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연합뉴스"내일 아이오와는 정말 매우 추울 거예요. 확실하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트럼프 지지자들은 강해요(tough)"
미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세가 열린 인디애놀라 심슨칼리지에서 만난 브래드 바우스테드 씨는 날씨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이어 "코커스가 열리는 곳이 1,700군데나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요. 저의 집은 투표소까지 0.5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구요. 더 험한 날씨가 돼도 저는 투표소에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연일 계속된 눈보라로 도시 전체가 눈에 쌓였고, 이날 오전 기온이 영하 29도, 체감온도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갔지만 열성 트럼프 지지자들의 열기까지는 막지 못한 듯 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놀라 심슨칼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세가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마지막 유세여서인지 행사장인 심슨칼리지 소강당에는 오전부터 수백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었고,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 대학 학생인 제나 씨는 "내가 학교에 입학한 지 1년이 됐고,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정치와 관련해 하고 싶었던 첫 번째 일들 중 하나를 오늘 비로소 해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유세현장에 모여있는 미국 시민들. 최철 워싱턴 특파원이날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위가 오늘 유세에 미친 영향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내일 무슨 일이 있어도 코커스에 참석해달라"고 마지막까지 투표를 독려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단골 레퍼토리인 북한 얘기를 또 다시 꺼내며 "김정은은 매우 똑똑하고 나를 좋아했다"며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냈고,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안전했다"고 자화자찬하기도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놀라 심슨칼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세가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이와 관련해 행사장에서 만난 블레인 멜빌 씨는 "한국이 심각한 전쟁 위기에 처해있고, 만약에 정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누구를 의지하겠느냐"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정책·에너지 정책 실패와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코커스에 참여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하나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워싱턴DC에서 왔다고 하자 멜빌 씨는 "이곳의 음식값이 다 올랐다. 여기도 정말 물가가 비싸다. 그런데 당신은 DC에서 왔으니 이 문제를 누구보다 더 잘알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1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아이오와 아델 지역의 컨츄리 래인 로지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선거 유세를 벌이는 모습. 최철 워싱턴 특파원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악천후로 이날 오전 예정됐던 유세는 취소했지만, 오후 일정은 진행했다.
니키 헤일리 후보의 저녁 유세 장소인 아델 지역의 컨츄리 래인 로지에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온 사라 씨는 "니키 헤일리가 미국을 하나로 묶는 일을 잘할거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에는 이제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트럼프를 찍었다는 그는 "내일 코커스 투표 결과가 나오면 미국은 매우 놀랄 것"이라며 "헤일리 지지율이 지금 언론들이 예측하는 것 이상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사라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법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트럼프를 끌어내리려고 너무 지나치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헤일리 후보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주지사와 유엔 대사의 경험 등으로 잘할 것 같다"며 "일단 엄마들은 일을 잘한다. 믿어도 된다"며 웃었다.
1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아이오와 아델 지역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선거 유세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데이비드 씨도 "헤일리는 아직 국내 정치 무대에 상대적으로 신인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그는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종류의 후보이고, 트럼프보다 더 강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히도 이미 트럼프는 열성 지지자를 빼고는, 나머지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저는 주변 사람들과 니키 헤일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피드백에 힘을 얻고 있다"고도 했다.
데이비드 씨는 '추운 날씨'와 관련해서도 "솔직히 이런 혹한속에서 사람들이 투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민주주의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이 투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 연합뉴스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둔 이날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니키 헤일리 후보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국사위'로 불리는 호건 주지사는 "지난 24년간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승리한 예비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오와 결과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2위 싸움"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아이오와 유력 지역 언론인 디모인 레지스터가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공화당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이 48%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헤일리(20%), 디샌티스(16%)가 이었다.
1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아이오와 아델 지역의 컨츄리 래인 로지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선거 유세를 벌이는 모습. 최철 워싱턴 특파원
니키 헤일리 후보도 이날 유세에서 "다른 사람들은 내려가는데 우리는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이날 오후에만 아이오와주 4곳을 도는 강행군으로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주력했다.
앞서 디샌티스 후보는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에서 기선을 잡기위해 지난 몇 달 동안 주 내 99개 카운티를 모두 방문하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