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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명품을 좋아해?' 유아명품 시장과 저출산의 악순환



경제 일반

    '한국은 명품을 좋아해?' 유아명품 시장과 저출산의 악순환

    출산율 0.72 시대, 유아용품 시장은 성장
    '귀한 아이, 귀하게 키우자' 고가 제품 강세
    아이 한 명에 10명이 지갑 여는 '텐포켓'
    60만 원 아기 의자, 수백 만원 유모차까지
    겉싸개가 백만 원? 과시욕 노린 명품 유행
    '부모 죄책감' 겨냥한 마케팅, 한국에 주효
    평균 육아비용 상승, 저출산의 악순환 요인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 신혜림,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신혜림 PD가 준비했습니다.

    ◆ 신혜림> 오늘의 주제 '무럭무럭 자라는 프리미엄 유아용품 시장'입니다. 합계 출생률 0.72명의 시대, 하지만 아동 시장,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유아용품, 의류 시장의 성장은 고공행진하고 있대요. 온라인 쇼핑몰 기준 아동 유아용품 거래액은 성장세가 계속되는 중입니다. 아동 신발 시장 규모만 해도 2021년에 3,900억 원대에서 2023년 4,500억 원대, 14.7%나 상승했다고 하네요.


    ◆ 조석영> 아이는 계속 줄어드는데 태어난 아이는 시장이 크고 있다는 건 한 아이에게 돈을 많이 쓴다는 얘기죠.

    ◆ 신혜림> '귀한 아이니깐 귀하게 키워야지' 이런 심리입니다. 가정 내 자녀 수가 줄면서 대신 그 한 사람의 자녀에게 쓰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거고요. 또 경제적 여유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출산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런 부모를 겨냥한, 이른바 VIB, Very Important Baby 이런 마케팅 전략이 대세입니다.

    ◇ 채선아> VIB 마케팅.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볼까요?


    ◆ 신혜림> 일단 태어나면 분유를 먹여야 되잖아요. 국산 분유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해외 분유가 대세라고 해요. 직구 시장이 워낙 잘 돼 있으니까요. 또 분유나 우유는 요즘 단백질 종류를 따지는데 가령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에는 a1 단백질이 주로 함유돼 있거든요.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하거나 좀 더부룩한, 유당불내증 같은 거 있는 분들 있잖아요. 이 분들은 a1이 아닌 a2 단백질이라는 게 있는데 이걸 먹으면 괜찮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기도 a2 분유를 먹으면 배앓이를 안 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다보니 더 좋은 분유다, 이런 입소문이 나는 거고요.

    젖병도 좀 다릅니다. 배앓이 여부가 젖병에 좌우될 수도 있고, 아기가 젖병을 잘 안 물어서 분유를 못 먹이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에 디자인적인 선호까지 들어가서 싱가폴 젖병 브랜드는 세트가 3만 6천 원 정도 하거든요. 젖병 하나에 좀 비싸지 않나 싶은데 아주 인기 제품입니다.

    또 '국민 아기 의자'로 불리는 '스**' 제품이 유행인데요. 기본 39만 원입니다. 여기에 트레이랑 등받이 포함하면 6-70만 원까지 가고요. '부**' 유모차는 2020년쯤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소문이 돌면서 100만 원대의 고가 제품이지만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대요. 한 백화점에서는 유아용품 브랜드의 동기간 대비 매출 성장이 25%를 기록할 정도라고 합니다.


    ◇ 채선아> 저출산 시대인데도 이런 성장률이 나오네요.

    ◆ 신혜림> 이런 상황이다 보니까 그냥 거의 모든 시장이 VIB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예를 들어서 건강기능식품, 어린이용 제품군이 계속 다양화되고 있어요. 구미 젤리 제형의 건강기능제품 시장이 2020년에 330억 원대에서 2023년에 690억 원 정도로 성장을 했고요. 어린이 라면도 4개가 7천 원인데 일반 라면이 5개에 4천 원 정도 하잖아요.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이 제품도 출시 4개월 만에 판매량이 700만 개 돌파했다고 합니다. 저출산 시대에 어마어마한 판매량이죠.

    ◇ 채선아> 내 입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아이 입에 들어가는 거라면 돈을 좀 더 쓸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부모만 하는 게 아니라 이모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다 한단 말이죠.

    ◆ 신혜림> 그렇죠. 그게 이른바 '텐포켓' 트렌드, 한 아이를 위해서 가족 10명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아이를 낳지 않지만 주변 사람, 언니, 오빠에게 아이가 있다면 성의껏 하겠다는 거죠. 웨딩업체들이 '일생에 한 번뿐인 이벤트'라고 마케팅 하듯이 유아용품도 '일생에 한 번뿐인' 출산, 100일, 돌, 입학인 거죠.


