기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김경우(28)씨는 "묻지마 범죄가 충격적이었다"며 "세상이 따뜻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아픈 사람도 꽤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해에는 서로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경남 창원에서 아내와 타종행사에 온 박인철(60)씨는 "지난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경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은 전쟁이 일어나는 곳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빨리 전쟁이 종식돼 더 이상 희생자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민대표 12명, 글로벌 인플루언서 6명 등 22명이 참여했다. 시민대표에는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이상동기 범죄 피해자를 구한 18살 의인 윤도일씨, 자신의 안경원 밖에 쓰러져 있던 기초생활수급 어르신을 구한 안경사 김민영씨 등이 포함됐다. 또 타종 행사 전후로 400m 퍼레이드 등 거리공연과 케이팝(K-POP)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주최 측인 서울시는 서울시·종로구 안전관리요원 등 지난해의 약 2배 수준인 총 1100여 명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도 서울 종로·남대문 경찰서 경찰관 450명과 기동대 34개 부대 등 총 2490여 명을 배치했다. 테러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찰특공대를 6곳에 투입했다.

    경찰과 서울시는 특히 종각역 일대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시민들이 뭉치지 않도록 했다. 행사가 열리는 시각 전후로 보신각 주변 일부 구간의 교통을 통제하고 전날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을 무정차 통과시켰다. 행사 이후에는 귀갓길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을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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