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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어찌야스까"…공보의 없어 할머니는 헛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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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어찌야스까"…공보의 없어 할머니는 헛걸음

    보건소 진료 어려워…농촌 의료 '구멍' 현실화
    전북 지역 공보의 155명 중 10명 전북대병원 차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김대한 기자진료를 기다리는 환자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김대한 기자
    "내가 너무 오래 사는가 봐."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해 왔던 공중보건의가 차출되며 농촌 의료에 '구멍'이 생겼다.
     
    지팡이를 짚고 고혈압 약을 받으러 온 할머니는 '의사가 없다'는 안내에 그저 놀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19일 오전 9시쯤 공보의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차출된 전북 정읍 감곡보건지소를 찾았다. 이곳은 행정직원 2명만 있을 뿐 환자는 없었다. 만성질환자 약 30명이 필요한 진료와 약을 처방받기 위해 붐볐던 예전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감곡보건지소에서 30여 분을 기다리니 한 할머니가 이곳을 찾았다. 두꺼운 패딩을 걸치고 힘겹게 지팡이에 의존한 종종걸음으로 보건소에 들어왔다.
     
    할머니 문(91) 씨가 이곳을 찾은 이유. 63세부터 91세까지 꾸준히 먹어온 고혈압 약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병원에 의사 선생님이 없다'는 안내에 문 씨는 "어찌야스까(어떻게 해야 하나) 그 약을 하루 한 봉지씩 꼭 먹여야 하는데"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농어촌 같은 의료 취약지역에서 공중보건 업무를 맡는 의사가 없다는 소식은 문 씨에게 '청천벽력'이다.

    전북 정읍 감곡보건지소 안내문. 김대한 기자전북 정읍 감곡보건지소 안내문. 김대한 기자
    실제 정부는 공보의와 군의관들을 차출해 전공의들이 이탈한 전국 민간 대형병원 등으로 배치 중이다. 앞서 정부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158명을 전국 민간병원에 배치했다. 전북에서는 공보의 155명 중 10명이 전북대병원 등으로 파견됐다.
     
    감곡보건지소 안내문에는 '공중보건의 전북대학병원 비상진료 파견으로 3월 11일부터 4월 5일까지 4주간 매주 수요일만 진료가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보건지소 관계자는 "만성질환자 30여 명의 경우 비상연락망을 통해 사전 안내를 해놓은 상태다"며 "연락이 닿지 않은 두 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안내를 받지 못한) 환자분들을 인근 진료소나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보건 행정에 관한 업무만 진행할 뿐 진료 등에 관한 것은 모두 보건소에서 처리하고 있다"며 "공보의 차출로 인한 불편이나 민원 접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 씨는 보건소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한 두 명 중 한 명이다. 헛걸음에도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되레 "내가 집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 씨는 "올해 91살인데 내가 너무 오래 사는 가봐"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해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으로 들어서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해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으로 들어서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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