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강제동원 손해배상 재판과 관련된 본인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 최종 확정판결 시점을 연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 회복을 위한 '충분한 준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3일 밝혔다.
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자료 답변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외교부 2차관 재직 중이던 2015년 6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만났는데, 이 때 강제동원 재판 재상고심 진행 과정과 관련해 임 차장과 의논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2020년 8월 사법농단 관련 재판에 출석해서 본인이 '대법원 최종 확정판결 시점을 최대한 연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졌고,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배상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했었다.
실제로 대법원은 손해배상 확정판결 선고를 미뤘고, 2005년에 시작된 재판은 2018년에서야 결과가 나왔다. 그 사이 원고 대부분은 세상을 떠났다. 단 확정판결은 조 후보자의 주장과 달리 개인청구권은 유효하다는 내용이었다.
발언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조 후보자는 "대법원 판결이 2-3개월 내 신속히 확정될 경우 내실 있는 이행 조치(입법, 재단 설립, 모금)가 어려우므로 이를 위한 충분한 준비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며 "정부 '해법' 취지에 따라 피해자의 원활한 피해 회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이나 공익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 정부가 법원에 의견서나 자료를 제출하는 제도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청구권협정의 개인 청구권 문제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청구권협정으로 한일 양국 및 양 국민간의 청구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이 역대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는 주장을 반복해, 이 문제가 청문회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편 그는 한중관계와 관련해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다름 속 어울림'의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의 주권·체제·정체성 관련 사안은 입장을 분명히 하되, 지역 및 글로벌 공통 과제 등 협력할 사안은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아무런 제재 또는 공동성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일에 대해선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침공 속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러의 협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는 중러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만큼, 각급에서 소통을 지속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견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된 러시아와의 외교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외교·지정학적 환경 하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도 있다"면서도 "우리의 국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일관성 있는 원칙과 기준을 수립해 '원칙 있는 외교'를 추진해 나가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