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방송소위가 지난 2022년 9월 22일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MBC에 대해서만 가장 무거운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습니다. YTN에 대해서는 관계자 징계를, JTBC와 OBS는 법정제재인 주의를 각각 의결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방통심의위 방송소위에서 MBC에 대해 가장 무거운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방심위에 방송소위와 통신소위가 있습니다. 오늘 방송소위가 열렸는데, MBC의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에 대해 가장 무거운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습니다.
과징금은 3천만원에 가중할 경우 50%를 가중할 수도 있고, 감경할 수도 있습니다.
YTN에는 두 번째로 무거운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YTN은 1심 판결 이후에도 수정 조치를 하지 않고 판결문만 병기했으며, 의견진술 과정에서 방심위 심의가 언론 자유를 위축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가 의결됐습니다.
OBS도 해당 보도를 삭제 조치만 해서 법정 제재인 '주의'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1심 판결 이후 수정, 정정 문구 또는 사과문을 게재한 KBS, SBS, TV조선, MBN은 '권고', 채널A는 마찬가지로 행정지도인 '의견제시'가 의결됐습니다. 또 이들 방송사는 의견진술에서도 '바이든'으로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점이 고려된 걸로 보입니다.
류희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겸 방송소위원장. 황진환 기자 ◇정다운> 오늘 의결은 소위원회에서 했으니까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 하지 않나요?
◆권영철> 절차는 그렇습니다.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해야 하고, 방통위 상임위원회에서 다시 의결을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방심위는 9명이 정원인데 여권추천이 6명, 야권추천이 1명입니다.
유일한 야권추천인 윤성옥 위원은 지난달 야권 추천 2명의 위원이 해촉되면서 방송이나 통신관련 심의에 아예 참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권추천위원들로만 의결하기 때문에 소위의 의결이 그대로 관철될 걸로 보입니다.
◇정다운> 왜 MBC에 대해서만 가장 무거운 징계를 한 건가요?
MBC 보도 당시 방송화면 캡처 ◆권영철> MBC가 가장 먼저 보도했기 때문일 겁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9월 미국 방문 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분도 안 되는 짧은 만남을 한 뒤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말하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당시 발언 다시 들어보시죠.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OOO OOOO 쪽팔려서 어떡하나" 어떻게 들리십니까?
MBC는 '12 MBC 뉴스'와 'MBC 뉴스데스크'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국회' 앞에 '(미국)' 자막을, '안 OOO OOOO' 부분을 '안 해주면 바이든은'이라고 자막을 달았는데, 대통령실은 '안 해주고 날리면은'이라고 16시간이 지나서 반박을 하면서,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죠.
오늘 소위에서 방심위와 MBC는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황성욱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참모들과 주고받은 말을 공적 발언으로 봐야 하는가? 비속어를 언론이 보도해서 외교적 문제로 비화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 않느냐?"고 따졌고, 박범수 MBC 취재센터장은 "그걸 왜 보도에 책임을 묻느냐"고 맞받았습니다.
이정옥 위원은 "음성이 정확한지, 문맥상 맞는 말인지, 당사자 의견과 바로 옆에서 들은 사람의 의견은 어떤지 확인했어야 한다.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한 것은 방송심의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센터장은 당시 해명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16시간이 지나서야 입장이 나왔다. 항소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류 위원장은 "MBC와 YTN을 제외한 방송사들이 1심 판결 이후에 내용을 정정했다. MBC가 선제적으로 내용을 보도하면서 대통령실도 당시에 대응이 쉽지 않았을 수 있고, 외교 참사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정다운> MBC는 전에도 과징금을 부과 받지 않았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2022년 3월 7일 뉴스타파의 김만배 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서 뉴스데스크에 45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가 의결됐고, 같은 녹취록을 보도한 PD수첩에 1500만원의 과징금 부과가 의결됐습니다.
오늘 의결은 세 번째 과징금 부과 의결입니다. MBC는 방심위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에서 과징금 부과 다음으로 무거운 관계자 징계가 3건 의결됐습니다.
◇정다운> MBC에 중징계가 이어지고 있네요?
◆권영철> MBC 관계자는 방심위의 잇따른 중징계는 '방송 재허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징금 부과는 벌점이 5천만원 이하는 10점, 5천만원 이상은 15점입니다. 관계자의 징계는 4점, 경고는 2점, 주의는 1점입니다. 행정지도는 벌점이 없습니다.
MBC는 이미 과징금 부과 3건으로 벌점 30점, 관계자 징계 3건으로 벌점 12점이 부과될 예정입니다.
실제로 MBC 본사는 올해 연말 재허가 심사를 받습니다. 방송사정을 잘 아는 전직 공무원은 "벌점이 높은 과징금 부과나 관계자 징계를 계속해서 결정하는 건 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압박 아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알아서 잘 하라는 그런 취지가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MBC 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위한 포석을 하는 게 아니냐는 그런 분석도 나옵니다.
MBC 안형준 사장은 취임1주년을 맞아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되는 중징계나 민영화 추진이 "정권과 권력에 고개 숙이지 않는 MBC를 길들이려는 시도라고 본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방송 민영화가 추진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다운> MBC는 어떤 입장입니까?
◆권영철> MBC는 오늘 <언론 재갈 물리기 '첨병' 나선 방심위, MBC는 바른 길을 가겠습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MBC는 "역대 최악의 언론검열기관으로 전락한 '류희림 방심위'의 폭주가 제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면서, "애초에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MBC를 겨냥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의 오늘 최고 수준 제재인 과징금 결정은 그 편파성과 정파성에 가히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습니다.
MBC는 이어 "합의제 기관임을 망각한 채 여권 추천 위원 6명에 야권 추천은 1명만 간신히 살려둔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구조를 악용하며 보복 제재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류희림 방심위는 더 이상 공정성, 객관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MBC는 대통령의 심기 경호 기관을 자처하며 비판언론에 '심의 테러'를 일삼는 류희림 방심위의 정치 행위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MBC는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자유를 제압하려는 정권 차원의 온갖 시도에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바른길을 묵묵히 걷겠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MBC 관련 방송심의위원회 주요 의결 현황. MBC 제공
MBC 관련해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건 2023.11.1 ~ 2024.2.18 현재, 총 35건 입니다. 이 중 재심이나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게 18건 입니다. 나머지 17건 중 법정제재 '주의' 처분을 받고 고지방송을 완료한 게 3건입니다. 나머지 14건은 행정지도(의견제시, 권고)로 종료됐습니다.
◇정다운> 그런데 1심 판결이 논란을 빚고 있지 않습니까?
◆권영철> 그렇습니다. 2024년 1월 12일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성지호, 박준범, 김병일 판사)에서 판결을 했는데요.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태의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며 외교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렇지만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하고는, 그 뒤에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다"라고 했습니다. 밝혀졌다는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MBC도 "1심판결에서 '음성 감정 결과 바이든을 언급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밝히면서도,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 정정보도 하라'는 희대의 논리 비약은 '날리면'과 함께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