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중국 유명 전기버스 수입사가 구매자인 운수업체 측에 '불법 리베이트'와 '자금 대출'이라는 양갈래의 미끼를 던지며 국내 시장을 잠식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운수업체에는 버스 구매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중소 업체에는 자금 대출을 해주거나 업체 자체를 인수하며 영향력을 넓힌 것이다.
관계당국은 수입사들이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점유율을 높이려는 속셈에서 자본력을 부당하게 동원했다면 공정 경쟁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판단하고 위법 행위에 칼을 꺼내들 방침이다.
대형업체에 리베이트로 이득 제공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유명 전기버스의 공식 수입사인 A사는 국내 운수업체의 규모와 사정에 맞춰 양갈래로 접근했다.
우선 자금력을 갖춘 대형 운수업체에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중국산 구매를 유도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를 구매해준 대가로 사무실 리모델링 비용을 지급하거나 운수업체 대표에게 고급 수입차를 리스로 제공하는 식이었다.
상당수는 운수업체 대표의 자녀에게 리베이트를 몰아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가 자녀 명의로 자회사를 만들고 전기버스 충전사업을 병행하면, 수입사들이 이곳에 충전시설을 설치해줬다고 한다.
타깃은 주로 서울지역 운수업체들이었다. 서울시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서울시와 환경부·국토교통부가 버스 구매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운수업체 입장에서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전기버스를 사들일 수 있다 보니 버스가격이 국산과 중국산을 선택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이런 점을 노린 A사는 가격 할인보다는 리베이트를 통해 물질적인 이득을 제공하며 중국산 전기버스를 판매했다.
현재까지 A사의 리베이트와 관련된 운수업체만 5~6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버스 준공영제가 결과적으로는 일부 중국 전기버스 수입사와 운수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는 꼴이다.
이런 여파로 전기버스 시장은 중국산에 잠식되고 있다. 2019년 23.9%에 불과했던 중국산 전기버스 신규 등록 비율은 지난해 54.1%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지역 운수업체는 준공영제이기 때문에 전기버스를 사실상 공짜로 구매하고 있다"며 "수입사 입장에서는 구매대금 할인보다는 물질적인 리베이트가 더 잘 먹히고 수지가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에는 대출 실행…직접 인수까지
연합뉴스반면 A사는 경영 사정이 어려운 중소 운수업체에는 대출을 해주며 장악력을 넓혔다. 돈이 부족한 업체 측에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을 쥐어준 것이다.
A사가 경기지역 운수업체 B사에 20억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해준 게 대표적이다. B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사는 운전자금 명목으로 23억원(장기차입금), 운영자금 등을 이유로 3억5450만원(단기차입금)을 빌려줬다. 금융권이 실행하는 통상적인 대출과 달리 전기버스 수입사가 운수업체에 대출해주는 기형적인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대출에서 그치지 않고 운수업체를 아예 인수하기도 했다. A사는 지난 2021년 충북 청주지역 운수업체 C사를 사들였다. 국내에서 중국산 전기버스를 판매하는 것이 목적인 수입사가 구매자인 운수업체 자체를 소유한 것이다.
인수된 이후 C사는 충북지역에서 중국 전기버스를 처음으로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C사가 A사로부터 매입한 유형자산만 31억원이 넘고, 주고받은 돈만 15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수입사의 행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성도시공사에서 전기버스 사업을 자문했던 박솔빈 전 청년위원장은 "지금까지 중국 전기버스 수입사가 국내 점유율을 늘리고자 갖가지 꼼수를 쓴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A사와 B사의 대출 문제 등이 실제로 포착됐기 때문에 관계당국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대형 수입사를 중심으로 저가 공세가 이뤄지다 보니 국내 전기버스 제조사뿐만 아니라 영세한 수입사도 함께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 "버스 수입사가 대출을 해주는 게 합법적인지도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수입사 지침 위반 가능성 검토"
관계당국은 수입사가 중국 전기버스 보급을 늘리고자 대출을 해주거나 업체를 인수했다면 위법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입사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운수업체에 돈을 빌려주거나 업체를 인수했다면 매우 이례적인 데다 혜택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의 자부담 정책을 간접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운수업체에 중국산 전기버스를 판매하려는 목적에서 대출이나 인수를 진행했다면 지침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내용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