    ◆ 신혜림> 여기에 명품 브랜드도 가세합니다. 가수이자 방송인 이지혜 씨가 본인 유튜브에서 이런 얘길 했어요. '솔직히 아기들 명품 사주는 거 가성비 안 좋고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사줄 생각 없었는데, 어느 날 놀이터를 가보니까 다들 명품 패딩을 입고 있더라. 우리 아이가 너무 초라해 보이더라. 그래서 결국 중고 거래 앱에서 사서 진짜 많이 입혔다'

    ◇ 채선아> 애들이 요즘 명품 패딩을 입나 보네요. 가격이 얼마 정도 되나요?

    ◆ 신혜림> 가장 유명한 몽*** 패딩은 100만 원 전후입니다. 그래서 부모들의 고민이 온라인커뮤니티에도 많이 올라와요. '110일 된 여아 엄마인데 저렴한 아기 의자를 사려다가 주변에서 왜 싼 거 사냐, 스토케로 사야 후회 안 한다고 한다. 그래서 찾아보다 중고마켓에서 조금 저렴한 새 상품을 팔길래 구매하려다가 사기를 당했다. 그 상심한 마음을 가지고 출산을 앞둔 동생 집에 갔는데, 그 동생은 출산을 하지도 않았는데 아기 옷이 50벌이나 이미 있고, 키즈장도 있고, 그래서 내 아기한테 너무 미안해지더라. 이제까지 내 물건은 큰 욕심 없이 살았는데 아기는 좀 얘기가 달라진다'는 얘기도 있고요. 또 다른 글에서는 '어떤 사람 유튜브를 보니까 온갖 출산 선물이 명품라서 아기한테 너무 미안해지고 조급해진다. 비교가 스스로를 지옥으로 내모는 것 같다'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 채선아> 저는 얘기를 쭉 듣다 보니까 정말 아이가 박탈감을 느끼는 게 맞을까, 라는 생각이 일단 드네요. 우리 어른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박탈감을 느끼는 건 아닐까? 나부터 좀 마음 채비를 잘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한편으로 들어요.


    ◆ 신혜림> 한국인이 명품업계의 큰 손이라고 합니다. 모건스탠리가 2022년쯤 조사했던 것에 의하면, 한국 1인당 명품 소비액이 세계 1위고 명품 시장 규모가 세계 7위예요. 한국인이 명품을 1인당 평균 약 40만 원 정도 쓰는데 미국이나 중국은 그거보다 훨씬 낮았어요. 당시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한국 구매자들의 명품 수요는 구매력 증가와 함께 사회적 지위를 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심리가 큰 거죠.

    이런 분석을 근거로 명품 브랜드는 한국을 잘 공략하고 있어요. 다들 베이비, 키즈 매장을 별도 운영 중입니다. 이미 한국에 다 들어온 브랜드니까 유아 매장을 설립하는 건 쉽잖아요. 한 명품 브랜드는 베이비 브랜드의 '선물 전문 매장'을 백화점에 따로 오픈했어요. 여기서 아기 겉싸개가 10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유아용 클렌징폼은 10만 원대고요.


    ◆ 신혜림> 결국 이게 저출산의 악순환입니다. 2014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40개 국가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합계 출산율이 인구 대체율보다 낮을 경우 1인당 소비력이 증가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진대요. 아이를 낳지 않은 어른은 소비력이 증가하니까 그만큼 자신이 명품 소비를 하는 거고, 아이를 낳은 어른은 아이에게 명품 소비를 하는 거죠. 여기에 중고거래 시장, 재판매(리셀)시장까지 커지면서 영유아 제품의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합니다.

    개인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했고, 이커머스 플랫폼이 등장했고, 그리고 또 일하는 여성 인구가 증가하다 보니까 편리한 제품을 찾기도 할 거고, 또 아동 안전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되게 커졌잖아요. 또 인터넷이 발달했으니까 부모가 얻는 정보량도 거래량도 남다를 수밖에 없는 시대죠. 또 한 명만 낳다보니 부모가 된 게 다들 처음이잖아요. 한 번 하는 거 좋다는 거 쓰고, 그다음에 되팔면 된다는 게 합리적 소비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거죠.

    ◆ 신혜림> 그럼에도 판매기업들이 불안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무엇이 합리적 소비인가를 생각할 때 혹시 지금 고려하고 있는 구매가 이제 아이가 아닌 부모의 죄책감만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맥킨지에서 10여 년 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명품 친화적이고, 이웃을 따라잡기 위해 순응하는 압력이 크다고 해요. 이 보고서에서 이런 심리를 근거로 한국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실제로 지난 10년 간 공략당했다고 볼 수 있겠죠.

    ◇ 채선아> 스스로 불안 마케팅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소비 습관을 점검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프리미엄 유아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서 생각해 볼 지점들 짚어봤습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수고하셨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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