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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경선 이겼는데 취소…이게 국힘이 자랑하던 시스템공천?

경남

    [딥뉴스]경선 이겼는데 취소…이게 국힘이 자랑하던 시스템공천?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 박일호 후보 공천 취소…경선 졌던 박상웅 후보 재의결
    경선 컷오프 박용호 후보도 "재경선" 요구…지역 국민의힘 진영, 경선 후폭풍으로 '대혼돈'
    공천 번복 혼란 잠재우기 위해 "무공천해야" 목소리도

    박일호 예비후보가 9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박일호 예비후보가 9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국민의힘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의 공천자로 결정됐된 박일호 전 밀양시장의 공천이 돌연 취소된 것은 딱 일주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당초 시스템 공천룰을 통해 박 전 시장과 박상웅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등 2명의 예비후보자를 대상으로 경선을 실시해 지난 1일 박 전 시장을 공천 후보자로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8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밀양·의령·함안·창녕 경선에서 본선 출전 자격을 준 박일호 전 시장 공천을 취소하고, 박상웅 전 자문위원을 공천하는 것으로 재의결해달라고 비상대책위원회에 요청했다.

    공천 취소 이유는 박 전 시장의 수뢰 의혹…그러나 경선을 치러놓고 뒤늦은 결정 번복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 윤창원 기자
    공천관리위가 밝힌 공천 취소 이유는 박 전 시장의 도덕성 때문이었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박 전 시장은 시장 재직 당시 부적절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라 당이 강조해 온 도덕성 기준이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 규정' 제30조에 의하면 후보자로 확정되었더라도 금품수수 등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을 때는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후보자 추천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는 시장 재직 당시 아파트 건설 사업 편의와 관련해 시행사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밀양시의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천 적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법조인을 중심으로 꾸려진 당 클린선거지원단은 지난 7일 박 전 시장 뇌물수수 혐의 고발 사건을 조사했다. 박 전 시장을 고발한 시의원과 박 전 시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당사자를 불러 고발 경위와 내용 등을 물었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도 참석해 "(박 전 시장 뇌물수수 혐의 등 관련) 관계되는 사람들을 상대로 서면과 또 진술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중대 사안 정도라면 경선에 앞서 이미 검토를 끝냈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적어도 중앙당 경선 과정에서는 걸러지지 못하고 뒤늦게 번복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이미 국민의힘 밀양·의령·함안·창녕 당원 100여 명이 박 전 시장의 검찰 고발 사실을 문제 삼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박 전 시장 강력 반발, 탈당 시사…공천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한 박 전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8일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9일에는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선 과정을 거친 후보자를 탈락시킨 것은 유례가 없다"며 "이는 지역 주민을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소명이 다 됐던 내용으로, 도덕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데, 정치 테러를 당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공천 취소가 철회되지 않으면 당을 떠나겠다"며 강조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면담 요청과 함께 중앙당에 공천취소 철회 건의문도 전달했다.

    박 전 시장 측 제공박 전 시장 측 제공
    이와 함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고 공천후보자 지위를 확인하는 내용의 '공천 효력 정지 및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접수했다. 오는 13일로 심리 기일이 잡혔다.

    박 전 시장 측은 "당연히 정당의 자치규범인 당헌과 당규에 의거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 절차에 따라 지역 유권자가 뽑은 경선승리자를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재 판명되지 않은 후보자의 지위를 일방적으로 박탈할 권한이 없어 '가처분 인용'이 확실하다는 대다수 법조인들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시장은 경선에서 탈락한 것이 아니라, 경선 취소가 된 것이기 때문에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가능하다.

    '도미노' 공천 반발로 지역구 혼돈 속으로…당내 분위기 크게 분열

    국민의힘 밀양·의령·함안·창녕 박용호 예비후보가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용호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제공국민의힘 밀양·의령·함안·창녕 박용호 예비후보가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용호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여기에다, 당초 2인 경선에 탈락한 박용호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장도 "공천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으며 경선 절차를 처음부터 새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 전 검사는 10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 공천신청을 한 4명 가운데 남은 박상웅 후보와 경선 전에 컷오프된 자신이 경선을 통해 주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공정하고 공평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어, "국힘 공관위가 박상웅 후보를 비대위에 후보 추천을 건의한 것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상웅 후보는 경선에 떨어지자, 법원에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경선 불복 행위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공천 재의결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후보별로 각자도생으로 나서면서 당내 분위기는 극심한 분열에 직면해 있고, 공관위의 뒤늦은 조처에 당원은 물론 유권자들도 혼란에 빠졌다.  한동훈 위원장이 자랑해왔던 시스템 공천도 흠집이 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무공천이 해답?…공천 번복으로 인한 혼란 잠재우기 위한 대안될 수도


    특히, 시스템 공천에 오류가 나면서 혼란을 자초한 국민의힘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떤 후보가 공천을 받더라도 공천의 정당성을 얻지 못하고, 특정 후보만을 단독으로 공천하는 것은 시스템 공천의 공정한 룰에 위배될 상황이라, 무공천 결정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만약 박 전 시장이 낸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법적 판단을 수용하지 않기가 어렵고, 공관위의 박상웅 전 자문위원의 재의결을 또다시 취소시켜야 하기에는 비대위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무공천으로 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좌측부터 국민의힘 밀양·의령·함안·창녕 박상웅, 박용호, 박일호 예비후보. 후보 측 제공좌측부터 국민의힘 밀양·의령·함안·창녕 박상웅, 박용호, 박일호 예비후보. 후보 측 제공
    여기에는 보수텃밭인 지역구라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무소속 당선 후 복당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박 전 지청장도 "컷오프, 공천취소, 단독후보 재의결 등 다른 지역과 달리 여러가지 공천논란을 겪으며, 지역민과 당원들이 서로 사분오열돼있는 만큼 이제 당이 나서서 민심을 아우르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측도 지금 상황에서 무공천이라면 받아 들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도 다른 사레와 형평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국민의힘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는 최근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도 변호사의 공천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공천이 취소된 박일호 후보의 사례가 거론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위의 뒤늦은 번복으로 유례없는 경선 후보 탈락이라는 결정이 나온 데다, 2명의 예비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고 있어 국민의힘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의 공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는 3선 의원인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이지만, 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하고 김해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박일호, 박상웅, 박용호 3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여 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선거구에 우서영 경남도당 대변인이 단수공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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