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기자정부가 농어촌 지역의 공중보건의사를 빼내 수도권 대도시의 상급종합병원 의료 공백에 투입기로 했다. 하지만 공보의가 빠진 농어촌 주민들은 '도시민 살리려고 농어민 죽이는 꼴이 아니냐'는 불만과 반발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12일 대전 충남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상급종합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 등 158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교육을 마친 뒤 13일부터 진료 현장에 투입된다.
이에 따라 충남지역 15개 시군지역에서도 각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에 근무 중이던 공보의 17명이 차출됐다. 각 시 군별로 1명씩 빼냈고 홍성군과 논산시에서는 1명씩 더 추가로 차출 했다.
이들은 대체로 전공의 줄사직으로 의료 대란을 겪는 대도시권 대학병원에 투입된다. 충남대병원(5명), 단국대병원 (5명),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인하대병원·국립암센터·전남대병원·연세대 원주세브란스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각 1명) 등이다.
하지만 충남지역에서 차출된 공중보건의사는 대부분 충남 서천군과 청양군, 금산군, 부여군 등 농어촌 의료 취약 지역의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근무하고 있다. 고령화된 농어민의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거나 중증 응급 질환의 전원 판단 등 1차 진료기관으로서 농어민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충남지역에서 공보의 차출이 확정되자 충남지역 일선 시군에서는 도시민을 위해서 농어민을 소외하는 정책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농어촌 지역 자체가 이미 병원이나 의사가 부족한 실정인데 그나마 농어촌 의료 최후의 보루인 공중보건의사마저 대도시 병원에 문제가 생겼다고 빼내는 것은 지역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충남 서천군의 주민 A씨는 "가뜩이나 지역에는 병원과 의사가 부족한데 그나마 지역 의료의 마지노선인 보건소의 공중보건의사마저 도시에서 필요하다고 빼가면 우리는 어떻게 하냐"며 "도시민만 국민이고 농어촌 주민은 국민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대형 대학병원에 파견된 공중보건의가 제 역할을 할지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공보의가 의사면허를 딴 뒤 바로 군에 입대한 일반의인 만큼 대학병원의 특화된 전문분야를 진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레지던트 3-4년 차는 다른 진료과의 10년 이상 된 전문의도 알 수 없는 특정 진료 분야에 특화된 의사들인데 일반의인 공보의가 대학병원의 각각 특화된 진료과의 중요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내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대전권 대학병원의 관계자 B씨도 "대학병원 전문분야의 수술은 교수나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과 협력이 중요한데 갑자기 파견된 일반의 수준의 공보의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보여주기식 정책 발상이 아니냐"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