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저출산 위기 해소 차원에서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활용이 장려되는 분위기지만, 현실에선 활용 문턱이 여전히 높고 직장별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육아휴직 제도와 관련해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힌 사업체는 전체의 20.4%에 달했다. 5곳 가운데 1곳은 육아휴직 활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사업체는 52.5%, '필요한 사람 가운데 일부가 사용 가능하다'는 사업체는 27.1%였다. 이 실태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작년 7~10월 근로자 5인 이상 표본 사업체 5038곳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육아휴직 가능 여부를 놓고는 기업 규모별 격차도 존재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1%가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5~9인 사업체는 같은 응답이 47.8%로 절반 수준이었다. 10~29인 기업도 50.8%에 불과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활용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육아휴직 외 다른 일·가정 양립 제도 관련 실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배우자 출산휴가 관련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사업장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84.1%였지만, 10~29인 사업장은 60.4%, 5~9인 사업장은 57.9%였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필요하면 모두 쓸 수 있다'는 응답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83.5%로 집계됐다. 반면 5~9인 사업장은 54.8%에 불과했다.
이런 제도들을 쉽게 활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동료와 관리자의 업무 과중'이 가장 많이 꼽혔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소득감소 등도 주요 원인이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로, 월 150만 원 상한이다.
원칙적으로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돼야 하지만, 조사 대상 사업체 중 휴직 기간 전체를 승진 소요 기간에 산입한 곳은 30.7%였다. 45.6%는 아예 산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인사 담당자조차 관련 제도를 인지하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난임치료 휴가에 대해선 42.0%, 가족돌봄휴직은 39.3%,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29.4%의 사업체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런 열악한 제도 활용 여건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연구보고서에도 나타나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는 한국이 48.0명으로, 일본(44.4명)을 제외하곤 우리보다 적은 나라가 없었다. 이처럼 저조한 이용률은 육아휴직 등에 인색한 기업문화와 낮은 소득대체율 때문으로 분석됐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유급 출산휴가는 12.9주(90일)로, OECD 38개국 가운데 포르투갈(6주)과 호주·멕시코(12주) 다음으로 짧았다. OECD 국가 평균(18.5주)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짧다.
이용률도 저조했는데, 2021년 기준 한국의 출생아 100명당 유급 출산휴가 사용자 수는 26.1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17개국 가운데 멕시코(13.0명) 다음으로 적었다.
한편 육아휴직을 상대적으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공무원 사회에서도 남녀 간, 부처·지방자치단체 간 사용편차가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등에 따르면 2022년 국가공무원(교육공무원 포함)과 지방공무원의 육아휴직 사용자는 총 5만9758명이다. 이 가운데 75.4%(4만5247명)가 여성이었고, 남성은 24.3%(1만4511명)이었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국가공무원의 경우 대상자(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공무원) 가운데 여성 공무원의 사용률이 37%였지만, 남성 공무원은 10.6%에 그쳤다. 일본 남성 국가공무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2022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 기준 72.5%인 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16개 지자체 가운데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경기도로, 대상자 중 37.4%가 사용했다. 반면 가장 비율이 낮은 자체는 경북으로, 대상자의 21.6%만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