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0.7명대에 턱걸이했으나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또다시 추락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인 1.58명(2021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초저출산국이다. 전세계에서 출산율이 0.7명대인 나라는 현재 전쟁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23만명에 그쳤다. 50여 년 전 태어난 1970년생이 100만 6천여명인 것에 비하면 4분의 1토막도 안되는 숫자이고, 10년 전인 2013년생(48만명)에 비해서는 반토막 난 셈이니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41년 대한민국의 인구가 4천만명 선으로 줄어들어 인구소멸이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저출산은 고령화사회로 이어지게 마련이어서 2072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47.7%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지하철 노약자석 대상자가 된다는 얘기다. 미래세대의 급격한 감소는 국가의 위기로 이어진다. 생산가능인구가 50년 뒤 절반으로 줄어들어 자신들보다 더 많은 수의 노약자와 유소년을 먹여살려야 하는 나라구조가 된다.
폐교 현황. 네이버 지도 캡처인터넷지도 사이트에 '폐교'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초중고 가리지 않고 무수히 많은 폐교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1학년 입학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 12개 시도에 걸쳐 157곳에 이를 정도다. 저출산은 학교현장 뿐 아니라 의료,국방 등 사회 곳곳에 구멍을 내고 지방소멸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2006년부터 저출산 정책에 300조원 이상을 투입했으나 결과적으로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결심하고,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실패했다. 과거 십 수년간 말로만 외쳤지 저출산 극복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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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시급하다. 북유럽의 스웨덴은 일찌기 1974년 아빠 육아휴직을 도입하고 부모가 한 자녀당 최대 480일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육아휴직 기간의 소득대체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나라와 기업에서 돈 걱정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만3세 미만 아동의 보육시설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일본은 현재 17% 수준인 남성 육아휴직률을 높이기 위해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에 남성 육아휴직률 목표치를 설정해 공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아동수당과 육아휴직수당 확대 등에 소요될 재원마련을 위해 내후년부터 국민 한 사람당 월 3백엔(한화 2,700원)~5백엔( 4,500원) 미만을 단계적으로 징수하는 저출산대책안을 최근 각의에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OECD 34개국 평균수준으로 개선한다면 합계출산율을 0.85명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도시인구집중도 완화가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0.41명으로 가장 컸다.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가족관련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만큼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한국이 인구소멸국가 1순위로 꼽혀 외국의 연구대상이 될 정도로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다. 지금 아이가 태어나도 한 세대 뒤에나 사회의 주역이 될테니 추락하는 저출산에 브레이크가 시급하다. 주거와 고용, 양육, 교육, 국민인식 등 다양한 요인이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역량을 대대적으로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지방엔 먹이가 없고, 서울엔 둥지가 없다'는 말이 상징하듯, 수도권 집중은 과도한 경쟁과 주거난, 질낮은 고용과 지역소멸로 이어져 저출산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저출산.고령화 해소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면 메가시티서울과 같은 구호는 균형발전을 통한 저출산 극복 의지에 방해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