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유방암 진료 때문에 경남 김해에서 가족 5명이서 올라왔는데, 오늘 초음파 검사를 못한대요. 그래서 내일 오전 8시에 다시 와서 접수하기로 했거든요. 검사가 늦어져서 숙소를 구해야 해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2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대형 병원의 진료 차질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오는 29일 전임의와 임상강사가 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집단 이탈을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상황이 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유방암 환자 40대 A씨는 "원래 초음파 검사하는 인력이 더 있었는데 오늘은 한 명이 다 한다고 한다"며 "그래서 검사가 다 마감이 돼서, 나는 오늘 못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사가 미뤄지면서 숙소를 구해야만 하는 A씨는 "가족 5명이 들어갈 만한 숙소를 찾기 어렵고, 숙소 금액도 비싸고 그래서 조금 힘들다"면서 "수술 일정에 착오는 없는 지도 조금 마음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는 A씨 뿐만이 아니다. 심장 질환으로 서울대병원을 찾은 이효은(60)씨도 "전공의 선생님이 휴업해서 다른 분으로 바뀌었다"면서 "오늘도 오전에 의사선생님을 보기로 했는데 응급 수술 때문에 지금 못 뵙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이씨는 "원래 오전 8시쯤 선생님이 회진을 도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은 오후 5시인가 6시인가 그때 오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동생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이혜현(21)씨는 "이렇게까지 진료가 지연된 적은 없었다"면서 "원래 전공의가 있었으면 사람들이 조금은 덜 몰리는데, 이제 교수들이 다 하다 보니 계속 지연된다"고 밝혔다.
실제 병원 곳곳에서는 대기하다 지친 환자들이 의자에 몸을 눕히고 자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산부인과 진료를 보러 병원을 찾은 20대 김모씨도 "파업한다고 예약 취소가 돼서 다른 교수로 다시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직서 제출 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약 69.4%인 7863명이다.
서면 점검대상 중 '자료 부실제출'로 시정명령을 받은 6개 병원의 현황까지 더하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거의 1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