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잇달아 주재하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재확인하고 의료계 집단 행동에 대한 강경 대응을 재차 강조했다.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한 여론에 힘입어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비상진료 작동을 위한 예비비 1285억 원을 확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에서 주재한 제11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 집단 행동에 대한 엄정 대응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시작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에 더해 전공의의 집단행동을 주도한 이들에게는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많은 국민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며 "우리 헌법과 법률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국가와 의사에게 아주 강한 공적 책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며 "의료행위에 대한 독점적 권한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함께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조치는 의사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따른 국가의 책무와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단체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 행정명령 등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들께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부처가 힘을 모아 대응하겠다. 이번 일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거나 의료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며 비상진료 작동을 위한 예비비 1285억 원을 확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의료 개혁 주요 과제 등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이후로 약 8개월 만이며, 올해 첫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금 의료현장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며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 의료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의사 수 증원이 왜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인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이 기간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증원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尹 "국민 건강과 생명 위협하는 병원 운영구조 반드시 개혁"
박종민 기자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병원 운영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고 개혁해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이들이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병원이 필수과목 전문의와 간호사를 신규 채용할 수 있게 인권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위 '빅5' 병원에 대해선 "중증, 희귀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며 "이를 통해 그동안 왜곡된 상태로 방치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은 의사 양성 확대를 기본으로 하면서,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에 종사하도록 하기 위해 필수의료 패키지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대 증원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의료계를 위한 필수의료 패키지 시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증원 규모는) 합의하거나 협상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라면서도 "(의료계와)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는 건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의료 개혁 움직임은 여론의 힘을 받는 분위기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2천명은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48%로 집계됐다.
정부가 정한 복귀 기한에 응하지 않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3%가 '법에 따라 엄단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 조사는 무선 전화 면접 조사(CATI)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은 11.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른 현장의 부담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진료와 수술 건수 등이 크게 줄고 입원환자도 급감하면서 대형 병원들이 병상 수 축소는 물론 병동 통폐합에 나서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예비비 가운데 580억원은 상급종합병원 등의 교수·전임의 당직 근무와 비상진료인력의 인건비로 쓰는 한편,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등을 민간병원에 파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