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12월 12일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딱 18개월 되는 날"이라며 '문재인 정부 용사'와 '윤석열 정부 용사'라는 문제성 발언을 했다.
국방부는 복무기간 18개월인 육군 병사 가운데 문재인 정부 시기 입대자가 모두 전역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전적으로 현 정부 책임임을 강조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굳이 병사들의 입대 시기까지 나눠가며 의미를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그게 아니라도 신 장관의 발언은 또 다른 측면에서 씁쓸하다.
따져보면 12월 12일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딱 18개월이 아니라 19개월이다. 딱 18개월 전 정부 출범일이라고 한 시점도 5월 12일이 아니라 5월 10일이다.
단순 착오라고 하기엔 12‧12라는 숫자의 의미가 너무 크다. 군으로선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신 장관은 어쩌다 윤석열 정부 출범일을 혼동한 것일까.
그 신원식 장관이 최근 안보 불안에 대해 "북한의 공갈에 흔들리지 마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했다. 지난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면서 한 말이다.
사실 적 앞에서 동요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국력은 국민이 정부와 군을 믿고 일치단결한다면 아무리 큰 위협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커졌다.
다만 그러려면 신뢰가 필요하다. 국방부는 최근 6개월 동안에만도 해병대원 순직사건과 수사단장 항명죄 기소, 홍범도 흉상 철거, 정신전력교재 내 독도 영유권분쟁 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민의에 반하는 행적이 수두룩했던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
안보 위기도 이제는 보다 진솔하고 객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미국은 1994년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하며 전쟁 문턱까지 갔지만 정작 우리 국민은 까맣게 몰랐다. 이른바 '글로벌 중추국가' 국민으로서 두 번 다시 용납해선 안 될 일이다.
신 장관은 미국 전문가들이 한반도 상황을 6‧25 이후 가장 위험하다고 한 것에 대해 "지나친 과장"이라고 일축했다.
시정연설하는 북한 김정은. 연합뉴스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언동과 관련해 "겁먹은 듯 한발 물러선 모습"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역대급으로 세게 나가자 북한은 '적이 핵 도발시 핵 공격'이라는 조건부 입장으로 위축됐다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이것을 그 무슨 우리의 나약성으로 오판하면 절대로 안 될 것"이라고 덧붙인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는 10일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한 사실도 있다.
북한의 호전적 행각을 감안하면 이를 단지 허풍이라 치부하기 어렵다. 만약 그것이 정말 약자의 허장성세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겁먹은 짐승이 오히려 사나운 공격성을 보이고,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