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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결국 확대 시행…영세건설업계 "굶어죽느니 무사고 기도"

기업/산업

    중처법, 결국 확대 시행…영세건설업계 "굶어죽느니 무사고 기도"

    중대재해처벌법, 27일부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시행
    영세 건설업체, 안전보전 전담조직 구성 및 안전 교육 여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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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의 상시근로자 50인(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세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알고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실상 '자포자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대 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업종, 규모에 따른 법 개정과 보완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처법 대응 조치됐다는 영세 건설사, 100곳 중 3곳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중처법이 전면 시행된다. 근로자 사망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을 처벌하는 내용의 중처법은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50억 원 미만 사업장 등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계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확대시행 2년 추가 연장을 요구해왔고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이런 내용을 담은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보이며 결국 중처법이 전면 시행되게 됐다.

    중소 기업계, 특히 중대재해 발생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영세 건설업계에서는 중처법 시행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644명(611건) 중 절반 이상인 341명(328건)이 건설 업계에서 발생했고, 이 중 66.3%(226명)은 50억 원 미만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중처법 시행 이후 중소 건설업계는 법 적용에 대비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열악한 인력·예산 여건으로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법이 확대 적용되게 되면 건설 기업 중 99%가 넘는 중소 건설기업은 형사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며 중처법 확대시행 추가연장을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대한전문건설협회와 함께 전문 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96.8%가 중처법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종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비가 미흡한 이유에 대해 전문건설사들은 △방대한 안전 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 △비용 부담(24.4%) △전문 인력 부족(8.4%) 등이 꼽혔다.

    중처법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25일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연 공동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박광배 실장은 "최근 3년간 건설업 재해자 재해자수는 오히려 증가했다"며 "특히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업의 재해자는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굶어 죽을 판인데 잔소리 귀에 들리나"…"안전관리자, 하늘의 별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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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처법이 전면시행된데 대해 영세 건설업계에서는 "법을 지키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영세 건설사들의 인력 상황상 안전전문가를 1명 이상 채용하라는 방침을 따르기가 버겁고 '부동산 한파'가 매서운 상황에서 이런 인력을 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만 종합건설사 28곳 등 건설사 290곳이 폐업신고를 했다. 지난해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는 전년(261곳)보다 60.15% 늘어난 418곳이었고, 이보다 작은 규모의 전문건설사도 전년(1640곳)보다 17.62% 늘어난 1929곳이 폐업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50억원 미만 사업장은 몇억짜리 리모델링이나 단독 주택 공사 등도 다 포함되는데 서너명 수준의 업체에서 안전전문가 1명을 채용하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며 "굶어죽느니 '사고가 나지 말라'고 기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안전 관리 강화라는 법의 취지를 백번 이해하더라도 대형 건설사는 안전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작은 규모 건설사에게 하도급을 준 현장에 대형사의 안전시스템을 지원해주면 되지만 50억원 미만 사업장은 작은 규모 건설업체들이 단독으로 시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자체적으로 갖춰야 한다"며 "안전조치 강화에 따른 비용 보전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주 처벌 등 처벌을 아무리 강화한다고 해도 굶어죽을 판인 영세 건설업체들이 그런 잔소리를 듣겠나"라고 말했다.

    안전전문가를 구하려도 해도 중처법 시행 이후 몸값이 금값이 된 안전전문가를 모시기도 어렵고, 어렵게 안전전문가를 고용하더라도 대기업이나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는 문제도 있다.

    2022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에 따라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사업이 공사금액 120억 원(토목공사 150억 원) 이상 사업에서 2023년 7월 50억 원 이상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건설사업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안전관리자는 약 3914명에 이를 것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안전관리 분야 건설기술인은 6702명(2만 4196명→3만 898명), 연평균 1300여 명 증가하는데 그치며 수요 증가치를 한참 밑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업계 중소(213개사).중견기업(21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의 38.5%, 중견기업의 52.4%가 최근 1년간 안전관리자가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이직 또는 퇴직하고 있다.

    안전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안법과 중처법이 함께 개정되면서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안전관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형건설사들도 제대로 된 안전관리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평택 반도체 산업단지에서도 안전관리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혹한기, 혹서기에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업 안전관리자 자리, 그것도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 심지어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라면 안전관리자로 가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업종에 맞는 관련 기준 마련되어야…"시행 후라도 추가 유예 결정 가능"


    중처법이 노동자 연령별, 건설공사 공종별로 별도 중처법 관련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정연 박광배 실장은 "상대적으로 재해에 취약한 50대 이상 연령층 비중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 중처법으로 인해 고령자 취업이 매우 제약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현장 경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고령 근로자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해선 별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토목공사에 비해 투입되는 현장 근로자 규모가 크고 작업 위험도도 더 높은 건축 공사 현장에 대해서도 처벌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처법이 시행된 뒤라도 여야가 합의를 통해 확대 시행 2년 유예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라도 여야 합의를 통해 중처법 확대시행 추가유예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존 '중처법 전면시행일'(27일)과 '전면시행 추가유예를 담은 법 시행일' 사이에 일정 시간이 생기게 된다"며 "이 경우 두 시행일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중처법 위반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50억원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적용하지 않는식)'으로 판단한다는 등의 부칙을 다는 방식으로 입법 사각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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