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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세월호' 담긴 판결문 397건…어떤 상처 남았나

사건/사고

    10년간 '세월호' 담긴 판결문 397건…어떤 상처 남았나

    편집자 주

    2014년 4월 16일. 우리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인파가 무너져 내린 골목에서, 화마가 덮친 물류센터와 병원에서, 물에 잠긴 지하차도에서.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현실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는 세월호와 마주합니다. 지난 10년, 세월호 참사 이후의 흔적을 돌아보며, 앞으로도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리라 다짐합니다.

    [세월호 참사 10년의 기억 ③]
    인터넷 방송 BJ, 촬영 제지하자 유가족 부모 욕설
    민주노총·전장연…'세월호 집회 참가' 시민단체 처벌도
    사기엔 "참사로 단체 여행 대부분 취소 업계 타격"
    '연식 속여' 학교에 전세버스 빌려줘…"우리사회 안전불감증"


    ▶ 글 싣는 순서
    ①그새 무시된 사참위 세월호 권고…정부 이행률 8.3% 그쳐
    ②세월호 유가족 절반 '우울증 위험군'…의료비 지원은 끊겨
    ③10년간 '세월호' 담긴 판결문 397건…어떤 상처 남았나
    (계속)

    세월호 참사가 10주기를 맞았다.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는 추모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갈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폭행과 모욕에 쉽게 노출됐고, 이들의 곁에서 함께 집회·시위를 참석한 시민들이 처벌받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는 좁게는 피해당사자 개인부터 넓게는 우리 사회 곳곳에 충격을 미쳤다. 법원은 때때로 판결에서 참사가 예상치도 못한 곳까지 남긴 영향을 참작하기도 했다.

    16일 CBS노컷뉴스는 법률 인공지능 스타트업 엘박스에 법률 통계 제공을 의뢰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이날까지 10년 동안 '세월호'라는 단어가 들어간 형사 1심 판결문 397건을 전수 분석했다.

    세월호 추모 공간서 '모욕'…서명 운동하는 관계자 '폭행'


    우선 세월호 관련 행사 중 유가족 등 관계자들이 폭행과 모욕을 당하는 경우가 눈에 띄었다.

    주로 세월호 추모 공간 주변에서 이같은 범행이 발생했다. 한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8년 5월 경기 안산 정부세월호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귀신들아 잘 가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를 들은 세월호 유가족인 피해자가 "뭐가 불만이세요"라고 묻자, 피고인은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폭행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세월호추모관에서도 폭행이 일어났다. 피고인은 2019년 8월 추모관을 향해 "그만 좀 우려 먹어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그냥 가세요"라고 항의하며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자 피고인은 "찍지 마라"며 큰소리치고, 손으로 피해자의 핸드폰을 쳐내 목을 때렸다.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하던 관계자가 폭행당하기도 했다. 피고인은 2014년 5월 서울 강북구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하던 피해자와 다퉜다. 서명하는데 쓰는 볼펜을 책상 위에 던지고, 이를 제지하려던 피해자의 가슴 부위도 손으로 밀쳐 폭행했다.

    인터넷 방송 BJ가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기도 했다.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 BJ인 피고인은 2015년 5월 서울 종로구에서 세월호 관련 집회를 촬영하다가 세월호 유가족인 피해자와 촬영 문제로 다투자 피해자의 부모를 욕하는 등 모욕했다.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희생자를 모욕한 경우도 있었다. 피고인은 불과 참사 이틀 뒤인 2014년 4월 18일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게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세월호 집회 참가 시민사회단체도 처벌…관련 업계엔 "참사 타격" 참작도


    혐의별로 살펴보면 세월호 관련 집회·시위를 하다가 처벌받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일반교통방해 114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60건 등이다. 피고인은 각종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다수였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피고인은 2014년 6월 28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노동자 총궐기대회 및 세월호 관련 행진에 참가했다가 애초 신고된 경로가 아닌 곳으로 가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인 피고인은 같은 해 8월 15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범국민행진 집회에 참가했다. 피고인은 신고된 집회 시각을 넘어 행진했다는 이유로 육로의 교통을 방해한 혐의를 받아 집행유예를 받았다.

    경기 침체 등에서도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엿볼 수 있다. 참사로 인해 관광업계가 쇠퇴하면서 폐업 사례가 속출하자 사기 혐의로 처벌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때 법원이 참사의 영향을 참작하기도 했다.

    관광버스 투자를 계획했던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신차를 구입하는데 투자하라면서 약 1억 5천만 원을 받아갔다. 하지만 피고인의 회사는 수익 상황이 좋지 않았고 수익금이나 원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어 사기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이 났다.

    당시 법원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전국적으로 수학여행을 비롯한 각종 단체여행 대부분이 취소돼 관광버스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고, 피고인의 회사도 경영이 악화됐다"고 판시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여행사를 운영하다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사정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내리기도 했다.

    여행사를 운영하던 피고인은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인한 관광 경기 부진으로 적자가 누적돼 채무 약 3억 5천만 원을 부담하게 되면서 최근 계약한 고객의 여행 경비로 이전 고객의 여행 경비를 충당하는 등 '돌려막기식 운영'을 해 사기 혐의로 처벌받았다.

    법원은 이 피고인에 대해 "여행사 운영이 어려워져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참작해 집행유예를 내렸다.

    참사 직후 학교 버스 '연식 조작'에 "세월호로 대표된 안전불감증" 꾸짖기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가 범행을 저지른 사례에 대해 법원이 세월호 참사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인정해 참작한 사례도 드물게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화물차 기사로 세월호에 승선했던 피고인은 흉기로 가슴 부위를 자해해 병원으로 호송됐다. 이후 병원 응급실에서도 소란을 일으키자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의 진료행위 방해 정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세월호 참사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참작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세월호에 화물기사로 승선하고 있다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게 돼 계속해 치료를 받아 오고 있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봤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잠수부였던 피고인이 사기 및 무허가 어업활동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세월호 참사로 인한 건강 악화를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과거 세월호 사건에 잠수부로 봉사하다가 잠함병 등의 후유증을 얻어 건강이 좋지 않다"며 "이러한 사정은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직후 법원이 참사를 직접 언급하며 '안전불감증'을 강조한 판결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의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대표적 참사라며 경각심을 강조한 것이다.

    부산에서 학교에 현장체험학습 등을 위한 버스를 임대하던 피고인은 구비서류인 자동차등록증의 최초 등록일 및 연식 부분을 출고 후 5년 이내 차량인 것처럼 변조했다.

    전세버스를 빌리는 학교는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출고 후 5년 이내 차량을 배차할 것을 계약조건으로 요구하는데, 피고인 회사는 이에 부합하는 차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은 "학생들의 안전보장 확보를 위해 정한 계약조건을 잠탈할 목적으로 공문서인 자동차등록증을 변조한 사안으로서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무엇보다 '세월호 사건'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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