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문재인 정부 시절 2025학년도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던 자사고와 특목고인 외국어고·국제고가 존치된다. 학교 서열화 및 사교육비 부담 경감 정책과의 상충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설립‧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유지됐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특목고에 대한 폐지를 추진한 지난 정부의 획일적 평준화 정책을 바로잡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해 공교육 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존치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자사고는 34개, 외고는 28개, 국제고는 8개가 있다. 자사고는 모집방식에 따라 전국 단위 자사고(10개)와 광역 자사고(24개)로 나뉜다.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해 사교육 억제에 효과가 있는 후기 학생선발 방식과 자기주도학습전형을 계속 운영하고,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사회통합전형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지역인재를 20% 이상 선발해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학생선발 제도를 보완했다"고 밝혔다.
귀가하는 학생들. 연합뉴스자기주도학습전형은 1단계 내신 성적과 2단계 인성면접(교과 지식 평가 금지)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자사고의 경우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과목 내신 성적을, 외고‧국제고의 경우 영어 내신 성적을 반영한다.
다만 서울의 경우, 전국 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를 제외한 16개 광역 자사고는 1단계를 추첨으로 선발한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전국 단위 자사고 10개교는 현재 지역인재 선발비율이 평균 32.5%여서 민사고를 제외한 9개 학교는 지역인재전형 20% 의무 적용시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사고는 160명 모집정원에 1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어, 20% 확대시 민사고의 전국 단위 선발 부문 경쟁력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2027학년도까지 현행 통합수능 체제에서 주요대의 정시 선발 비중이 40% 이상인데다, 2028학년도 이후부터 적용되는 대입도 내신은 5등급으로 부담이 줄고, 수능의 중요성이 높아져 수능에 경쟁력이 있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성과평가' 실시 근거를 복원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학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개선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2020년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에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국정 과제로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화'를 강조하면서,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이들 학교를 존치하기로 입장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학교 서열화 등 공교육 약화 및 사교육비 부담 증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존치시키기로 한 것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과 상충된다"며 "서울 자사고 방식처럼 입학생 모집시 추첨제를 도입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경우 월 평균 사교육비가 41만5천원인데 비해, 자사고는 69만6천원, 외고·국제고는 64만2천원으로 각각 67.7%, 54.7% 많았다.
한편, 교육부는 자율형 공립고의 설립‧운영 근거가 유지됨에 따라 학교의 여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과 학사 운영을 혁신하고, 지역의 상황과 특성, 요구에 맞는 창의적인 교육 모델을 수립‧운영할 수 있도록 오는 3월부터 자율형 공립고 2.0 시범학교를 선정‧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