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제공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주관하는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호화 출장' 논란에 휘말리면서 인선 작업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이 휘청거리고 있다.
후추위는 예정대로 선임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터라 어떤 결과를 내놓든 신뢰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앞선 'KT 사태' 때처럼 인선 절차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8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후추위는 전날 6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 18명을 확정했다. 롱리스트에는 포스코그룹 내부 인사 6명과 외부 인사 12명이 포함됐다. 기존 후보군 22명 가운데 4명이 탈락했다.
후추위는 이같은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는 24일 7차 회의에서 '숏리스트'를 결정하고, 1월 말까지 심층 면접 대상자인 '파이널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막중한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는 게 후추위의 최우선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안팎의 잡음에도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변동없이 완주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선 작업 강행 의사를 재차 내비쳤지만, 후추위 행보를 둘러싼 물음표는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현재 후추위는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는데, 7명 전원이 '호화 출장' 의혹으로 최근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들은 최정우 회장 등과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개최한 해외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5박7일간 약 6억8000만원을 썼고, 그중 일부를 자회사가 나눠 부담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일부 사외이사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연합뉴스이 뿐만이 아니다. 최 회장을 비롯한 사내·사외이사 16명은 2019년 8월에도 중국으로 날아가 호화 출장을 가진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로 드러났다. (☞ 참고기사 :
[단독] 포스코 '초호화 이사회'…전세기로 백두산도 갔다)
당시 지출한 비용만 7~8억원이었고, 상당액은 자회사인 포스코차이나가 부담했다고 한다. 캐나다와 중국 출장 모두 유명 호텔에 고급 와인을 곁들인 식사와 골프 라운딩까지 판박이였다.
문제는 깨져버린 공정성이다. 호화 출장 의혹으로 입건된 후추위 위원 7명은 모두 최 회장 임기 중에 선임되거나 연임한 사외이사들이다. 최 회장 본인은 후보군에서 빠졌지만, 그와 가까운 내부 인사들은 후추위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구조다.
특히 현재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다고 알려진 내부 인사는 이들 후추위 위원들과 호화 출장에 동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추위가 선임 절차를 강행해 최종 후보를 내놓더라도 정당성을 확보하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추후 경찰 수사에서 후추위 위원들이 호화 출장 당시 경영진으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은 걸로 나타난다면, 그 여파는 겉잡을 수 없이 번져 포스코그룹 전반에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추위의 입장이야 어떻든 인선 작업의 핵심인 공정성에 금이 갔다는 자체만으로 이미 후추위는 생명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앞날을 위해 올바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후추위는 2월 중 최종 후보 1명을 추리고, 이사회를 거쳐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는 목표다.
앞서 후추위는 호화 출장 논란에 "위원 모두가 엄중한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시 한번 겸허한 자세로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하고 공정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