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정부가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 당일인 29일, 중증환자들이 "환자 생명 위협하는 의료인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전공의 복귀를 촉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단체와 정부는 환자 생명을 경시하는 강대강 싸움을 즉각 중단하고,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는 "중증환자들은 촌각을 다투는 치료와 스케줄을 소화해 낸다고 해도 완치와 생명 보장을 장담할 수 없는 환자들"이라며 "치료가 지연되고 있고 이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소식 그 자체가 수술과 항암을 목전에 두고 있는 중증환자와 그 가족들에겐 어떤 대안도 없는 의료공백 현실이 참담함과 좌절감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사들이 환자들을 방치하고 병원을 떠나는 이 의료대란 사태가 정녕 대외적으로 의료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계의 혼란스러운 상황만 봐도 우리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와 더 나아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그런데 의료계만 이 사실을 부정하며 집단행동으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중증질환 치료와 무관한 영리기업 배 불리는 비대면 전면 실시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부는 환자의 치료에 대한 적극적 대안을 마련하기보다는 의사들을 달랜다는 명분으로 위헌 소지가 있는 '의사 특혜 법'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하겠다며 공청회를 열고 있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강한 의지는 국민과 환자를 기만하고, 뒤로는 의료계 숙원 사업인 특례법 제정을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2020년의 경험이 있음에도 환자에 대한 대책을 세워두지도 않고 정부의 방침만 외치며 강경방침만 고수하고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생명권을 의협과 정부의 강대강 싸움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었다"며 "무책임한 의사 집단행동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의사 인력 확충 문제는 단지 의사와 정부만이 결정한 문제 아니다"라며 "정부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장을 열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앞서 이날 오전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환자에게 치료 연기는 사형이나 다름없다"며 정부에 의료대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26일과 28일 이틀간 심장질환, 희귀질환, 중증당뇨 등 5개 중증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불편 사례가 총 13건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단체는 의료대란 재발 방지를 위해 △수련병원이라도 전문의 중심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서비스 제공체계 개선 △진료지원인력(PA) 법제화 △의료대란 발생 시 중증환자와 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비상진료체계 운영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