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정부청사사진기자단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또다시 '탄핵 열차'가 출발했다. 야당은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7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의결정족수를 둘러싼 논란에도 한 대행의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그가 맡고 있던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된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함께 내년 1월 1일까지인 12.3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 여부에 대해 최 부총리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차순위 최상목 부총리…野 "한덕수보다 낫다" 與 "호랑이 피하려다 사자"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오후 한 총리가 여야 합의를 이유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룬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직후,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곧장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한 대행의 탄핵소추 사유는 국무총리로서 3가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2가지이다.
전자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해충돌하는 사안임에도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 △12.3 내란 사태 적극 가담 또는 동조 △내란 이후 한덕수-한동훈 체제로 권력 행사 시도이며 후자는 △상설특검 임명 방기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임명 거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은 12.3 비상계엄 건의를 하기 전에 한덕수 총리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실토했다"며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이다. 가장 적극적인 권한행사인 거부권 행사를 해 놓고, 가장 형식적 권한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내란 종식이 시급한 지금, 국정 안정은커녕 제2의 내란을 획책하는 권한대행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며 한 대행을 탄핵하지 않을 경우 또다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한 총리의 권한은 최 부총리가 대행하게 된다. 야당은 최 부총리에 대해 나름의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계엄 선포를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반대했고 가장 먼저 국무회의장을 뛰쳐나온 사람"이라며 "야당에 의해 일방 통과됐던 감액 예산안을 적극적으로 집행할 의지를 표명하고 경제 신인도와 관련된 여러 가지 회의를 주재하며, 국정 공백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국무회의에 임하는 점은 한 대행보다 낫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도 최 부총리에게 야당의 뜻을 적극적으로 따르지 말라고 주문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명 의원이 최상목 부총리를 너무 호락호락하게 보는 것 같다. 경제관료로 커서 경제밖에 모르고, 조금만 겁박하면 무릎 꿇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제학 이전에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위공 박세일 선생의 수제자 중 한 사람으로 그 기개를 이어받은 사람"이라며 "이재명 의원으로서는 호랑이 탄핵하려다 사자를 만날 수도 있으니, 아예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는 접는 게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상목도 거부하면 '연쇄 탄핵'도 선택지로…與 반발 속 우원식 선택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류영주 기자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승계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그는 한 대행의 탄핵사유로 거론됐던 헌법재판관 3명·상설특검 임명과 함께 내란·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 여부도 내년 1월 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최 부총리가 이를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또다시 탄핵에 들어갈 전망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최 부총리까지 탄핵하더라도 그 다음 순번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무대행을 하면 된다"며 "최 부총리 본인도 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국정 안정보다 내란 진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즉각 반격에 들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한 대행의 탄핵을 시작으로 차기 권한대행들을 또 겁박하고, 이를 들어 주지 않으면 차례차례 또 탄핵시킬 것"이라며 "탄핵을 서두르는 단 하나의 이유는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함이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이뿐만 아니라 한 대행의 탄핵에 국무총리로서의 의결정족수(151석)가 적용되는지, 대통령으로서의 의결정족수(200석)가 적용되는지를 두고도 후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200표 이하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되고, 한 대행이 이를 받아들이면 권한쟁의·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할 방침이다. 만약 한 대행마저 탄핵소추를 거부하게 되면 그야말로 사회적 혼란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야당은 이에 대해 헌법상 탄핵소추 권한은 국회에 있으므로 우원식 국회의장 측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그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의장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공포할 때,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하면 가결되는 것이다. 해석은 의장이 내리겠지만, 이미 (관련 사항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우 의장은 여당이 주장하는 의결정족수 문제에 대해 "1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이 하는데, 국회 기관인 입법조사처가 국회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며 "그런 점 등등을 잘 참고해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의장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한 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151석으로 확정한 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