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방과 외교, 통일 이슈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안보열전' 시간입니다.
2주 전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서 이번엔 순항미사일에 대한 이야기 준비했는데요. 북한이 일주일 전부터 서해에서, 동해에서, 또 땅에서, 잠수함에서 말 그대로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고 있습니다. 근데 쏠 때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고 노림수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김형준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순항미사일이라는 게 뭔지 설명을 듣고 가야 할 것 같아요.
[기자]
흔히 아시는 탄도미사일은 로켓 엔진을 달아서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갑니다. 반대로 순항미사일은 비행기 형태의 미사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실제로 비행기가 쓰는 터보제트 엔진 같은 걸 씁니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먼저 장점은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비행기처럼 경로를 자유자재로 설정해서 날아갈 수가 있습니다.
땅이나 바다에 바짝 붙어서 날아오면, 몇 번 말씀드렸듯이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 때문에 고도가 낮을수록 레이더에 탐지가 늦게 되거든요. 표적을 정확하게 노리는 데 유용합니다. 요격을 피할 수도 있고요. 건물 창문만 노려서 들어갈 수도 있어요.
대신 속도가 탄도미사일처럼 그렇게 빠르지 않아요, 보통은 마하 0.5에서 1 정도, 시속 600-1200km 정도로 날아갑니다. 포착하면 격추 자체는 어렵지는 않고요. 뭐가 좋다 나쁘다 할 건 아니고 필요에 따라 쓰는 겁니다.
[앵커]
북한은 어떤 순항미사일을 갖고 있나요?
[기자]
몇 년 전까진 좀 중구난방이었다가 최근에 등장한 것들이 있어요. 화살-1, 2라는 '전략순항미사일'입니다. 동해나 서해 바다에서 8자 궤도 등으로 빙빙 돌면서 시험을 했는데 사거리 1500에서 2000km로 추정됩니다.
북한이 지난 1월 31일 공개한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 모습. 연합뉴스비교적 최근에 쐈던 것들도 이 화살 시리즈예요. 그런데 '불화살-3-31'이라는 게 갑자기 또 나타났어요. 더욱이 기존에는 주로 땅에서 쐈었는데 지난 1년 사이 물 속, 그러니까 잠수함에서도 쏴서 호기심이 생깁니다. 뭘 노리는 걸까 하고요.
[앵커]
뭘 노리는 건가요?
[기자]
순항미사일의 특성에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 정밀유도가 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이게 중요해요.
말인즉슨, 좋은 미사일용 터보제트 엔진 하나 만들어 놓으면 이걸 기반으로 만든 미사일로 배도 공격할 수 있고, 지상목표도 공격할 수 있고,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멀리 갈 거 없이 우리나라가 그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국산화 엔진 개발한 거 있는데 이게 해성이라는 대함미사일에도 쓰고, 현무-3 순항미사일에도 쓰고 그랬어요.
아까 제가 북한이 중구난방이었다고도 말씀드렸죠? 대다수 전문가들 말씀은, 사실 이번에 쏜 미사일들은 사거리가 좀 다르고 또 거기에 따라서 연료 탑재량이 다르니까 길이가 다르다, 이 정도 차이 뿐이지 베이스는 한 가지라는 거예요.
[앵커]
베이스는 하나다.
[기자]
해군 중령 출신인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입니다.
"서로 다른 순항미사일이라기보다는 동일한 순항 미사일을 발사 수단과 플랫폼의 어떤 차이에 따라서 다양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됩니다. 불화살 같은 경우에는 지상에서 먼저 콜드 런칭을 활용한 지상발사와 또 이것의 연속선상에서 잠수함 또는 바지(선)를 이용한 해상발사까지 시험발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당연히 이렇게 만드는 게 효율적입니다. 알맹이는 같으니까요.
[앵커]
미국, 러시아도 다 똑같이 이렇게 하고 있나요?
