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연합뉴스'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향후 꾸려질 특별조사위원회가 제대로 진상 규명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다른 사회적 재난에 대한 특조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우선 이번에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특별검사(특검) 요구 조항이 삭제된 점을 우려했다. 강제 권한이 없는 특조위의 한계가 명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별법법 초안에는 특조위가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국회에 특검수사 임명을 의결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여당은 이미 경찰·검찰 수사가 마무리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특검 요구권을 반대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끌어내려 특검 요구권을 뺀 중재안을 내놨지만, 여당이 계속 반대하면서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중재안이 통과됐다. 특조위의 영장청구 요건도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거부할 때'로 문턱이 높아졌고, 활동기간 동안 이태원 참사 관련 범죄행위의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됐다.
이 때문에 과거 특조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특검 권한이 없는 특조위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 비상임위원이었던 성공회대 김서중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특조위가 특검 요구권을 가져야 한다"며 "기존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특검 요구를 포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위가 조사할 때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수사권이 있는 검찰 혹은 특검을 통해 수사를 해야할 수 있다"며 "검찰이 해야 할 일을 나중에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면 지난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강제적인 권한에서 한계가 많았다"며 "자료 하나를 구하는데도 몇 개월씩 걸리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경찰, 검찰처럼 강제 수사의 권한이 없는 선에서는 (특조위 조사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정치권이든, 정부든, 대통령이든 얼마나 (진상조사에) 진지하게 접근하느냐는 부분이 관건이다"고 조언했다.
특조위의 활동 기한이 짧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안에서는 특조위의 활동기한 연장 기간이 기존 6개월이었는데, 통과된 안에서는 3개월로 줄어들었다.
사참위에서 조사관으로 활동했던 환경보건시민센터 김영환 연구위원은 "조사의 전문성을 올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같은 기구는 늘 (수사 또는 조사) 업무를 하고 있다가 특검이 구성되면 파견되는 식"이라며 "하지만 특조위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오는 만큼 법의 요건 안에서 조사하는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교육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서중 교수도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기간을 3개월로 축소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정된 기간으로 활동하면 위원들 내부에서 갈등과 반발로 기한이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유의미한 조사 결과 없이 활동이 끝날 우려가 있다. 위원회에서 정당하게 기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특조위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위원 구성이 관건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 표결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특조위원은 11명으로 구성되는데, 국회의장과 유가족이 추천하는 3명, 여당과 야당이 각각 4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기존 국회의장 추천 1명, 유가족 등 관련 단체 추천 2명,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하는 방식에서 유가족 추천 몫 2명이 없어졌다.
과거 특조위도 구성할 때마다 위원들의 경력이나 추천 배경 등을 놓고 진통을 겪은 일이 적지 않았던만큼, 권한과 기한에 한계가 있는 이번 특조위는 위원 구성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필규 변호사는 "위원 구성에 있어서 적어도 피해자들이 원치 않는 인사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최소한 위원의 과거 경력을 봤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방해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인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고, 이번 특조위가 역할을 다하려면 위원 구성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사참위에 참여했던 한 고위 관계자는 "국회나 정부에 대해 힘을 빌리거나 또는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을 활용하는 정무적 역량이 있는 인사가 위원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경험으로는 (위원이) 여당이 추천했는지 야당이 추천했는지는 오히려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여당에서 추천하는 위원들이 위원회 내에서 배척되는 정서도 있는데, 오히려 더 소통하면서 그들이 정부를 상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