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결되는 모습. 연합뉴스달빛철도. 대구와 광주의 옛이름인 '달구벌'과 '빛고을'을 잇는 이 철도노선의 건설을 위한 특별법,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치·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었던 영·호남의 대표 도시를 연결한다는 상징성과 더불어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사업성 부실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드디어 국회 본회의 문턱 넘은 달빛철도…광주~대구 오가며 총 10개 역 지나는 198.8㎞ 노선
달빛철도는 광주를 출발해 전남 담양, 전북 순창·남원·장수, 경남 함양·거창·합천, 경북 고령을 지나 대구까지 연결되는 총연장 198.8㎞의 노선이다.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방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고, 영호남 간 이동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호남 상생 공약인데다, 총 6개 광역지자체, 10개 역이 건설되는 사업인 만큼 각 지자체의 입장이 중요했는데 모든 지자체장이 일제히 건설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2022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자체장이 다수 교체된 상황에서도 지속됐는데, 정치권 또한 달빛철도에 호의적이었다.
광주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대구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인 탓에 이들 지역의 개발 호재에 대해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윤재옥 의원의 대표 발의로 특별법안이 발의됐는데, 헌정사상 최다인원인 261인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단선-복선, 고속-일반철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지자체, 정부 간 잡음이 일면서 2023년 연내 통과는 무산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논의에 속도감이 붙으면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오랜 기간 제기돼 온 '영호남 잇자'…교통 불편 해소 + 물류 효과 기대감
달빛철도 노선도. 연합뉴스대구와 광주를 비롯해 영호남을 잇는 노선 증설의 필요성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부선과 호남선 등 지방에서 서울을 연결하는 노선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반면, 지방간 노선은 그렇지 않아 상대적인 이동의 불편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두 도시는 고속도로로는 연결이 돼있지만 물류이동 경제성이 높은 철도의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 감소를 감수해야 이동이 가능하다.
직행 노선이 없어 오송이나 대전을 경유해야 하는데, 이 경우 'ㅅ'자 형태로 크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간 노선에 비해 빈약한 동서 간 노선 신설의 필요성, 철도를 이용한 관광 수요 창출에 대한 기대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망 구축으로 더 심화될 수도권 쏠림 현상 해소 등도 달빛철도 신설의 명분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2029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신공항과의 물류 연계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호남에서 발생한 물류를 외국으로 운송하려면 기존에는 인천공항으로 향해야 했는데, 대구경북신공항이 완성되면 달빛철도로 신공항으로 운송해 항공편에 실어나를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비수도권 동서를 처음으로 잇는 달빛철도는 영호남 동서장벽에 혈맥을 뚫는 철도"라며 "달빛철도는 대구경북신공항과 연계, 500만 호남 여객과 물류 수송 기회를 제공해 거대 남부 경제권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에 의하면 한국교통연구원은 2020년 '달빛고속철도 건설연구'를 통해 달빛철도가 7조3천억원의 생산, 2조3천억원의 부가가치, 3만8천여명의 고용 등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했다.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B/C값…낮은 경제성 여전히 해결 안 돼
스마트이미지 제공이같은 기대감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달빛철도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전망이 중론이다.
우선 2021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달빛철도의 비용·편익(B/C)값은 0.483에 그친다. B/C값은 1.0보다 높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달빛철도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정식사업에 포함됐었는데, 정식사업들의 B/C값은 다수가 0.7 이상이었다.
일각에서는 사업성만 따져서는 지방에서의 교통 인프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아예 시도부터가 불가능하다며, 노선이 구축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추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우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제기된다.
하지만 달빛철도를 준공하는 데는 최소 6조원에서 많게는 11조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당초에는 '고속철'과 '복선'이 특별법안에 담긴 탓에 고스란히 11조원을 투입했어야 했다. 그나마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달빛고속철도'가 '달빛철도'로, '고속철도를'을 '일반철도를'로, '복선화 및 첨단화'를 '첨단화'로 바뀌었기 때문에 공사비를 낮출 수 있게 됐다.
2021년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당시 가장 저렴한 방식인 단선 준고속철도(일반철도) 기준 건설 총비용은 4조5154억원이었는데, 이는 2023년 물가 기준으로는 6조429억원이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지자체와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단선에서 복선으로 무게가 옮겨가면 사업비는 8조7천억원으로 늘어나게 되며, 여기에 고속철까지 더해지게 되면 11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반면 역이 설치될 지역의 수요를 살펴보면, 광주와 대구를 제외하면 남원이나 거창 정도만 인구가 뒷받침된다.
이들 지역마저도 남원은 7만6천여명, 거창은 6만여명으로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머지 지역은 모두 인구가 5만명 미만이다.
현 국토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가 이미 2002년에 최초로 국가철도망 계획을 통해 대구~광주 노선을 언급했음에도 20년 넘게 추진되지 못한 것도 이같은 경제성 논란 때문이다.
'짓고 나면 좋아질 것' 기대감 있지만…이미 불경기에 세수펑크 더해지며 커질 수밖에 없는 부담
달빛철도 이미지. 연합뉴스달빛철도 구축이 가져 올 부가가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우려의 지점이다.
대규모 SOC사업이 성과를 거두려면 이를 활용하는 업종의 경기가 좋아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코로나19 기저효과로 4.3%를 기록한 후 매년 급감하며 지난해에는 1.4%까지 하락했다.
재정적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세수결손 규모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59조원에 달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GTX를 비롯한 각종 광역철도 사업에 이미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달빛철도까지 더해질 경우 세수 펑크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앙대 손기민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방은 경제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수도권 같은 메갈로폴리스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다면 투자를 할 수는 있지만, 틀에 박힌 균형발전을 위해 여기도 하고 저기도 하자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