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취하는 의료진. 연합뉴스전공의 집단사직 16일째를 맞는 6일, 의료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국 병원 곳곳에서는 의료진들의 집단 이탈의 여파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덩달아 줄면서 급히 '축소 운영'에 나서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진료와 수술 건수 등이 크게 줄고 입원환자도 급감하면서, 대형 병원들이 병상 수 축소는 물론 병동 통폐합에 나섰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의료진이 부족해 정신과 폐쇄병동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정신과 응급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도 오는 8일부터 정형외과 병동 2곳을 통합할 예정이다.
전남대병원은 이날부터 입원환자가 급감한 2개 병동을 폐쇄하고, 해당 병동 의료진을 응급·중환자실과 필수의료과 등에 재배치했다.
부산대병원은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1172개 병상의 가동률이 50%까지 떨어지자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충북대병원도 환자 수가 적은 입원 병동 2곳을 폐쇄하고 환자들을 다른 병동으로 옮겼다.
전공의 중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은 이날부터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했다. 병상 가동률은 70%대에서 3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조만간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수는 20개에서 내과 8개, 응급 4개 등 12개로 축소할 예정이다.
이른바 '빅5'라 불리는 서울 5대 대형병원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병동 통폐합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암환자들이 항암치료 등을 위해 단기 입원하는 암 단기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휴식 취하는 의료진. 연합뉴스이처럼 병원마다 앞 다투어 축소 운영에 나선 까닭은, 전공의 집단 이탈한 사태가 길어지자 남은 의료진들은 체력적으로 버티는 데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의료진은 "필수 의료과의 응급 상황이라는 게 (업무 부담을) 조절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아마 가장 먼저 뭔 일이 생길 것이다. 셧다운 되기 시작하면 저희도 어쩔 수 없다"라며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까지 100개 주요 수련병원으로부터 전공의 7854명에 대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불이행했다는 확인서를 받은 바 있다.
복지부는 미복귀한 전공의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를 하겠다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료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예비비 1285억 원을 투입하도록 심의·의결했다. 예비비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80억원은 상급종합병원 등의 교수·전임의 당직 근무와 비상진료인력의 인건비로 쓰일 예정이다.
또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등을 민간병원에 파견하고 전공의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의료인력 채용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