[기자]
미국은 토마호크라는 미사일이 있고 러시아는 칼리브르라는 미사일이 있습니다. 이것도 베이스는 다 똑같습니다.
[앵커]
이번에 나온 순항미사일 이름을 '불'화살이라고 하면서 뒤에 '31'이라는 숫자도 붙었고, 특별히 잠수함에서도 쐈다면서 선전도 했잖아요. 여기에 의미가 있나요?
지난해 3월 북한이 공개한 화산-31 전술핵탄두. 연합뉴스[기자]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일단 '불'이라는 게 뭔지 아직은 명확치 않습니다. 뒤의 '31'은 대체로 북한이 지난해 3월에 공개했던 표준화된 전술핵탄두, 화산-31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물론 기만일 수도 있습니다. '불'이라는 게 핵무기를 탑재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긴 있습니다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SLCM이고 여기에 핵무기까지 실었다는 건데, 이게 새로운 건 아니예요. 미국이 1980년대까지 하던 겁니다. 문제는 그 플랫폼이 바닷속에 있는 잠수함이라는 겁니다.
[앵커]
찾기가 좀 어려워지는 건가요?
[기자]
공격개시 직전까지 못 찾습니다.
더욱이 북한에 로미오급 잠수함이 약 20척 있는 걸로 추정되는데요, 실제론 워낙 오래됐으니 그동안 숫자가 좀 줄었겠지만 이 잠수함의 어뢰발사관을 개조하면 여기서 순항미사일 쏠 수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에 그랬잖아요. 핵무기를 탑재하면 곧 핵잠수함이다. 그러니까 이 핵잠수함이 여러 척, 심하면 20척으로 늘어날 수 있는 거예요.
지난 1월 29일 북한이 공개한 '불화살-3-31'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의 수중 시험발사 모습. 연합뉴스우리 군도 핵탄두는 없지만 이런 미사일 이미 운용하고 있습니다. 해군 손원일함의 초대 함장을 지낸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입니다.
"육상 표적을 때리고, 그다음에 핵을 싣는다는 거예요. 이게 잠수함에 실려서 전력화가 된다라고 하면 정교한 공격이 가능하죠. 한 발이 아니고 여러 발을 가지고 동시에 1개의 표적을 때린다고 하면 성공률을 훨씬 높일 수가 있는 거죠."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건 이런 의미예요. 순항미사일 한 발 한 발이 오는 건 포착하기만 하면 요격이 쉽습니다. 그런데 여러 발이 한 번에 몰려들면 좀 어려워집니다. 왜냐면 요격할 수 있는 무기를 무한정 갖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앵커]
북한의 순항미사일 기술은 어느 정도 올라온 것 같습니까?
2021년 9월 국방부가 공개한 초음속 순항미사일 발사 모습
[기자]
우리나라보다 한참 떨어집니다. 우리는, 제가 아까 현무-3라는 순항미사일 말씀드렸는데 이걸 잠수함에 탑재하는 버전을 해성-3라고 하거든요. 이거 10년도 더 전에 만들어서 이미 실전배치했습니다. 지금도 쓰고 있습니다.
램제트 엔진을 탑재해서, 아까 제가 마하 0.5에서 1 사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건 아음속, 소리의 속도보다 조금 느리다는 뜻이고요. 소리의 속도보다 몇 배로 나가는, 초음속으로 나가는 순항미사일도 이미 개발했습니다. 북한이 아직 여기까지 가지는 못한 걸로 보이고요.
순항미사일은 얼마나 정확하게 표적에 들어가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밀유도기술도 문제입니다. 위성에서 신호를 받는 위성항법도 있고 관성항법과 지형추적, 그러니까 포착한 지형의 모습을 원래 저장된 거랑 대조해서 날아가는 것 등 여러 유도 방법이 있는데 뭐 이건 최근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기는 있습니다.
다만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적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위험한데, 과도한 경보는 적을 이롭게 하고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이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분석해 보고 대처를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