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보건복지부는 22일 박민수 제2차관 주재로 개최한 위기평가 회의에서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이탈이 심화되고, 의사단체가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 개최를 예고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지난 6일 '의대정원 2천 명 증원' 발표 직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대정부 총력투쟁을 선언하자, 정부는 즉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꾸리고 보건의료 위기 단계 '경계'를 발령한 바 있다. 보건의료 위기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이에 위기대응 체제도 복지부 중심의 중수본에서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격상됐다.
16일 만에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로 상향된 데엔 지난 19일부터 본격화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행동이 크게 작용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전공의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전공의(약 1만 3천 명)의 74.4% 수준이다.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사직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현장점검 결과, 실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도 전체 64.4%인 8024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전체 수술의 30~50%를 줄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를 포함해 지역에서도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나오는 등 전국적으로 의료 대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정례 브리핑에서 의사를 '매 맞는 아내'로, 환자는 '자식'으로, 정부를 '폭력적 남편'에 각각 빗대 논란을 불렀다.
주 위원장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해서 이 사태를 벌인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라며 "아무리 몰아붙여도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오만이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필수의료과 전문의 숫자는 절대 적지 않다"며 "이들이 포기하는 것은 법적 문제(형사처벌 부담),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수가를 적정하게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필수의료 인력 부족은) 가장 손쉽고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데, 이걸 놔두고 10여년 걸려 증원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주 급하면 외국 의사를 수입하든가 하라. 솔루션이 절대로 될 수 없다는 얘기"라고 비꼬기도 했다.
의협은
내달 10일로 계획했던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3일로 앞당기는 한편, 단체행동 찬반을 묻는 전 회원 대상 전자투표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오는 23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는 주무부처인 복지부를 비롯해 교육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