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A씨가 거주하던 집 안 모습. 김수진 수습기자새해 서울 노원구에서 홀로 살던 60대 남성이 숨졌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해당 남성은 구청의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도, 시신이 상당 부분 부패된 채로 뒤늦게 발견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11일 오전 11시쯤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A씨와 연락이 닿지 않고, 집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구청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A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은 A씨의 죽음에 대해 타살 혐의점이 없고, 질병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추정 이후 시간이 조금 흘렀다"면서 "부패가 중등도 이상 진행됐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오후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A씨의 집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는 물론, 집 안에서는 날파리 수십 마리와 바퀴벌레가 기웃거렸다.
장판 없이 흙토가 깔려있어 마치 공사장 같던 바닥에는 A씨의 옷가지들과 쓰레기들이 한 데 뒤엉켜 있었다. 번듯한 상 하나 없이 바닥에서 식사를 한 듯 음식이 남아 있는 냄비들과 컵라면 용기들도 바닥에 나뒹굴었다. 화장실 또한 엉망이었다. 세면대는 누군가 일부러 파손이라도 한 듯 완전히 깨져 있었고, 변기도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
집 안팎 곳곳에서는 생계·의료·주거급여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흔적이 발견됐다. 생계급여를 받는 이에게 제공되는 '정부양곡을 신청하라'는 우편물이 찾아갈 주인을 잃은 채 우편함에 놓여 있었다.
약 230만 원의 휴대전화 요금이 밀린 탓에 '법적조치 전 거주지로 방문코자 한다'는 방문예정최종통고서도 A씨를 독촉하고 있었다. 전기요금도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째 밀려서, 곧 전기공급이 끊길 거라는 안내문도 벽 한 켠에 붙어있었다.
A씨는 정신적으로도 취약한 상태로 보였다. 최근 정신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물들을 처방받은 흔적도 남겨져 있었다. 노트에는 강박적으로 느껴질만큼 같은 단어가 잔뜩 쓰여있었다.
A씨와 같은 층에 사는 주민 B씨는 "가끔 무언가를 태우는지 탄 냄새가 나고 사이렌이 울린 게 한두 번이 아니"라면서 "A씨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 C씨는 "술을 좋아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 "사람들이 '어쩐지 얼마 전부터 눈에 안 띄었다'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문제는 구청이 A씨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홀로 사는 무연고자로, 고독사 위험군에 해당해 구청의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던 도중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구청은 지난 2021년부터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주민 주도의 돌봄 서비스인 '똑똑똑 돌봄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A씨는 해당 서비스 대상이었다. 구청은 심지어 지난 4일 해당 서비스의 인력을 늘려 위험가구를 빈틈없이 관리하겠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지만, 결국 A씨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구청 관계자는 "1월에도 (돌봄 서비스) 담당자가 두 번 정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고 "돌아가신 것을 몰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고독사한 이들은 3378명에 달한다. 고독사 고위험군 가구가 5만 2718가구에 육박하는 가운데, 위험가구 발굴 및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