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사무실에서 공천 배제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국민의힘이 공천을 위한 내부 경쟁력(여론) 조사에서 49.6%를 기록한 유경준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컷오프)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단수 추천한 뒤 '정무적 판단'을 거론했다.
논란이 생겨나는 이유는 그간 시스템(system) 공천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시스템이란 체계가 핵심인데,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의 시점에 따라 결론이 달리 도출되는 시스템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쟁력 조사를 기준으로 할 때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기엔 자의적으로 보이는 공천 결과들이 다수 존재했다.
국힘 후보 VS 타당 후보…1 대 1 경쟁력 조사했던 '시스템'
국민의힘이 채택한 경쟁력 조사는 특정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쟁자와의 1 대 1 대결을 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처음부터 '우세' 지역에서 경쟁력을 변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유경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병을 사례로 들면 1위 후보인 유 의원이 49.6%, 2위 후보 41.3%, 3위 후보 38.1% 순이었다.(4위 이하 생략)
반면 서울 강남병의 정당 지지율은 58.6%를 기록했다. 당 지지율이 기본적으로 높기 때문에 각 후보들에 대한 선호도에 당에 대한 선호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공관위는 "모든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정당 지지율이 많이 미치지 못했다"며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배경으로 설명했다. 전략공천은 고동진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역시 당세(黨勢)가 나쁘지 않은 A 지역구에선 정반대의 결정이 내려졌다.
스마트이미지 제공A 지역의 정당 지지율은 50%를 초과했다. 이 지역 역시 다수의 예비 후보들이 공천을 신청했는데, 후보자 경쟁력 조사 기준 40%를 넘는 후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대를 기록한 B 예비 후보에게 경선의 기회가 주어졌다. B는 이른바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참모 출신)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 같은 결론을 종합하면 경쟁력 조사에서 과반에 육박한 유 의원은 컷오프된 반면, 민주당 후보 대비 지지율이 "많이 미치지 못하는" B 후보는 경선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경선의 기회를 달라"며 호소 중인 유 의원의 입장에서 공정성 여부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공정을 떠나 상식의 기준에서 당 지지율이 50%를 넘는 지역에서 타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2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에 대해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여론조사만으로 우선추천, 단수추천, 경선실시 여부 등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기는 공천'의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쌍특검' 부결 전후로 '정무적 판단'…박근혜 측근, 빨리 공천하면 부담?
'쌍특검' 재표결이 부결된 뒤 1주일 만에 현역 의원들에 대한 '칼바람'이 불고 있는 점도 공교로운 지점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대구 달서갑에서 컷오프된 홍석준 의원은 "공관위의 유영하 변호사 단수 추천 의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공정한 시스템 공천의 대원칙이 깨진 것"이라고 밝혔다. 유경준, 홍석준 의원은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울산 남갑에서 공천 배제된 이채익 의원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홍 의원은 지난 5일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의 '정무적 판단' 발언의 의미를 풀이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면서 유 변호사의 공천이 사전에 내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 공관위원장은 정무적 판단의 배경을 반대로 제시했다. 그는 "데이터로 보면 유 변호사가 2등 후보와 점수 차가 많이 난다"며 "오히려 정무적 판단을 역으로 했다. 빠른 시간 내 단수공천을 하면 박 전 대통령을 너무 배려해서 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발표를) 늦췄다"고 밝혔다. 시스템 공천에서 예외를 둬 발표 시점을 고려했다는 의미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을 공천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부담감도 담겨 있다.
컷오프 의원들 대다수가 초선 의원으로 드러나면서 "특검 문제가 처리되니 결국 만만한 초선이 잘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컷오프된 현역 의원은 모두 10명에 달하는데, 이중 7명이 초선 의원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은 최근 공천의 문제점에 대해 "이성과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비과학적인 공천"이라며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주된 교체 대상으로 예상됐던 중진 의원들은 다수가 잔류하고 있다는 점과 (초선의 컷오프가) 대조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